정치권 일각에서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재결합’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더욱이 이번에는 시기까지 ‘내년 2월’로 못박고 있어 실현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이는 정가에 ‘빅뱅’이 임박했다는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그렇지 않아도 ‘공멸 위기의식’에 떨고 있는 민주당과 우리당이 합당이라는 ‘절실한’ 선택을 하지 않을까 하는 관측에서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현재의 정가는, 한나라당 대선자금 비리가 연일 터져 나오고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자금에 대한 특검 여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가운데 정치자금을 유용한 일부 정치인들에 대한 수사까지 진행되면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빅뱅’을 눈앞에 두고 있다.결국 각 정당 모두 ‘까발릴 것은 다 까발린 상태’이기 때문에 더 이상의 대안이 없는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으로선 내년 총선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으로 ‘합당’이라는 수를 내놓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대선자금을 수사하고 있는 대검 중수부(안대희 검사장)는 지난 대선 때 기업 등으로부터 모금한 정치자금을 유용한 일부 정치인의 신원은 물론 불법 대선자금 사용처를 설인 내년 1월 22일 전에 공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검찰은 현재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공식·비공식 계좌는 물론 이상수 열린우리당 의원 등 대선 당시 각 당 선대위에서 핵심역할을 했던 여야 중진의원들의 개인 계좌까지 추적작업을 벌이고 있다.검찰이 이미 지난주 한진과 한화그룹의 구조본부장 등을 비공개 소환조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의 기업 비자금 수사가 기존 5대 기업에서 다른 기업들로 확대돼 ‘정리’를 위한 마지막 ‘전방위 수사’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대선자금 규모를 파악한 뒤 본격적인 ‘용처’ 수사에 나설 것임을 강조해 온 검찰이 내년 설 이전 중간수사결과 발표 형식의 자금용처 수사 결과를 내놓기로 한 것은 이 부분에 대한 수사가 이미 상당한 진척을 이루었음을 시사하고 있다.

자금 유용 부분이 드러날 경우, 관련 정치인들의 명단 공개가 불가피해져 정치권은 부정축재 등 `개인비리’를 둘러싸고 다시 한 번 요동을 칠 전망이다. 다시 말해 대선때 현금화 과정을 거쳐 ‘대선 용도’가 아닌 ‘부정축재’ 즉, 제3의 장소에 보관됐거나 치부의 수단으로 사용된 사실이 밝혀질 경우 정치권은 국민의 비난 여론에서 벗어날 수가 없게 된다.이와 관련 우리당 소속 한 초선의원에 따르면 “대선자금, 정치인 비리혐의는 모두 공개될 것”이라며 “노무현 대통령은 비리와 관련, 갈 데까지 가자는 원칙을 갖고 있다”고 밝혀, 민주당이나 우리당, 한나라당 모두 비리의 족쇄에서 풀려나긴 어려울 전망이다. 실제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는 22일 한나라당의 불법 대선자금 규모와 관련 “솔직히 큰 덩어리는 500억원이 맞지만 조금 더 있을 수 있다고 본다”며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뿐만 아니라 이같은 ‘정치권’의 빅뱅을 염두에 둔 노무현 대통령이 이미 ‘합당’을 구상해 둔 것이 아닌가 하는 관측도 제기되는 상황. 특히 지난달 민주당과 우리당 일부 의원들을 통해 고개를 들었던 ‘공멸 위기의식’이 다시 제기되면서 ‘합당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각종 여론조사 결과 분당으로 인한 기존 민주당 지지층의 분화가 드러나 내년 총선에서 공멸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당시 민주당을 탈당한 무소속 정범구 의원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양당이 내년 총선까지 이대로 가다간 민주당과 우리당은 ‘애석상’과 ‘분투상’을 받게 돼 있다”며 “우리당측에 통합을 바라는 의원이 민주당 보다 많다”고 주장하며 통합론을 제기했었다.또 민주당 설 훈 의원도 “이대로 가면 신당은 죽게 생겼는데 민주당 새 지도부가 구성되면 신당쪽에서 먼저 통합제의가 나올 것”이라며 “민주당이야 비빌 언덕이라도 있지만, 신당은 ‘펀더멘털`(지지기반)이 없는 정당이어서 이대로 총선을 치르면 참담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당 호남권의 한 의원도 “민주당과 우리당이 현재 키재기를 하고 있는데 이대로 가다간 공멸이다”며 “민주당과 우리당의 통합은 어떤 식으로든 돼야 한다”고 밝혀 내년 총선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민주당과 우리당의 합당이 얼마나 ‘절실’한 선택인가를 보여주고 있다.그러나 이 같은 ‘통합론’은 당시 양당이 경쟁적으로 외부영입작업을 벌이고, 지구당 조직책선정 등 하부조직 정비에 박차를 가한데다 양당 의원들의 반대도 적지않아 실현 가능성이 높지않은 것으로 점쳐졌었다.더욱이 당시의 재통합론에 대해서는 우리당 내에서 부정적 기류가 높았다. 임채정 의원은 “한나라당 지지층은 재결집하고 친노 지지자는 분열되거나 방관하고 있는 현상황에서 재통합론은 부적절하다”고 선을 그었다.

당이 총체적 난국에 처했지만 재통합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는다는 우려 때문이다. 김원기 의장도 “정치현실상 당대당 통합은 어렵다”고 말했다. 소장파와 외부세력의 반대는 더욱 강경했었다. 신기남 의원도 당시 “통합론자들은 신당을 할 자격이 없다”며 “민주당으로 돌아가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었다.김성호 원내부대표도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고 논의 자체가 적절치 않다”며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조순형 대표도 “분당에 대해서는 총선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며 재통합에 부정적이었다.

반면 이번 ‘합당설’은 기존 일부 의원들에 의해 제기됐던 통합론 수준이 아니라 ‘내년 2월’이라는 시기까지 예견하며 고개를 든 것이라 실현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이에 대해 우리당 K의원은 “지금은 합당시기가 아니다”라고 밝히면서도 “내년 초부터 합당론이 급부상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또 민주당 모의원도 “수도권이 문제”라며 “민주당과 우리당이 살기 위해서는 살신성인하는 자세로 합당해야 한다”고 강조, 2월 합당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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