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속여 1년 만에 125억 대출…부실채권 불법 관행 첫 적발

<대검찰청>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고수익을 노린 부실채권 투자자의 불법적 관행을 적발한 첫 사례가 등장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검사 문성인)는 헐값에 매수한 부실채권(NPL) 관련 부동산 경매에서 인위적으로 고가로 낙찰받은 다음 금융기관을 기망하고 총 125만 원의 경락 대출금을 편취한 조직을 검거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경매 방해·사기 등의 혐의로 투자업체 대표 양모(34)씨 등 3명을 구속기소 하고 이들에게 명의를 빌려준 윤모(51)씨 등 1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지난 9일 밝혔다.

들러리 세워 고가에 낙찰…3명 구속·11명 불구속 기소
검찰 “추가피해 방지하고 NPL투자업계 경각심 고취”


서울남부지검이 밝힌 이번 사건의 전모는 이렇다. 양사 등 A사 임직원 5명은 2015년 3월부터 2016년 3월까지 부실채권 부동산 경매에 ‘들러리’ 입찰자를 내세워 경매 과정을 방해하고 금융기관에 허위 서류를 제출해 약 125억 원의 대출금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보통 경매에서는 더 낮은 가격에 부동산 등을 낙찰받으려 하지만 양 씨 일당은 경락대출을 노리고 들러리 입찰자를 내세워 낙찰 가격을 부풀렸다.

이들은 부실채권 매입에서부터 부동산 경락대금 대출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의 실질적 권리자임에도 불구하고 과다 대출에 따른 신용등급의 하락 및 이로 인한 추가 대출의 어려움과 대출상환 연체 시 발생할 책임을 회피할 목적으로 대리 명의인을 동원했다.

명의자 대부분은 고정적인 소득이 없었지만 양 씨 등은 회사 재직증명서, 근로소득 원천징수영수증 등을 위조해 금융기관을 속였다. 이름을 빌려준 대가는 건당 1000만∼3000만 원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양 씨 등은 경락잔금 대출 및 사채만으로 경락대금을 전부 마련했다. 처음부터 수익의 원천인 대출비율을 높이기 위해 소득서류를 위조했다.

이는 입찰 인원과 차순위 입찰가 등이 대출 시 주 요소로 여겨지는 점을 노린 것이다. 낙찰가가 치솟으면 금융기관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대출자금도 늘어난다.

아울러 1년 내 재매각된 사례가 없는 점에 비추어 사실상 경락받은 부동산을 활용·재매각해 대출금을 상환하려는 의도가 없었던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12건 중 8건은 현재 이자가 연체돼 경매가 진행되거나 이미 재경매가 이루어졌고 2건은 제3자가 이자를 대납하는 불안정한 상태였다.

또한 이들은 들러리를 내세워 경쟁입찰을 하는 것이 NPL투자의 관행이라고 주장하지만 입찰의사가 없는 자들로 하여금 정상적인 보증금을 넣지 않고 고가에 입찰하게 한 점에서 경매 방해에 해당한다고 지적한다.

결국 이번 사건의 대출기관은 주로 제2금융권으로 이들 대출기관에서는 경락대금 대출 시 경락가/입찰인원/사순위입찰가를 대출의 주요한 요소로 판단함점을 악용한 것이다. 최초 대출을 헐값에 처분한 NPL이 다시 금융기관에 손실을 남긴 채 NPL로 전략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그 과정에서 NPL투자자들이 부동산의 가치 상승분이 아닌 금융기관의 자산(회수를 포기한 채권)에서 이익을 취하는 불합리한 구조가 초래된다.

금융 비리 엄정 대처할 것

한편 양 씨는 비슷한 범죄로 3차례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생활을 했지만, 출소 2개월 만에 자본금도 없이 회사를 차려 사기 행각을 벌였다. 이들 일당은 대출 한 건당 30% 안팎의 이익을 거둔 뒤 나눠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남부지검은 “NPL 투자구조를 파악하고 피의자들을 엄단함으로써 추가 피해를 방지하고 NPL투자업계에 경각심을 고취하는 계기가 됐다”며 “향후에도 국가 경제의 기반인 금융기관의 부실을 초래하고 금융기관에 대한 공공의 신뢰를 저해하는 각종 금융 비리에 대해 엄청 대처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용어설명]
#1 부실채권(NPL)이란 
부실대출금과 부실지급보증금을 합친 개념으로 금융기관에서 빌려준, 회수할 가능성이 없거나 어렵게 된 부실채권. 통상 90일 이상 연체된 상태의 채권을 말하고, 금융기간이 ‘NPL’ 보유 시 부실자산으로 분류돼 불이익 조치를 받게 되므로 이를 신속히 처분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부실채권을 헐값에 매입해 경매 등의 방법으로 채권을 추심해 고액의 수익을 올리는 투자기법을 NPL투자라고 한다.

#2 경락대출이란
법원 경매나 공매로 낙찰받은 부동산에 대해 부족한 잔금을 대출해 주는 제도.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