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인환·장인화·김준식·김진일 등 물망 올라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권오준 포스코그룹 회장이 임기를 남긴 채 중도 하차를 결정한 가운데 포스코가 1차 최고경영자(CEO) 승계 카운슬(Council)을 개최,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착수했다. 벌써부터 포스코 내부 승진이냐, 혹은 외부 인사 영입이냐 등을 두고 다양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 포스코는 2000년 민영화 이후 정권 교체기마다 정치권 외압설에 시달린 만큼 투명한 선임 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과 동시에 하마평도 무성하다.

현직이냐, 퇴직 인사냐…외부 영입 가능성도 열려있어
정치권 압력설, 낙하산 의혹 등 차단여부 ‘주목’


포스코는 지난 24일 다중전화회의를 통해 진행된 1분기 경영실적 발표에서 “최고경영자가 임기를 마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어 당혹스럽고, 투자자에게도 송구스럽다”며 “지배구조 측면에서 부족한 면이 있다면 폭넓게 의견을 수렴해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권오준 회장 사임과 관련한 정치적 외압설에 대해서는 “이번 권오준 회장 사임건은 직접 밝혔듯이 정치적 외압은 전혀 없었다”면서 “앞으로 새로운 포스코의 미래는 젊고 역동적인 최고경영자가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결단을 내린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기 회장 선임과 관련해서는 “지난 23일 첫 단계인 승계 카운슬 1차 회의를 개최했다”며 “비교적 폭넓게 후보를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상당히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후보추천위원회에서도 자격 심사를 엄격히 하다 보면 서두른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두 달 내지 세 달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사외이사 모두 중요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적임자를 선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1차 회의에는 김주현 이사회 의장, 박병원 이사 후보추천 및 운영위원장, 정문기 감사위원장, 이명우 평가보상위원장, 김신배 재정 및 내부거래위원장 등 사외이사 5명과 권오준 회장이 참석했다.

다만 권오준 회장은 후보 선정 절차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회의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의사를 밝혔다. 같은 날 사외이사들은 후보에 대한 요구 역량을 ‘포스코 그룹의 100년을 이끌어 갈 수 있는 혁신적인 리더십’으로 규정했다.   

1차 회의가 끝난 현재 시점에서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차기 후보군은 주로 포스코 출신 인사들이다. 현직 인사들이 경쟁에서 한발 앞서 있다는 평가지만, 앞서 회장 자리를 놓고 경쟁했던 전직 임원들의 귀환도 전망된다.

현직 포스코그룹 임원 중에서는 오인환·장인화 포스코 사장과 최정우 포스코켐텍 사장, 박기홍 포스코에너지 사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전직 인사 중에서는 김진일·김준식·황은연 전 포스코 사장 등이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장인화 사장은 지난 16일 포스코 조직개편을 기점으로 오인환 사장과 포스코 철강부문을 담당하고 있다. 포스코는 철강부문을 1부문, 2부문으로 분리하면서 철강생산본부, 경영지원센터를 둔 2부문을 장인화 사장이 가져갔다.

오인환 사장은 철강사업본부, 기술투자본부를 둔 1부문을 책임지고 있다. 포스코가 철강부문을 두 개로 나누고 오인환 사장과 장인화 사장을 각 부문장으로 선임한 배경이 차기 최고경영자 검증 절차가 아니냐는 해석이다.

최정우 사장은 포스코 감사실장, 재무실장, 포스코건설 기획재무실장 등 포스코 재무의 주요 보직으로 근무한 바 있다. 또 회장 직속의 정도경영실장을 거쳤고 지난해 3월 권오준 회장, 오인환 사장과 함께 포스코 대표를 맡기도 했다.

또 다른 후보군인 박기홍 사장은 1983년 산업연구원으로 입사해 산업연구원 부원장, 국민대학교 교수 등을 지낸 뒤 2004년 포스코경영연구소 연구조정위원으로 입사했다. 미래성장전략실장, 전력기획총괄 부사장, 포스코 대표이사 사장 등을 맡았다.

올해 포스코건설 수장에 오른 이영훈 사장 역시 이구택 전 회장 라인으로 후보군 물망에 오르고 있다. 후문으로는 이영훈 사장이 권오준 회장 체제에서 해외 가스전 사업 등에서 대립각을 세우는 등 거리를 둔 바 있어 유력 후보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

전직 임원 가운데는 권오준 회장의 서울대 금속공학과 3년 터울 후배인 김진일 전 사장이 유력 후보로 꼽히고 있다. 김진일 전 사장은 2014년 권오준 회장과 회장직을 놓고 경쟁하기도 했다.

포스코에서 떠난 이후 일진제강 대표이사를 맡기도 했던 김준식 전 사장도 유력 후보군 중 한 명이다. 김준식 전 사장은 서울대 금속공학과 출신으로 2014년에 회장 후보로 거론된 바 있다.

정치 외압설이 논란이 된 만큼 외부 인사 선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포스코의 전면적인 개혁에 대한 요구가 높아 2000년 민영화 이후 처음 포스코와 관련이 없는 철강 업계 출신을 선임할 수 있다는 예상이다.

포스코의 미래에 대해 한 재계 관계자는 “포스코 미래를 위한 개혁을 강조하면서 권오준 회장이 물러났고, 여론적으로 정치권 압력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만큼 최대한 ‘논란’이 일어나지 않을 인물이 선택될 가능성이 있다”고 점쳤다.

한편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포스코 미래 50년을 위한 긴급 좌담회에서 새 포스코 회장 선임과 관련해 선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허문구 경북대학교 교수는 “포스코 경영에 대한 불합리한 개입을 차단해야 한다”며 “그동안 후보자 추천부터 선정기준까지 모든 과정이 밀실에서 진행돼 억측을 불렀다. 선임과정을 단계별로 공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역시 “정권이 바뀔 때마다 회장이 바뀌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포스코도 정치권 압력이나 낙하산 의혹 등을 차단하기 위해 차기 회장 선출 과정 일부를 외부에 공개할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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