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양보는 없다’최근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허창수 GS그룹 회장, 구자열 LS그룹 회장이 차세대 사업을 두고 자존심 대결을 벌이고 있어 관심이다. GS와 LS그룹은 재계에 잘 알려진 대로 지난해까지 LG의 계열사였다 분가한 회사들. 현재 GS그룹은 허창수 회장, LS그룹은 구자열 회장이 이끌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솥밥을 먹던 사이였으나, 요즘은 서로에게 전면전을 선포한 상태다. 이들이 맞붙은 분야는 ‘2차 전지사업’. 구본무 회장을 비롯한 허창수, 구자열 회장은 각각 LG화학, GS퓨얼셀(GS칼텍스의 자회사), LS전선을 앞세워 전쟁을 선언한 상황이다. 이들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2차 전지’ 시장은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분야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미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각광받는 신사업분야. 업계의 한 관계자는 “2차 전지는 핸드폰과 노트북에 쓰이는 대용량 전지”라며 “현재 시장규모가 1조원이고 매년 25%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유망 사업분야”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보니 같이 한솥밥을 먹던 구본무, 허창수, 구자열 회장도 2차 전지사업에 대해 욕심을 내는 것. 이 관계자는 “이렇다보니 각 그룹들이 이 사업에 대해 사활을 걸고 있다”며 “LG화학과 GS퓨얼셀은 양극활물질 분야, LG화학과 LS전선은 소재 시장에서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이들 ‘3인방’ 중에서 이 사업에 가장 열을 올리고 있는 사람은 구본무 회장이다. 구 회장은 이미 LG화학을 통해 세계시장 점유율 9%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 뒤를 이어 구자열, 허창수 회장이 경합을 벌이고 있다. 쉽게 말해 구본무 회장의 선도 아래, 구·허 회장 2명이 뒤를 따르고 있는 셈이다. 가장 공격적인 면모를 보이고 있는 구본무 회장은 최근 발표한 ‘블루오션 전략’을 바탕으로 LG화학의 ‘1등 제품’을 선언한 상태. 기존 리튬이온 및 리튬폴리머 전지 이외에 하반기에 휴대용 연료전지를 선보이며 1등 업체로서의 입지를 다진다는 계획이다.

벌써 신소재 개발까지 착수한 것으로 알려진 LG화학은 하반기 중에 노트북용 연료전지 제품을 출시할 예정으로 알려져 2차 전지시장의 파란을 예고하고 있다. 이와 관련, LG화학 관계자는 “우리가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핸드폰 및 노트북 배터리로 휴대용 전지분야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GS나 LS가 주력하고 있는 시장과는 경쟁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양극활물질 등과 부품신소재 등의 개발이 완료되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며 경쟁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반면 허창수 회장의 전략은 ‘틈새시장 찾기’. 허 회장은 GS칼텍스의 자회사인 GS퓨얼셀(구 세티)을 앞세우며 가정용 2차전지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가정용 연료전지 개발과 시장확대에 주력할 예정인 GS퓨얼셀은 노트북이나 휴대폰용 연료전지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어서 LG화학, LS전선과의 경쟁을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허 회장에게는 구본무 회장과의 대결에서 반드시 승리하고픈 남다른 이유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둔의 경영자’로 불리던 허창수 회장이 분가 이후 LG와 첫 번째 정면대결을 선언한 분야가 바로 2차 전지사업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GS퓨얼셀의 성패 여하가 허 회장에게 개인적인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GS측에서는 LG그룹과의 대결구도를 애써 감추려하고 있다. GS퓨얼셀 관계자도 “우리는 가정용 연료전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휴대용 전지에 주력할 LG화학과는 경쟁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2차 전지사업의 성장가능성에 비춰볼 때 LG와 GS의 대결은 확실하다는 게 업계관계자들의 설명이다. GS퓨얼셀 관계자는 이에 “앞으로 휴대용 전지 분야까지 사업군을 넓힐 계획”이라며 LG화학과의 경쟁가능성을 숨기지 않았다. LG그룹의 위성그룹이 되는 LS전선그룹 역시 2차 전지사업과 관련 ‘양보는 없다’는 입장. 특히 구자열 LS전선 회장도 ‘2012년까지 부품소재 전문기업으로 거듭 난다’는 계획 아래 주력인 전선 사업 외에 2차 전지사업을 그룹의 육성사업으로 지정,‘올인’하고 있다.

올해 2차전지용 동박(전지를 끼우는 보드)을 중심으로 특수 동박 분야에서 150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는 LS전선은 특히 신소재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LG화학과의 경쟁에 상당한 신경을 쓰고 있다. LS전선 관계자는 “LG화학은 우리의 중요한 협력대상이자 고객”이라면서도 “LG화학이 부품신소재 개발에 이미 착수한 만큼 우리와의 경쟁을 피할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LS전선이 이미 음극활물질과 폴리머스위치 국산화를 앞두고 있으며, LG화학이 개발에 착수한 양극활물질 개발에도 뛰어든 것으로 알려져 치열한 기술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업계에서는 구본무, 허창수, 구자열 회장의 ‘제휴가능성’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들 세 회장이 ‘LG’라는 한 뿌리에서 나온 만큼 경쟁 대신 제휴를 맺을 수도 있다는 것. 특히 2차 전지사업과 관련, 연관기술이 많다는 점 또한 이들의 제휴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업계관계자는 “LG화학이 지난해 9%대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성장하고 있지만, 삼성SDI가 국내 최대의 2차전지 사업체이며 산요 등 일본업체들의 기술력이 여전히 높기 때문에 연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 ‘2차전지’란 무엇인가?

LG화학, GS퓨얼셀, LS전선 등이 앞다퉈 주력사업으로 선정한 2차전지 사업은 압축전지를 일컫는 말로, 알칼리축전지, 기체전지, 리튬이온전지, 니켈-수소전지, 니켈-카드뮴전지, 폴리머전지 등이 여기에 속한다. 건전지와 같은 1차전지와 달리 2차전지는 에너지충전이 가능해 한번 사용한 뒤 계속 사용할 수 있는 전지를 의미한다. 이는 전지 내부의 전류 흐름에 의해 물질이 산화·환원되고, 이로 인해 전기가 생성되는 과정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게 재료를 조합시켰기 때문에 가능하다. 휴대폰, 노트북, PDA에 사용되는 핵심부품으로서 휴대용 전자기기의 고성능화 및 특성화, 보급확대 등에 힘입어 소형 2차전지 시장이 특히 발전하고 있다. 소형 2차 전지는 종래의 니켈-카드뮴전지에서 니켈-수소전지와 리튬이온전지로 대체되기 시작하였고, 최근에는 리튬이온전지에 전해질만 폴리머로 바꾼 리튬폴리머전지로 바뀌고 있는 추세다. 전지 기술은 고출력화, 고성능화, 경량화, 소형화, 신뢰성 향상 등 기술적인 진보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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