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교과서, 무엇이 문제길래

<뉴시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삼일절이나 광복절이 되면 SNS(사회 관계망 서비스)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문구다.

이처럼 역사는 그 나라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연결되는 지점이다. 따라서 미래의 주역에게 역사를 가르치는 목표와 방향은 신중해야 할 과제다.

지난 몇 십 년간 우리 사회는 정권의 지향이 바뀔 때마다 역사 교과서가 개정되는 변화를 겪어 왔다.


정권 교체 시기마다 쟁점 떠오르는 역사 교과서…
큰 논란 야기한 ‘자유민주주의→민주주의’ 기술에 의견 엇갈려
 



한국교육평가원은 지난 2일 ‘중학교 역사 고등학교 한국사 집필기준 시안 개발 연구’를 발표했다. 해당 연구는 지난해 9월 1일부터 올해 3월 20일까지 이뤄졌으며 대략 20명 정도의 연구진을 비롯해 44명의 자문진과 34명의 검토진이 참여했다.

그러나 ‘2015년 개정 교육과정 집필기준’은 이미 2015년 9월 23일자로 발표된 바 있다. 이처럼 지난 기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집필기준을 선보인 것은 이례적이다. 연유를 알아보기 위해선 지난 정권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5년 11월경 박근혜 정부 측은 당시 역사 교과서가 좌편향 성향이 있음을 지적하며 역사 교과서 제도 개선 지시를 하달, 역사교과목에 한해 국정화를 진행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에 집필진과 편찬심의회가 구성돼 국정 교과서 제작에 돌입했고, 박근혜 정부는 완성 후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실시한다고 밝혔으나 각처의 거센 반발로 인해 중학교 역사 및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국·검정 혼용 방침으로 결정했다.

그 후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으로 정권이 교체됐고, 같은 달 31일 국·검정 혼용 방침을 폐지하고 이전의 검정체제로 복귀한다는 방침을 전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집필기준 재편 및 2020년으로 연기 적용이 후속조치로 제시됐다.
 
‘자유’ 표현 빠지자
비판 여론 들끓어

 
이번 집필기준 역시 국정교과서만큼 쟁론이 많다. 특히 관심이 뜨거운 것은 자유민주주의를 민주주의로 표기 변경한 부분이다.

‘자유민주주의’가 아닌 ‘민주주의’로 명시하는 방침은 헌법 가치 훼손이며 좌편향 역사 교과서 집필기준이라는 비판 여론도 등장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물울 통해 “현재의 ‘자유민주주의’를 ‘민주주의’로 바꾼다고 한다. 그러면 사회주의혁명 세력이 주장하는 ‘인민민주주의’도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인가”라고 주장하며 “이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규탄했다.

해당 시안을 공표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 측은 “헌법에 관해 가르치는 교과가 ‘정치와 법’인데, 여기서도 민주주의를 핵심으로 두고 있다”면서 “일반사회 교육과정에서도 ‘민주주의’를 사용한다”고 밝혔다.

평가원에 따르면 ‘민주주의’라는 표현은 헌법이 지향하는 기본원리인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에 국한하지 않고 다원적·포괄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는 맥락에서 결정됐다.

반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 대변인 측은 “헌법 전문 4조에 ‘자유민주’가 분명히 명시돼 있다”면서 “(헌법에 적힌) ‘자유’라는 단어를 교과서에서 빼는 것은 신중해야 할 문제”라고 전했다.

이어 “(기존 사용하던 ‘자유민주주의’의) ‘자유’라는 단어를 빼면서 이념·정치적 갈등이 나오게 된 거 아니냐. (이러한 환경이) 학생들에게 교육적으로 좋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를 드러냈다.

그에 따르면 교과서의 적용 대상이 어린 학생들이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의 경우 배경지식이 적기 때문에 자주 변동되거나 논란이 되는 부분을 바로 교과서에 투영할 경우 그들이 일관적 역사의식을 갖기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누가 봐도 논란이 없거나 불필요한 논쟁 갈등을 요하지 않는 내용을 싣는 것이 교육적 취지에 걸맞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해석 다를 수 있지만
교과서 반영 신중해야

 
평가원 측은 이러한 논란에 대해 “(사실상) 이번 개정시안은 이전 교육과정에 대해 학회·교육계가 비판했던 내용을 해결하는 것이 큰 목적이었다”고 입을 열며 곤혹스러움을 표했다.

이어 역사 교과서에 이념이 개입된 것 아니냐는 해당 논란에 대해 “해당 시안은 각계의 총의를 모은 것이며 정치적 공정성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역사 교과의 경우 정치적인 문제가 많이 제기된다. 때문에 연구 시작 전부터 60여 개 정도의 역사학, 역사교육, 교사단체와 협력 및 전문가 추천을 받는 등 시비가 거론되지 않도록 노력했다고 전했다.

또한 연구 과정 중 세미나, 공청회, 설명회, 설문조사 등을 진행해 의견수렴을 최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 측은 “현재 교과서 기준이 되는 교육과정 ‘안’이 나온 것뿐”이라며 “앞으로 심의회의 심의를 받아 수정·보완을 거쳐 교과서가 확정되는 것”이라고 절차를 말했다.

교과서가 확정되기 위해선 심의 후 최종안을 작성하고, 이를 행정 예고해 국민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그 뒤 다시 심의회의 의결을 거치고 나서야 비로소 새 교육과정과 집필기준을 알릴 수 있다.

이어 “역사학계의 중론과 다양한 의견 등을 고려한 심의 자문 과정을 거쳐 (교과서를) 확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교총 측은 “역사적인 사실에 관해 해석하는 부분이 다를 수는 있다”고 시인하면서도 “(그러나) 역사적 사실에 대해 확실치도 않은데 계속해서 바뀌는 것은 좋지 않다. 일관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그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양쪽(보수·진보) 대립 의견으로 극단·대비적인 입장이 생긴다”면서 “(대립의 여지가 있는 부분을) 교과서에 직접 투영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이 밖의 논란으로는 ▲대한민국 정부에 관한 서술 중 ‘한반도 유일 합법정부’라는 표현 삭제 ▲대한민국수립→대한민국 정부 수립 ▲6·25 전쟁 남침 ▲‘새마을 운동’ ‘동북공정’ ‘북한의 도발’→포괄적 서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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