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댓글사건이 터졌을 때, 국가정보기관이 댓글이나 달고 있고 참으로 한가하고 한심하기 짝이 없는 집단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인터넷 댓글이 현대사회에서 얼마나 많은 여론을 호도하고, 여론을 조작하고, 여론을 왜곡하여 결과적으로는 민주주의를 근본적으로 파괴하는 행위임을 인식하게 된 이후로는 인터넷 댓글에 대하여 유심히 살펴보는 버릇이 생겼다.
 
최근에는 국가정보원이나 국군사이버사령부, 국군기무사 등 과거 정부에서 국가기관이 관여했던 댓글사건만이 아니라 자발적 민간인들이 참여하여 여론을 왜곡한 드루킹 사건을 마주했다. 여야를 떠나 인터넷 댓글이 얼마나 우리 사회를 피폐하게 만드는가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왜곡된 인터넷 환경에서 최근 가장 주목을 끌고 있고, 잦은 빈도수를 보여주는 댓글은 국회를 해산하고 총선거를 실시하라는 댓글이다. 이러한 주장의 주 이유는 국회가 여야 대결 속에서 제대로 일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의 대부분은 현재 여당을 지지하는 네티즌들의 논리인데, 자유한국당의 김성태 원내대표가 이야깃거리도 되지 않는 내용을 가지고 단식을 하면서 국회를 공전시킨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국회를 해산시키고 총선거를 실시하여 국회의 지형을 빨리 바꾸고자 하는 정파적 이해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 바로 ‘국회를 해산하라’는 내용의 함축적 의미다.
 
그런데 이렇게 ‘국회를 해산하라’는 주장은 단지 인터넷 댓글에 머무르고 있지는 않다. 여당의 책임 있는 국회의원들도 이러한 주장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먼저 귀태 발언으로 주목을 끈 적이 있는 재선의 홍익표 의원이 지난 7일 오후 트위터를 통해 “계속되는 국회의 무능과 무책임에 국민들은 폭발직전이다”, “현 국회의원 전원 불출마 전제로 해서 국회해산과 조기 총선을 했으면 한다”고 글을 올렸다.
 
그는 “이번 주에도 국회가 정상화되지 못하면 국민들이 국회해산을 위해 다시 촛불을 들고 나서야 할 것 같다”며 대의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국회의원 신분을 망각한 글을 서슴없이 올렸다.
 
같은 당의 초선 전재수 의원 역시 같은 날 트위터를 통해 “국회가 정말 이래도 되느냐”, “꼭 해야 될 일을 안 한 게 도대체 셀 수가 없을 지경”이라며, “현재 국회의원들은 책임지고 여야 할 것 없이 전원 사퇴하고 국회 해산하고 조기 총선해서 새로운 사람들이 일하게 하자”, “이게 국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는 글을 올렸다.
 
두 사람 모두 거의 같은 시기, 같은 내용의 글을 올린 것이다. 이들의 트위터 글과 인터넷 댓글과의 관련성을 확인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현재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여당을 지지하는 많은 사람들의 공통된 생각은 여소야대 상황인 현 국회질서를 하루라도 빨리 극복하여 일사불란하게 적폐청산도 이루고 대한민국의 정치사회질서를 새롭게 만들어보겠다는 일념뿐인 것 같다.
 
만약 그들의 생각이 정말로 그렇다면 그들의 생각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 국회는 원래부터 정쟁을 하는 곳이다. 정치적 의견을 달리하는 집단이 무한투쟁을 하지 말고, 정해 놓은 룰과 정해 놓은 기간 내에 힘껏 싸우라고 만들어 놓은 곳이 국회인 것이다. 그리고 임기 또한 보장해 주었다.
 
이것이 대통령제의 기본적인 룰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회해산에 조기총선을 주장하는 것은 국회의원으로서는 어불성설의 주장이다. 홍익표 의원은 한양대에서 정치학박사학위를 받았고, 전재수 의원은 동국대에서 정치학석사학위를 받았다. 국회 해산 운운은 독재를 하겠다는 소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정치학 교육의 근본을 되짚어 볼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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