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장밋빛 전망’ 美, ‘실패 시 전쟁까지’

<뉴시스>
[일요서울 | 박아름 기자] ‘역사상 최초’로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6월 12일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의 막후 조율이 한창인 가운데, 국내 언론들은 각종 장밋빛 전망을 쏟아 내며 이른 축배를 들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그 자체가 이벤트’라는 표현을 넘어서 남북경협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 ‘우리들만의 축제’일까. 이를 바라보는 미국 등 외신들은 다소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밝은 미래’보다는 양국 간 팽팽한 기류에 집중하고 있는 것. 회담에 실패할 경우 핵전쟁이 발발할 수도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내놓은 상태다. 실제로 김정은 위원장은 ‘완전한 비핵화’에서 ‘단계적 비핵화’로 입장으로 선회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협정 탈퇴’카드로 맞수를 두며 막판까지 북한 제재의 고삐를 바짝 죄는 모양새다. ‘낙관’과 ‘신중’사이 국내외 언론의 온도 차를 들여다봤다.
 

외신, ‘최상’부터 ‘최악’까지 예상 시나리오 구성 후 제언
벌써 축배 터트린 국내 언론… 실제 북미 정세는 ‘글쎄’

 
국내 언론의 경우 북미회담 장소 선정과 관련해 ‘판문점 개최 청사진’을 그리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트위터에 “일(회담)이 잘 해결되면 제3국이 아닌 판문점에서 하는 게 엄청난 기념이 될 것”이라고 게재한 데 따른 보도였다.
 
한 지역 매체는 “판문점이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낙점되길 고대한다”며 “북미 정상이 판문점에서 ‘완전하고도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회(CVIC)’에 합의하고 동시에 북한 억류 미국인이 남북 분단선을 넘는 장면을 연출한다면 이보다 더 극적인 드라마는 없을 것”이라고 썼다.
 
일부 매체에서는 북미 정상회담이 민간 주도 남북경협의 신호탄이 되길 바란다는 전망까지 내놓는 상황이다.
 
한 일간지는 “남북 정상회담이 끝난 지 얼마 안 된 상태에서 ‘경협’이 거론되는 것은 성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면서도 “(북미회담 후 남북경협이)성사 된다면 단군 이래 최대 투자 사업이 될 것이기에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 차원에서도 참여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사설을 내놓았다.
 
또한 개성공단 재개 가능성을 언급하며 “새로운 남북경협 시대에는 국내 제조업의 진출 지역을 좀 더 넓히고, 방식과 형태도 다양화해야 한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다양한 형태의 제2, 제3의 개성공단 모델들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남북경협과 관련한 구체적 방법론까지 제시했다. 남북경협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주변국 및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국제기구 참여를 유도하는 방법이 있다는 등의 제언이다.
또 다른 지역 매체에서도 “한반도 해빙무드에 따른 저주가, 국가 브랜드 저평가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대한 기대가 높다”며 “대북경협사업은 남과 북 모두에 일자리 창출과 대륙으로의 경제 외연 확대 등 엄청난 성장 동력이 될 수도 있다. ‘세기의 담판’인 북미정상회담에 눈길이 가는 이유”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북미회담 실패할 경우 “전쟁 발발할 수도”
 
반면 외신들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의 팽팽한 기싸움을 전하고 있다. 회담 결렬 시 최악의 상황까지 발발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하고 있다. ‘밝은 미래’보다는 긴장 현상과 여러 가능성을 열어 둔 관측 보도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미국의 정치 전문 일간지 폴리티코는 마이크 멀린 전 미국 합참의장의 말을 인용, 북미 회담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전쟁 위험이 고조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멀린 전 미 합참의장은 8일(현지시간) “두 지도자가 대화하기로 한 사실은 고무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상황 변화를 이끈 공이 크다”면서도 “대화가 실패하면 (트럼프)대통령의 가장 호전적이고 공격적인 본능을 자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수사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벼랑 끝까지 갔다. 더 이상 나아갈 곳이 없다”며 “미국 대통령이 태연하게 핵무기에 대해 얘기하는 걸 듣는 일은 매우 충격적”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그는 실패가 아닌 타결의 경우에도 북한이 준수할지는 의문이라며 “국가 안보 분야에서 한평생을 보낸 우리들은 이 점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일본 언론들도 미국 언론과 마찬가지로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될 경우를 심층 보도하고 있다.

지난 3월 30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일본 공익사단법인 일본경제연구센터(JCER) 발표 보고서 ‘한반도 시나리오와 일본’을 인용, 북미 정상회담의 예상 시나리오 3가지를 전했다. 보고서는 ▲역사적인 합의로 새로운 동아시아 평화 체제의 길 구축 ▲ 북한 비핵화 관련 일정 부분 진전 등 긍정적 전망을 내놓으면서도, 회담에서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할 경우의 여파가 상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군사적 선택지가 실패할 경우 누구도 책임질 수 없다는 것이 한미일의 불편한 진실”이라며 “최종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남북 간 장기·안정적인 공존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북미 정상회담이 ‘정상급 교섭’인 만큼 이것이 수포로 돌아갈 경우 다른 외교 수단이 없다는 해석이다.
 
金-트럼프 ‘모종 거래’ 긴장 상태 집중 보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9일 2차 방북에 대해서도 외신들은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사이 대통령 교묘한 신경전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앞서 김 위원장은 8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격 회동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동안 ‘완전한 비핵화’를 내세웠던 김 위원장은 이 만남 후 ‘단계적 비핵화’라고 발언, 트럼프 대통령의 경계심을 자극했다. 그런데 김 위원장은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때 북한에 억류됐던 한국계 미국인 3명을 석방, 미국에 소위 ‘당근’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직접 만족감을 표출했다.
 
이와 관련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 ‘모종의 거래’가 진행 중이며, 그 결과에 따라 여러 시나리오가 나올 수 있는 보도가 주를 이룬다.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은 미국이 김 위원장에게 체제 유지라는 협상 카드를 제시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분석했다. 김 위원장이 비핵화의 전제 조건으로 미국의 적대적 정책 폐지를 요구한 점을 감안할 때 설득력이 실리는 대목이다.
 
또한 미국 언론들은 지난 9일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핵협정 탈퇴’가 사실상 북한에 대한 압박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직전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협정 파기를 발표한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핵협정 탈퇴 강행이 북미 간 협상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미국 내 군사 전문가 및 언론의 공통된 의견이다.
 
뉴욕타임즈(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둘러싼 견실한 합의에 이르기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며 “그는 비핵화를 놓고 북한과 협상하는 동안, 이것이 한국에 내밀 수 있는 카드가 된다는 이유로 (북미)타결을 지연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고 비판했다.
 
CNBC는 “이란 핵 협정 탈퇴가 다가온 북미 간 핵협상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밝혔다”며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움직임이 유동성과 불확실성을 키움으로써 북한과의 대화에 앞서 불신을 조장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고 전했다.
 
CNN 등도 이란 핵협정 탈퇴가 북한에 암묵적 압박을 가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김 위원장에게 ‘보여주기’ 위함이었다는 해석이다.
 
‘변수’ 없는 국내 언론 여론 호도 가능성↑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국내 언론이 지나치게 ‘긍정적 전망’에 매료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북의 도발’ ‘트럼프의 변심’ ‘주변국의 방해’ 등 여러 변수가 작용하는 상황에서 ‘이른 축배’를 든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앞서 ‘이미 정해졌다’고 알려진 북미 정상회담의 날짜와 시간, 장소를 “수일 내 발표하겠다”며 차일피일 미뤘다. 이후 지난 1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싱가포르를 낙점하기는 했지만 구체적 사항은 함구하는 입장이다. 이를 두고 북미 회담이 교착 상태에 놓인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트럼프의 ‘예측 불가’한 성향은 이미 널리 알려진바, 여러 가능성을 열어둬야 여론이 호도되지 않을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미국의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지난 10일(현지시간) “(트럼프의)예측 불가능성은 북미 정상회담에 임하는 그의 협상 전략일 수 있다”며 “김 위원장이 ‘혈통’을 내세워 독불장군처럼 나서는 전략이라면, 트럼프 대통령은 그(김 위원장)보다 더 그렇게 보이려고 할 것이다. 상황이 어떻게 급변할지 모른다”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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