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외 9개 시민사회단체가 15일 서울특별시 중구에 위치한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EBS ‘까칠남녀’ 폐지 인권침해·차별 국가인권위 진정 기자회견을 열었다.
 
진정 대상은 EBS ‘까칠남녀’ 프로그램에서 은하선을 출연정지하고 프로그램을 폐지한 행위이며, 피진정인은 한국교육방송공사(EBS)와 당시 은 작가에게 ‘까칠남녀’ 하차를 통보한 류재호 CP다.
 
진정인은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민주언론시민연합, 불꽃페미액션,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여성위원회,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초등성평등연구회, 피스모모,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한국여성단체연합 등의 시민사회단체다. 

피해자는 당시 ‘까칠남녀’ 패널로 출연하던 손아람, 손희정, 은하선, 이현재다.
 
‘까칠남녀’는 지난해 12월 25일과 올해 1월 1일 2회에 거친 성소수자 특집을 방영했다. 이후 일부 반(反)성소수자 단체를 중심으로 혐오 민원이 제기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에 EBS 측은 출연진이던 은하선 작가에게 일방적으로 하차를 통보했다. 이러한 처우에 대한 항의 의사 표현으로 함께 방송 출연하던 손아람 작가, 손희정 문화평론가, 이현재 교수가 방송 녹화 보이콧 선언을 했다. 그 뒤 ‘까칠남녀’는 2월 5일 조기종영 됐다.
 
사회를 맡은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잇을(가명) 집행위원은 “(EBS ‘까칠남녀’ 폐지는) 출연자 4인의 인권, 평등권, 인격권,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행위이며 성소수자 혐오에 동조해 교육공영방송으로서의 책무를 저버린 행위라는 점에서 문제”라고 지적했다.
 
진정대리인을 맡은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박한희 변호사는 “까칠남녀 성소수자 특집 출연자 4명이 전부 모인 게 방송 이후 처음”이라면서 “그 자리가 국가인권위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 자리라는 것이 답답하고, 성소수자 인권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입을 열었다.
 
이와 더불어 해당 사례는 “‘성소수자가 방송에서 다뤄지는 것은 시기상조다’ ‘성소수자를 다루는 방송은 제작되어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사회적으로 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정서 개요 소개 이후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심기용 집행위원, 언론개혁시민연대 권순택 활동가,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황소연 활동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여성위원회 김성애 활동가의 진정인 발언이 이어졌다.
 
심 집행위원은 “(EBS 측은) 은하선 씨에게 개인의 자질을 운운하며 하차를 통보했다”면서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문제를 봉합하려는 치졸한 자세를 보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EBS 측에 ▲안전한 환경을 만들 것 ▲인권이 지켜지는 방송을 만들 것 ▲혐오와 차별에 손 들어주지 말 것을 요구했다.
 
김 활동가는 “한국방송공사법에 의하면 EBS의 설립 목적 중 하나는 학교 교육 보완”이라고 말하면서 “‘까칠남녀’는 EBS의 설립 목적에 가장 가까운 프로그램이었다”고 밝혔다.
 
그에 의하면 ‘까칠남녀’는 젠더 토크쇼를 표방하면서 그동안 학교 교육에서 전혀 다뤄지지 않았던 페미니즘을 다루었고, 존재했으나 언제나 존재해서는 안 되는 존재로 취급되는 성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드러내는 시도를 했다. 이로 인해 많은 학생들과 교사들이 성소수자, 페미니즘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진정인 발언 뒤에는 ‘까칠남녀’ 성소수자 특집에 출연했던 은하선, 강명진, 김보미의 기자회견문 낭독 및 진정서 제출이 진행됐다.
 
기자회견문에는 법적, 윤리적으로 다양성과 평등의 책무를 지는 공영방송 EBS의 ‘까칠남녀’ 폐지에 대한 책임을 묻는 내용과 국가인권위원회가 독립적 인권기구로서 미디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러한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엄중하게 이 사건을 다뤄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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