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 촬영 빙자 노출 요구, 음란사이트에 사진 유출되기도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유튜버 양모씨의 모델 촬영을 빙자한 성추행 폭로 이후 유사한 피해사례에 대한 폭로가 잇따르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양 씨는 연애 콘텐츠를 주제로 유튜브 계정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그녀의 유튜브 구독자는 17만 명이다. 양 씨는 지난 16일 자신의 유튜브 및 SNS 계정에 ‘저는 성범죄 피해자입니다’라는 게시글과 영상을 올렸다. 영상이 공개되자 경찰 수사를 촉구하는 네티즌들의 글이 쇄도했다.

노출 강요하지 않는다고 안심시키더니…촬영 시작 후 돌변
경찰…방통위에 양 씨 사진 공개된 음란사이트 6곳 폐쇄 요구


양 씨가 공개 내용에 따르면 배우를 지망하던 양 씨는 지난 2015년 7월 한 알바사이트를 통해 피팅모델에 지원해 ‘실장님’이라고 불린 A씨와 계약했다. 

양 씨는 글에서 “(A씨가)평범한 콘셉트 촬영인데 가끔은 섹시 콘셉트도 들어갈 거라고 했다”며 “아는 PD와 감독도 많으니 소개해주겠다고 했다. 그 말에 좋은 곳이구나 생각하고 속았다”고 적었다.

촬영 당일 스튜디오에는 20여 명의 남성들이 촬영기기를 들고 있었고, A씨는 스튜디오 문을 걸어 잠근 뒤 노출이 심한 속옷을 주며 촬영을 강요했다. 양 씨는 수차례 거절했지만 결국 사진 촬영을 당하고 현장에 있던 남성들에게 성추행도 당했다.

양 씨는 이어진 강요에 계약서 내용대로 5번의 촬영을 마쳐야 했고, 불안에 떨며 지내던 도중 지난 8일 한 음란사이트에 당시 사진이 올라왔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또 해당 사이트에 비슷한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되는 다수 여성들의 사진을 보고 사실을 공개하기로 마음먹었다는 설명이다. 

11일 고소장 접수
마포경찰서 전담수사 중


지난 18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마포경찰서는 양 씨와 배우 지망생 이모(28·여)씨의 피해사실에 관한 고소인 조사를 비공개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마포경찰서는 여청수사 2팀(5명)을 이번 사건을 담당하는 전담수사팀으로 지정했다.

경찰은 양 씨 등을 상대로 당시 정확한 사건경위를 조사하고 진술 내용을 토대로 피고소인에 대해 감금, 추행 등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확인했다. 

경찰은 양 씨 등이 지난 11일 고소장을 접수하면서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문제의 촬영이 진행된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스튜디오 2곳을 방문해 피고소인을 특정했다. 

전날에는 고소인들의 사진이 유출된 것으로 파악된 음란사이트 6곳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에 폐쇄 요청을 했다.

경찰의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가수 겸 배우 수지가 양 씨 사건과 관련한 국민청원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건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다. 

수지는 지난 18일 인스타그램에 “그 분이 여자여서가 아니다. 페미니즘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 대 사람으로 ‘끼어들었다’. 휴머니즘에 대한 나의 섣부른 끼어듦이었다”라고 썼다. 

섣불리 특정 청원에 끼어든 것 아니냐는 일부 지적에 대해 “맞다. 영향력을 알면서 어떠한 결과도 나오지 않은 사건에 마땅히 한쪽으로 치우쳐 질 수 있는 행동이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어찌 됐든 둘 중 한 쪽은 이 일이 더 확산돼 제대로 된 결론을 내리길 바란다고 생각했다. 둘 중 어느 쪽이든 피해자는 있을 거니까”라며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통해 좀 더 정확한 해결 방안이 나왔으면 하는 마음에서, 저렇게 지나가게는 두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배우의 꿈을 가지고 있던 ‘여자 사람’이 3년 전 일자리를 찾다가 원치 않는 촬영을 하게 됐고 성추행을 당했고, 나중에는 그 사진들이 음란사이트에 유출돼 죽고 싶었다”는 글을 읽는 내내 힘들었다는 수지는 “만약 이 글이 사실이라면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야 할 것 같았고 수사를 했으면 좋겠고 앞으로 이런 피해가 생기지 않기를 바랐다”고 강조했다. 

유사 사례 잇따라
피해사실 인지 즉시 신고해야


양 씨의 성폭력 피해 고백에 힘입어 SNS에는 유사한 피해 사례 공개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18일 페이스북에는 “모델 촬영 빌미로 성추행 (당한) 사건의 다른 피해자다. 저도 용기를 얻어 이야기해본다"는 B(17)양의 피해 호소글이 올라왔다.

게시글과 B양 등에 따르면 모델을 지망하는 B양은 지난 1월 모델구인사이트 등에 이력서를 올려두고 일을 찾던 중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 스튜디오로부터 ‘일반 사진회’ ‘포트폴리오’ 모델을 찾는다는 연락을 받았다. 

B양은 “스튜디오 실장이 ‘노출은 어디까지 가능하냐’ 등을 물어 ‘미성년자이기도 하고 노출은 힘들다’고 답하니 강요하지 않는다고 안심시켰다”고 밝혔다. 하지만 막상 촬영에서 B양은 속옷이 다 보일 정도의 옷을 입어야 했고, 실장은 “속옷을 벗어달라” “가슴이 예쁘다” 등 발언을 했다. 포즈를 잡아준다며 B양의 신체를 만지기도 했다고 한다. 

B양은 스튜디오 측이 계약서도 차일피일 미뤄 결국 작성하지 못했고, 촬영한 사진도 일부만 받았다고 전했다. B양은 “계약서를 차일피일 미뤄서 노출은 하지않겠다는 내용을 포함해 계약서를 써갔지만 결국 작성하지 않았다”며 “부모님에게는 노출이 심한 사진을 찍는다고 말하지 말라고 당부했고, 본인에게는 노출이 덜한 사진만 골라서 줬다”고 말했다.

B양은 “노출을 강요하면 다음부턴 촬영 안하겠다”고 거절도 했으나 이미 촬영한 사진들과 보복이 두려워 4차례 촬영을 더 했다고 한다. 

B양은 “실장이 매번 다음엔 강요 안하겠다고 마무리지었고, 마지막 촬영 이후 석 달 동안 지속해서 연락이 왔다”며 “하루하루 무섭고 수치스러운 것을 티내지 않으며 살다 사진들이 어디서 유포될지 모르겠단 힘든 마음에 글을 올렸다”고 밝혔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도 올해 비슷한 피해 사례 2건이 접수돼 법률 지원 중이다.
센터 측은 “피팅모델 촬영을 갔다가 성적수치심을 들 수 있는 사진을 찍고 동의 없이 음란사이트에 유포됐다는 사례 2건이 올해 접수됐다”며 “피해자 보호 차원에서 구체적인 것은 알릴 수 없다”고 밝혔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촬영 주최가 사실을 숨기고 불러들이는 이상 피해를 미리 예방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두렵다고 해서 신고를 늦추기보다 피해사실을 인지했을 때 재빨리 경찰이나 여성단체에 신고해 대응해야 유포를 최대한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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