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삼익악기와 영창악기의 인수합병불가 결정을 내린 이후 공정위와 삼익악기측이 대립관계에 놓였다. 영창악기 최대주주인 삼익악기측은 지난 20일 돌아온 4억6천만원의 어음을 막지 않고 1차 부도를 냈는데, 이를 두고 무리한 법적용으로 영창악기를 부도로 몰고 갔다는 삼익악기의 ‘공정위 책임론’ 과 인수를 위해 삼익악기가 부도를 고의로 방치했다는 공정위의 ‘고의 부도론’ 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9일 삼익악기의 영창악기 인수를 사실상 시장독점에 해당하는 것으로 규정, 삼익이 취득한 영창의 지분 48.6% 전량을 1년안에 제3자에게 처분할 것을 명령했다.

그러나 삼익악기는 공정위로부터 의견서를 통보받는대로 행정소송을 통해 맞대응할 방침이다. 공정위는 삼익악기와 영창악기가 합병할 경우 양사의 시장점유율은 92%에 달하게 되기 때문에 영창악기의 부도여부와는 상관없이 영창 지분매각 명령을 담은 공식의견서를 조만간 최대주주인 삼익악기에 전달할 것이라는 방침이다. 현재 공정위는 인수합병은 절대 인정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공정위 독점과의 한 관계자는 “영창악기가 부도를 맞았지만 회생할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따라서 인수합병을 인정해 줄 수 없다” 며 “인수합병의 조건을 갖추려면 현재 지급불능 상태거나, 인수합병을 하지 않으면 퇴출될 위기거나, 3자 인수 가능성이 없는 회생불능 상태, 이 세가지 경우 중 하나여야 하는데 지금 삼익악기는 그런 상황은 아니다” 라고 언급했다.

영창악기의 경우 특히 두 차례에 걸친 컨설팅 결과 존속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높게 나와 충분히 정상화가 가능하고, 제3자 인수를 통해 삼익악기보다 경쟁제한성이 약한 기업이 합병을 시도한다면 가능하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하지만 삼익악기 측의 생각은 다르다. 불경기로 국내 악기시장이 점점 위축되는 상황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기업결합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삼익악기 관계자는 “어차피 내수시장 자체가 10년전과 비교해 10분의1 수준으로 축소돼 독점으로 인한 가격횡포가 일어날 상황이 아니다”라며 “삼익과 영창이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내야만 야마하 같은 외국 브랜드와 경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공정위 결정으로 삼익악기측은 영창악기 주식 매입비 110억원과 기계 구입 비용 4억원, 영창에 대한 인적, 물적 지원비 60억원 등 총 174억원에 달하는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등 강경 대응할 방침이다. 또, 고의부도설과 관련해 “부도처리된다면 투자금액을 고스란히 손해보게 된다. 억지스러운 추측이다” 라고 일축했다. 영창악기 관계자도 “운영자금이 바닥난데다 영업 부진으로 부도를 맞게 됐다” 며 고의부도 가능성을 부인했다. 삼익악기는 여전히 영창악기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인수자금을 비롯해 기계구입, 구조조정 등에 174억원이 투입돼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삼익악기는 내심 화의나 법정관리 후 재인수를 추진하기로 했지만 화의와 법정관리 여부는 법원이 판단할 상황이라 이번 사태의 최종 결과는 사법부의 판단에 맡겨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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