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가치 하락·미 금리 인상 등 영향 우리 증시는 어떨까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러시아 등의 통화가치가 하락하면서 신흥국 발(發) 6월 경제 위기설이 나돌고 있다. 여기에 미국 달러 강세 흐름이 지속되면서 신흥국 자금 이탈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보태진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예고 역시 신흥국 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불확실성으로 인한 시장 혼동 가능성 제기
“아시아 신흥국은 다르다” 투자 기회 의견도


6월 경제 위기설은 신흥국을 중심으로 화폐 가치가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브라질이나 러시아도 통화 가치가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미연준이 추가 금리 인상을 실시하면 달러 강세와 금리 급등까지 예상된다.

이에 따라 신흥국 중 일부는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놓일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실제 지난 15일 기준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달러화 대비 아르헨티나 통화가치는 연초 대비 -34.49%, 터키 -14.89%, 브라질 -9.36%, 러시아-7.36% 등을 나타냈다.

자금 유출 규모를 보면 5월 둘째 주(3~9일)에만 신흥국 펀드로부터 36억 7000만 달러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또 지난18일(현지 시간) 이머징마켓포트폴리오리서치(EPFR)에 따르면 신흥국 채권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지난 3주간 40억 달러에 달했다.

올해 들어서만 20%가 넘게 통화가치가 급락한 아르헨티나가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했다는 점도 신흥국 자산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기에 충분했다.

반대로 지난 17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전날 뉴욕외환시장에서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미국 달러인덱스는 전일보다 0.20% 오른 93.28을 기록했다. 지속된 달러 강세로 달러인덱스는 지난 한 달 동안 89포인트에서 93포인트까지 4.4% 올랐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서 글로벌 자금이 미국으로 회귀하는 이른바 ‘머니무브(자금의 이동)’ 조짐도 있다. 이러한 일련의 현상이 신흥국의 6월 결제 위기설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아르헨티나의 금융위기와 미국의 금리인상 등의 요인으로 신흥국들의 통화가치가 하락하고, 연쇄 반응으로 신흥국 경제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설명이 ‘6월 위기설’의 배경이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자 신흥국 범주에 속하는 한국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견해가 나온다. 미국의 금리인상 후유증으로 한국 증시에 머물던 외국인 투자자도 국내 증시를 떠났거나 떠날 채비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 근거로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6월 위기설이 현실화되는 것은 확정적이지 않고, 가능성도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면서도 불확실성에 기인한 금융 시장 혼동이 있거나 대비 차원의 움직임 정도는 가져야 한다는 조언이다.

한국의 외환 보유액이 4000억 달러 수준이며, 중국·캐나다 등 주요국과의 통화스와프 체결이나 경상수지 흑자 흐름 등을 고려할 때 심각한 위기는 오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다. 실제 원화 가치는 오히려 완만한 강세를 보이기도 한다.

지난 17일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피델리티자산운용의 캐서린 영 인베스트먼트 디렉터는 “아시아 신흥국과 그 외 신흥국은 다르다. 신흥국의 위기라고는 하지만 아시아 지역 국가들은 재무 구조도 양호해 지금이 투자하기에 좋은 기회”라고 발언했다. 

아르헨티나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이후 6월 신흥국 위기설이 나오고,  미국 금리 인상으로 신흥국의 자금 이탈 압력이 커지지 않겠느냐는 물음에 대한 답변이다. 아시아 신흥국의 외환위기 발생 가능성은 낮고 위기설도 걱정 없다는 것이 피델리티 입장이다.

또 같은 날 그는 아시아 시장의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근거로 투자심리, 밸류에이션, 펀더멘탈 등 3가지를 제시했다. 미국 달러 기준으로 아시아 주식은 40% 이상 상승하는 등 투자 자금이 미국에서 아시아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캐서린 디렉터는 “밸류에이션으로도 아시아 주식은 선진국 주식보다 매력이 있다”며 “에너지, IT 분야의 기업들의 펀더멘털이 좋아지고 있어 전체 실적 향상을 이끌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한금융투자 김후정 연구원은 신흥국펀드에서 중국과 한국의 위치라는 제하의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외국인의 한국주식 순매도는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 작년 하반기에도 신흥국 관련 주식펀드 등으로 자금 유입이 이어졌다“고 밝혔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지난해 3월 5680억 달러였던 신흥국주식펀드의 규모는 1년 만에 7490억 달러까지 늘어났다. 동기간 신흥국주식 ETF(Exchange Traded Fund)도 1590억 달러에서 2320억 달러로 늘어났다.

연초에는 글로벌 경기 회복과 달러 약세에 대한 예상으로 신흥국 관련 주식펀드와 주식 ETF로 자금 유입이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신흥국 관련 주식펀드와 주식ETF로의 자금 유입 규모가 줄어들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신흥국의 6월 위기설 등이 불거지면서 4월 중순부터 신흥국 관련 ETF에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미국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도 신흥국 관련 자금 유출에 힘을 보태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신흥국 펀드에서의 자금 유출은 한국 주식에 대한 매도로 이어지므로, 당분간 외국인 수급의 불안 요인이 커질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해 볼 때 일부 국가의 유동성 위기에 우려되는 측면이 있지만, 반대로 투자의 기회도 될 수 있다는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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