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기업인 부고에 대한민국 산업화 공로 재조명 이어져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 고 하동환 한원그룹 명예회장 등 재계의 어르신으로 자리했던 기업인들의 별세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잇따른 비보에 각 기업을 비롯해 경제단체 등 재계 곳곳에서는 고인을 향한 추모 행렬이 이어졌고 대한민국 산업화에 기여한 그들의 공로를 재조명하기 시작했다. 일요서울은 재계 1세대로 불리는 경영인들의 기업가 정신과 그들이 남긴 사업보국의 흔적을 통해 우리 기업인들이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을 짚어보기로 했다.

구인회·이병철·정주영 등 창업주 ‘도전, 신뢰, 인화’ 등 강조
재계 “재벌 일탈·갑질 논란 등 벗고 사회적 기업으로 거듭나야”


작금에 이르러 반(反) 재벌 정서가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한 모습이다. 총수 일가의 각종 범법 행위, 대·중소기업 간 갑을(甲乙) 논란, 대기업의 자영업자 골목상권 침해 등  상식을 벗어난 재벌들의 행태가 갈등을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대기업 중심의 산업 구조와 재벌 생태로 인한 갈등이 반복되면 ‘한국 산업의 위기이자, 우리 경제 전체의 위기’ 를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산업화의 기틀을 다지고 세계적 성장을 이끈 1세대 창업주의 정신을 본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배경이다.

재벌이 기업가로 불리고, 비난이 아닌 존경을 받던 시대는 산업 태동기라는 의견이 많다. 한 재계의 관계자는 “삼성의 이병철, 현대 정주영, LG 구인회 등 창업주들은 사업보국 정신을 토대로 경제 발전과 사회 발전에 기여했음을 인정받은 대표적 기업인”이라고 전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지도층의 사회적 책임)를 실천한다는 평가를 받은 대표 기업인 고 구본무 회장 별세로 주목받고 있는 LG그룹부터 살펴보면, 경영의 기초를 화합과 신뢰를 중시하는 인화(人和)와 정도(正道)로 삼고 있다.

고 구본무 회장 애도, 경영이념 회고 이어져… 

구본무 회장이 2017년 신년사에서 “국민과 사회로부터 존경 받는 기업이 됩시다. 사업구조를 고도화하고 경영 시스템을 혁신하더라도, 사회로부터 인정과 신뢰를 얻지 못하면 영속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구본무 회장의 정신은 선대 창업주부터 면면히 내려온 것이다. LG그룹은 연암(蓮庵) 구인회가 창업주다. 연암의 경영이념은 인화단결주의, 가족주의, 근검절약주의, 도전과 개척주의, 인재중용주의, 기술혁신주의, 국제화와 정도주의 등으로 전해진다.

특히 창업주인 연암의 생활철학이며 경영사상이기도 한 인화단결은 여러 사람의 마음을 하나로 화합하며 한마음, 한뜻으로 여러 사람이 한데 뭉쳐 단합하는 것이다. 또 대대로 LG가의 기업가들은 인화경영의 모범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LG는 창립 이후 단 한 차례의 불협화음 없이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순조로운 경영 승계를 해온 것이다.

또 다른 존경받는 기업인인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기업가 정신은 그의 어록 “이봐, 해봤어?” 로 대변된다. “길이 없으면 찾고, 찾아도 없으면 닦아 나가라”, “겁이 나거든 집에 가서 누워 기다려라” 등 정주영 회장의 어록은 기업가의 도전 정신을 강조한다.

아울러 정주영 회장이 강조하던 정신은 도전, 창의, 희망이라는 3가지 덕목이다. 현대가의 기업가정신을 연구해 온 경영사학자들도 아산이 보여준 기업가정신의 첫째 덕목으로 도전정신을 말한다.

또 현대가 주변 후문으로는 정주영 회장은 평소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에서도 절대 포기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천성이 낙천주의자였던 그는 안 된다거나 어렵다는 말을 가장 싫어했다고 한다.

호암 이병철 회장의 경영 철학은 ‘경청’과 ‘목계경영’이 중심이다. 또 그의 기업가 정신은 1987년 이건희 회장의 취임사를 통해 들여다볼 수 있다. 당시 이건희 회장은 “삼성이 지금까지 쌓아 온 전통과 창업주의 유지를 계승하여 더욱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 선언했다.

그러면서 “개인의 독선보다는 다수의 의견과 조직을 우선하고 책임경영과 공존공영의 원칙을 철저히 지켜 사업보국, 인재제일, 합리추구의 경영이념을 실현해 나갈 것”이며 “미래지향적인 경영을 통해 삼성을 세계적인 초일류기업으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반 재벌정서 없앨 답은 ‘지도층의 사회적 책임’

SK그룹의 전신인 선경의 창업자 담연(湛然) 최종건도 무에서 유를 창조한 대표적인 창업가형 기업가라는 평가다. 현재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혁신경영과 현장경영 등 SK그룹 경영이념도 선대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최종건 창업회장과 최종현 선대회장은 사업보국 정신이 투철한 것으로 유명한데, 지금 SK그룹의 기반인 신용 우위, 기술 우위, 인재 우위의 경영 이념도 두 창업회장로부터 시작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아울러 이들 외에도 한화그룹을 일으킨 현암(玄岩) 김종희 선대회장은 대기업 창업주 가운데서도 누구보다도 열정적이고 사명감 넘치며 강직한 성품으로 알려진다. 특히 현암은 정직과 신용 등을 중요 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 두산그룹의 창업주 매헌(梅軒) 박승직(1864~1950)은 미래지향적이고 진취적인 안목을 발휘한 경영주였다. ‘한민족의 전진’을 강조한 한진그룹의 창업자 정석 조중훈도 우리 기업인들이 본받을 만한 선대 기업인으로 꼽힌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우리나라 주요 기업 창업주들의 정신은 현재를 관통하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면서 “세계 시장을 목표로 신사업을 주도하는 도전정신과 더불어 사는 사회적 기업을 책임감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기이기 때문”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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