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 환경‧훈련 방식 등 변화 돋보여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2018년은 예비군 창설 50주년의 해다. 예비군은 지난 1968년 1월 21일 김신조 일당의 청와대 습격사건(1.21사태)을 계기로 북한의 비정규전에 대비하기 위해 같은 해 4월 1일 창설됐다. 정부는 매년 4월 첫째 주 금요일 예비군 창설을 기념하기 위해 1969년부터 ‘예비군의 날’ 행사를 실시하고 있다. 새 정부 들어 변화한 군 장병 처우 개선만큼이나 예비군 훈련의 여건도 많이 바뀌었다는 평이 나온다. 일요서울은 지난달 23일부터 25일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한 예비군훈련장을 찾아 무엇이 바뀌었는지 살펴봤다.

얼룩무늬 전투복→신형 디지털 전투복···예비군 옷차림의 변화
미세먼지 농도 군에서도 ‘화두’···‘자율참여형’ 훈련, 긍정적 반응


‘일하면서 싸우고, 싸우면서 일하자’는 표어 아래 창설된 예비군은 50년을 이어오며 모습이 많이 바뀌었다.

예비군 복장은 물론, 복무기간이나 조직 등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35세까지 예비군으로 편성됐던 복무 연령제는 1989년 33세로 연령을 낮춘 이후, 1994년에 군 복무 종료 후 8년까지만 편성되는 복무 연한제로 바뀌어 현재 모습을 갖췄다.

예비군 훈련의 ‘꽃’으로도 불리는 3박 4일 동원훈련도 한 차례 변화를 겪어 현재는 2박 3일로 운영되고 있다. 아직 부족하다는 예비군들의 푸념이 들리지만 동원훈련 보상비도 인상된 상태다.
 
취사장 위생 관리 ↑
 
지난달 23일 오후. 기자는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한 예비군훈련장을 찾아가고자 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에서 하차했다. 지하철에 탑승해 이동할 때까지만 해도 예비군을 보기 힘들었다. 그러나 구파발역 출구로 나서자 군복을 입은 예비군들이 속속 보이기 시작했다.

출구 인근에 위치한 버스정류장에서 예비군훈련장까지는 버스를 타고 대략 30~50분. 예비군 20~30여 명이 탑승한 버스는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버스에서 하차한 뒤 예비군훈련장 앞으로 가자 형형색색의 전투모를 쓴 예비군들이 즐비했다. 군복 상의를 풀어헤친 예비군도 많았다. 이들을 보자 드디어 예비군훈련장에 도착했음을 실감했다.

휴대폰을 제출하고 보직과 생활관을 확인받는 등 여러 입소 절차를 마친 뒤 생활관에 들어서자 생활관 담당 병사(조교)가 긴장한 모습으로 예비군들을 맞이했다. 기자는 지난해에도 이 예비군훈련장에서 동원훈련을 받은 바 있다. 지난해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생활관 풍경이 보였다. 모포, 포단, 베개 등 침구류가 깨끗한 상태로 비닐에 싸여 있었으며 생활관 중앙에는 책상을 들여놔 휴지, 손 소독제, 장기, 바둑 등의 편의 용품을 비치했다.

취사장에서도 새로운 모습들이 보였다. 야유회에서나 볼 법한 일회용 수저와 종이 그릇(국용). 식판에는 비닐을 씌워 위생에 신경 쓴 모양새다. 군대 식기의 트레이드마크인 포크 숟가락은 자취를 감췄다.

세면장에도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풍경이 보였다. 예비군들의 편의를 위해 치약, 비누, 손 세정제, 샴푸까지 비치해 놨다. 예비군들은 세면장에 들어서면서 “오!”라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화장실 내 모든 좌변기 칸에는 휴지가 있었으며 청소도 깨끗이 해놓았다.
 
놀다 오는 훈련 아냐
 
예비군 훈련장의 모습만 바뀐 게 아니다. 예비군들의 옷차림에도 변화가 생겼다. 일명 ‘개구리복’이라 불리는 얼룩무늬 전투복을 입은 예비군들의 인원이 현저히 준 것.

군은 지난 2006년 특전사가 진녹색 계열의 디지털 패턴을 채택한 것을 시작으로 2011년부터 육군은 회색 계통의 화강암 무늬를, 해병대는 연한 녹색과 진한 녹색의 물결무늬 전투복을 착용하고 있다.

200여 명이 넘는 예비군 중에서 얼룩무늬 전투복을 입은 사람들은 10명 남짓에 불과했다. 얼룩무늬 전투복 세대들의 동원 훈련이 끝났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얼룩무늬 전투복을 입은 한 예비군은 “나도 신형 디지털 전투복 세대다. 얼룩무늬 전투복은 선임에게 물려받은 것”이라고 했다.

미세먼지 농도는 군에서도 뜨거운 화두다. 사격 훈련장으로 향하자 조교들은 마스크를 나눠줬다. 더운 날씨 탓에 마스크를 쓰는 예비군들은 많지 않았지만 훈련 관계자들은 지속적으로 마스크 착용을 권유했다. 현역 장병들에게도 변화의 모습이 있다고 한다. 한 조교는 “미세먼지 농도가 높으면 아침 점호를 실내에서 한다”고 귀띔했다.

미세먼지 농도는 훈련에도 영향을 끼친다. 둘째 날 연병장에서 주특기 훈련을 받던 중 조교들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미세먼지 수치가 높아 주특기 훈련 대신 실내 전투영화 시청을 하겠다는 것. 예비군들의 건강이 염려된다는 이유다. 훈련 관계자는 “미세먼지 수치가 높아 사단에 훈련 변경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전투영화 시청 전에 야식을 먹는 시간이 마련됐다. 취사장으로 향하자 컵라면을 하나씩 나눠줬다. 자리에 앉자 갑자기 전등이 꺼졌다. 멀리서 촛불로 장식된 케이크를 든 간부의 모습이 보였다. 예비군 생일자를 축하하기 위함이다. 2명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얼떨떨한 얼굴이다. 심지어 현역에게 제공되는 일명 ‘쌀케이크’도 아니었다. P제과의 고급스러워 보이는 케이크다. 지친 기색이 역력했던 예비군들, 이때만큼은 한마음으로 박수를 보냈다. 이 밖에 훈련 방식에도 변화가 감지됐다. 사격, 화생방 교육, 구급법, 주특기 등의 훈련 외에도 ‘팀워크 강화 활동’이라며 연병장에서 공 튀기기, 제기차기 등의 단체 활동을 진행했다. “애도 아니고”라는 푸념을 늘어놓던 예비군들의 눈빛이 바뀌었다. 실제 참여가 잇따르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 간부는 우승상품도 내걸었다. 훈련에 대한 예비군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이처럼 예비군 훈련장 환경, 훈련 방식 등 여러 변화의 모습이 보였다. 모든 예비군 훈련장에 이 같은 변화가 이뤄진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기자가 실제로 2박 3일간 훈련에 임하면서 피부로 느낀바가 있다. 현역 장병들은 훈련을 철저하게 준비했으며 ‘자율참여형’이라는 예비군 훈련 표어에 맞게 예비군들은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모습이 돋보였다. ‘설렁설렁 놀다 오는 예비군’은 옛말이 된 모양새다.

한편 여러 변화에도 많은 예비군들의 불만이 여전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점진적으로 훈련 환경이 개선되고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지난 4월 예비군의 날 격려사를 통해 “의무만을 강요하기보다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긍지와 보람을 갖고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예비군의 장비와 물자 수준을 향상시키고 과학화 훈련장을 도입하는 등 여건 개선을 위해서도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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