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지방선거만큼 쟁점이 없는 선거는 없었다. 이번 지방선거만큼 결과를 예측하는 데 어려움이 없는 선거도 없었다. 이번 지방선거만큼 열심히 하지 않는 여당도 없었다. 그런데 여론조사 결과는 그 여당이 압승하는 분위기이다.

왜일까? 원인은 하나다. 야당들이 자존(自尊)하려는 생각이 없고, 자학(自虐)하려하기 때문이다. 좀 더 망가지고 싶은데, 그 기회를 이번 지방선거로 정한 것 같다. 월드컵에 9회 연속 진출한 한국축구대표팀 만큼이나 기대할 것이 없는 야당들이다. 자연스레 관심은 지방선거 후의 정계개편에 모아질 수밖에 없다.

일제로부터 독립한 우리나라는 반공 이데올로기와 이에 편승한 군부에 의해 보수 우위의 지배체제를 확고히 했다. 군사독재정권에 대항한 민주화 세력도 본질적으로는 보수에 기반한 세력이었다. 그러나 87년 6월 항쟁을 겪은 이후 그 민주화세력은 진보성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보수는 이에 본능적으로 위협을 느꼈고, 이는 1990년의 3당 합당으로 이어지면서 다시 한 번 보수 우위의 지배체제를 구축했다.

이후의 한국 보수는 탄탄대로를 걷는 듯했다. 그러한 자신감 때문인지 1997년과 2002년의 대통령선거에서는 2회 연속 보수 분열로 대통령 선거에서 실패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10년 동안 권력을 잃었지만, 그렇다고 보수의 기반이 무너진 것은 아니었다.

이명박 후보는 보수 분열의 상태에서도 압도적으로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박근혜 후보는 콘크리트 보수층을 견고히 함으로써 반보수연합의 문재인 후보와의 일대일 대결을 승리로 이끌었다. 당시의 야당은 ‘기울어진 운동장’ 타령으로 자신들의 패배를 합리화하기에 급급했다.

그런데 정작 ‘기울어진 운동장’ 시대에 파멸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은 보수 세력이었다. 보수(保守)를 보수(補修)하려는 생각이 없었고, 보수를 혁신하려는 생각은 더더욱 없었다. 보수의 위기가 도래했을 때는 임기응변으로 상황을 모면하려 하였다. 그런데 그때마다 그들의 작전은 여지없이 들어맞았다. 결국 자정능력을 잃어버린 그들은 서서히 데워지는 가마솥 안의 개구리처럼 현실에 안주하면서 죽어가는 길을 택하고 말았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은 그러한 과정의 일부였다. 보수의 궤멸은 결국 그들 스스로가 선택한 길이다. 그리고 아직도 그들은 더 망가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망가지는 것은 이번 지방선거까지 만이어야 한다. 새가 양 날개로 날 듯 우리 정치도 진보와 보수의 균형 위에서 발전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이고, 그 중심에는 국회의원들이 있다. 정치의 주체인 국회의원들 스스로가 국민의 심판을 받는 2020년 국회의원선거에서 야당들은 지금과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필자가 지금의 야당에 호감을 가져서가 아니다. 지금의 여당도 여당이 되는 과정이 스스로 개혁하고 혁신하고 노력한 결과가 아니어서 불안하기 때문이다.

이번 지방선거가 끝나면 야당은 다음과 같이 변화했으면 좋겠다. 첫째, 합쳐라!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라는 그럴듯한 미사여구로 자신만의 길이 있는 것처럼 어필해 왔던 안철수는 이미 뼛속까지 보수라는 점을 각인시켰다. 자유한국당에는 박근혜도 이명박도 없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따로 있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둘째, 바꿔라! 흘러간 물로 물레방아를 돌릴 수는 없다. 과감한 세대교체가 답이다. 셋째, 버려라! ‘기울어진 운동장’은 영호남의 문제가 아니다. 수도권이 더 심각하게 기울어져 있다. 영남을 버림으로써 새로운 길이 열릴 것이다.

넷째, 혁신하라! 정책의 혁신, 사고의 혁신을 통해 자신들이 바뀌었다는 것을 세상에 알려라. 그리고 기회는 한 번이고 기간은 1년 남짓임을 잊지 말기 바란다.

이경립 편집위원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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