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6.13 지방선거는 전국 12곳의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와 함께 치러진다. 현재 더불어민주당(119석)과 자유한국당(113석)의 의석수 차이는 불과 ‘6석’이다. 산술적으로는 재·보선 결과에 따라 원내 1당이 바뀔 수도 있다. 그러나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평가되는 지방선거 판세가 이번 재·보선에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여론조사가 잇따르고 있다. 조사대로라면 한국당은 ‘0석’을 기록, 하반기 ‘국정 운영’의 주도권은커녕 당의 존폐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 각 당 지도부의 운명은 물론 향후 정국 주도권의 향배에 영향력을 끼치고 정계개편의 ‘신호탄’이 될 재·보궐 선거 ‘격전지’ 속으로 들어가 보자.
 

- 민주당 ‘싹쓸이’, 한국당·바른미래 ‘0석’
- 벌써 ‘포스트 6.13’… 지도부 책임론·원구성·정계 개편 ‘요동’

 
KBS·MBC·SBS 등 방송3사가 칸타퍼블릭·한국리서치·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해 지난 1~3일 선거구별 성인남녀 500~506명을 대상으로 6.13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후보 지지도를 조사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재보선이 확정된 12곳 중 민주당 후보가 11곳에서 지지율 1위로 나타났다. 나머지 1곳은 보수의 텃밭인 TK(대구·경북) 김천인데, 민주당은 ‘적격 후보가 없다’며 무공천한 곳이다. 그런데 이곳에서도 한국당 송언석 후보(22.8%)가 무소속 최대원 후보(29.1%)에게 오차범위 안에서 뒤진 것으로 나왔다.
 
한국당, 1위 지역 없어...
‘보수 텃밭’은 ‘옛말’
 

지방선거와 마찬가지로 ‘최대 격전지’로 꼽히던 수도권과 부·울·경(부산·울산·경남)에서도 여야 후보 간 격차는 상당하다. 먼저 ‘친문 핵심’ 민주당 최재성 후보와 ‘홍준표 키즈’ 한국당 배현진 후보가 맞붙은 서울 송파을 지역에선 최재성 후보(39.2%)가 배현진 후보(18.4%)와 바른미래당 박종진 후보(6.3%)를 크게 앞섰다.
 
송파을은 지난 17·18·19대 총선에서 모두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이 승리를 차지했을 만큼 보수 정당 강세 지역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지난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한국당 전신)의 공천 파동으로 당시 김무성 당대표가 일명 ‘옥새런’을 감행해 후보를 내지 못했다.
 
이에 송파을은 민주당 최명길 의원이 당선되며 12년 만에 민주당이 되찾아왔지만 최 의원의 국민의당(바른미래당 전신) 이적, 당선 무효형 확정 등이 연달아 발생하며 결국 이번 재보선 매물로 나오게 됐다.
 
이 같은 과정을 통과하며 송파을은 보수 정당 진보 정당 어느 쪽 후보가 유리하다고 단언하기 어려운 지역이 됐다. 다만 이번 재보선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치러짐을 감안한다면 최재성 후보의 당선에 무게가 실린다. 여론조사 역시 이 같은 분위기를 방증한다.
 
이에 따라 최 후보 측의 과제는 ‘높은 득표율’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 최 후보는 민주당의 유력한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된다. 즉 ‘당선’을 넘어서서 ‘얼마나 많은 표로’ 당선되는지가 곧 그가 당권에 도전하는 ‘명분’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른바 부·울·경 에서도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이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부산의 강남’이라 불리는 부산 해운대을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윤준호 후보(35.7%)가 자유한국당 김대식 후보(16.3%)를 앞섰다. 울산 북구는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후보(30.0%)가 자유한국당 박대동 후보(17.2%)와 민중당 권오길 후보(8.7%)를 따돌렸다. 경남 김해을 역시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후보(47.2%)가 자유한국당 서종길 후보(12.8%)를 앞섰다.
 
지난 4일 발표된 이번 재보선 여론 조사는 유무선 전화면접조사(유선 15~41%, 무선 59~85% 내외) 방법으로 실시됐으며, 통계보정은 2018년 4월 말 행정자치부 주민등록 인구 기준으로 성·연령·지역별 가중값을 부여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이며 응답률은 각 선거구별 10.8%~26.4%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위 조사대로라면 이번 재보궐 선거는 민주당이 싹쓸이하게 된다. 민주당은 최대 129석을 확보하여 국회 과반은 아니더라도 원내 1당을 굳히면서 정국 주도권을 장악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한국당은 ‘0석’을 얻게 돼 두 당의 의석 수 격차는 ‘17’석으로 벌어지게 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선거에 대한 낮아진 관심이 ‘의외의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투표율이 낮은 경우에도 정당 조직의 선거에 대한 영향력이 커지기 때문에 현재의 지방 권력 구도가 선거 결과에 상당 부분 반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한쪽이 일방적인 게임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후반기 국회 역학 관계,
야권 정계 개편 ‘가늠자’
 

한편 여소야대 국면과 다당제라는 복잡한 구조 속에서 치러지는 재보선은 결과에 따라 원구성 협상의 도화선이 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현재 문희상 의원을 차기 의장으로 내부 선출했으나 야당이 재보선 결과로 1당에서 의장을 배출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또 후반기 국회에서 각 당별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까지 줄줄이 걸려 있어 이번 선거가 국회 지형도에 줄 영향은 결코 적지 않을 전망이다. 아울러 선거 결과에 따라 각 당 지도부가 패배의 책임론을 피하지 못하고 당 내홍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하면 한국당과의 의석수 차이를 벌리며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 또 문재인 정부 집권 2년 차에 맞춰 국정과제 추진에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야당의 승리로 나타날 경우, 야당의 전체 원내 의석수가 과반을 넘으면서 여소야대 구도는 더욱 굳어지게 된다.
 
뿐만 아니라 재보선 결과는 향후 정계개편의 촉매제로 작용해 현재의 국회 지형을 크게 바꿀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정치권에선 재·보궐 성적표에 따른 시나리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모두 ‘참패’ 할 경우엔 유승민계와 안철수계가 결별 후 유승민계는 새 지도부를 꾸린 한국당으로 흡수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반면 한국당이 ‘참패’했지만 바른미래당이 서울 등 수도권에서 유의미한 지지율을 기록할 경우엔 또 다른 야권 발 정계 개편 가능성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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