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복·위장은 기본…전문 지식 활용해 피의자 탈출구 봉쇄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 소속 대원들이 사무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특별사법경찰이란 주로 식품위생법, 환경법 등 행정상의 전문성이 요구돼 일반 경찰 수사에서 진행되기 어려운 사건을 전문으로 맡는 이들을 뜻한다. 서울시는 2008년 지자체 중 최초로 산하 ‘민생사법경찰단’이라는 특별사법경찰단을 설립했다.


“특사경은 웃으며 들어온 피의자들을 울리는 공무원”
“수사관과 범인은 쫓는 자와 쫓기는 자…사자와 가재처럼”



일요서울이 지난 7일 서울특별시 중구 서울시청 남산별관에서 김영기 민생수사1과장, 백용규 식품안전수사팀장, 이순태 수사 사무관과 함께했다. 민생사법경찰단 창설 초기부터 함께해 온 노련한 수사관들이다. 이들에게 바람 잘 날 없는 ‘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 수사일지’를 들어봤다.

먼저 특사경에 관해 잘 모르는 이들은 ‘행정공무원의 변형’ 정도로 가벼이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전문적인 지식을 토대로 수사를 진행해 피의자들이 오히려 혀를 내두를 정도다.

이 수사관 역시 “피의자들 중 ‘경찰이 아니라 서울시 공무원들이네’하고 우습게 봤다가 전문적으로 (수사에) 들어가니 ‘차라리 경찰을 불러 달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며 특사경은 피의자들이 “웃고 들어왔다가 울고 나가는 곳”이라고 전했다.

다루는 사건도 천차만별이다. 식품, 보건 등 민생과 직접적으로 닿아 있는 부분부터 소위 ‘짝퉁’이라 불리는 상표권 침해, 대부업 분야까지 다룬다. 가짜 산수유 사건, 백수오 사건, 중국산 소금 사건 등 이름만 대면 떠오르는 굵직한 사건들 이면에도 특사경이 있었다.
 
수사의 원동력
‘사명의식’

 
인터뷰 시작은 다소 어색했으나 지난 사건 이야기를 꺼내자 활기가 돌았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노숙’에 가까운 잠복과 피의자에게 일반인으로 접근하는 위장 전술은 활동의 기본이다.

중국 산 소금을 포대갈이하는 업주를 목포까지 추적한 일, 무자격자를 데리고 성 기능 강화 진료 등을 진행하던 의사를 잡기 위해 환자로 가장한 일, 수사망을 피해 아파트에 자리 잡은 대부업체를 잡기 위해 아파트 거주민으로 위장한 일 등 수사 관련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수사를 위해 전국을 돌아 다니냐는 물음에 이 수사관은 “추적하는 중간에 퇴근 시간 됐다고 (집에) 돌아갈 수는 없다”면서 “서울이 소비 도시이고, 서울에서 판매되는 제품이라 해도 공장이 전부 지방에 있어 지방 출장이 잦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제조업자를 체포하기 위해 한여름 뙤약볕에 에어컨도 틀지 못하고 잠복하거나 나무에 오르는 일도 다반사다. 김 과장은 “(망보면서) 모기에 온 몸 뜯기고,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다”고 회상했다.

나날이 발전해 가는 범죄 수법도 골치다. 대포폰과 대포통장을 사용하거나 심지어 제품에 공장 주소를 전혀 엉뚱한 데로 적어놓는 경우도 있다. 제품에 적힌 곳을 찾아 가면 공장이 아닌 산골짜기나 다른 이의 농장이 나오거나 하는 식이다.

대포폰을 사용할 경우 통화는 연결되지만 실명이 드러나지 않아 피의자를 특정할 수도 없고, 요즘엔 위치 추적이 안 되는 대포폰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지능화 돼가는 범죄에 관해 김 과장은 “수사대원과 범인과의 관계는 아프리카 속담에 있는 ‘사자와 가재’ 관계”라고 말했다. 사자는 굶어죽지 않기 위해 가재를 전속력으로 잡아야 하고, 가재는 살아남기 위해 사자보다 빨라야 하는 상황에 빗댄 것이다.

아울러 그는 “수사관과 범인은 쫓는 자와 쫓기는 자”라며 “‘누가 더 빠르냐’에서 결론이 난다”고 말했다.

수사 과정의 고충을 이야기하면서도 이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그것은 특사경이 ‘사명의식’으로 똘똘 뭉친 집단이기 때문이다.

특사경으로 선정되는 첫째 조건도 바로 이 ‘열정’이다. 특사경은 지원을 통해 선출되는 경우가 많다.

이 수사관은 “특사경은 처음부터 끝까지 몸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의욕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전했다. 백 팀장 역시 특사경 업무에 관해 “미치지 않으면 못 한다. 열정 하나로 버틴다”고 강조했다.

전문적인 수사를 배운 적 없어 수사 분야의 경우 아직 서툰 부분이 많지만, 증거 자료 등을 제출했을 때 “이 정도로 열심히 (조사)했네”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일에 매진한다.

직업에 대한 자부심도 상당하다. 인터뷰 중 모두 “특사경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김 과장은 “불법 대부업자나 다단계처럼 취약계층을 상대로 피 빨아 먹는 이들을 일망타진할 때” 이 수사관은 “일반 경찰은 하기 힘들었을 수사를 소송까지 가 이기고, 국민들에게 알리고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들에 따르면 ‘이건 우리만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그 배경엔 몸으로 현장을 직접 뛰는 건 기본, 밤새 수 백 편의 관련 논문을 읽어 낸 그들의 노력이 있다. 이렇게 몇 달간의 잠복 수사로 얻어낸 사진과 전문 지식을 활용한 연구 결과 등은 그들의 범죄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가 된다.
 
“특사경 10년은
내 삶의 전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든든한 파수꾼 역할을 도맡는 그들. 민생사법단의 경우 올해 10년을 맞이했다. 이들에게 특사경 10주년 소감을 물었다.

원년 멤버인 백 팀장은 “10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다”며 “또 (예전으로) 돌아가라고 하면 못 돌아갈 것 같다”고 우스갯소리를 던졌다.

그러면서도 “(이곳을) 거쳐 간 많은 직원들이 열심히 일 해줘서 고맙고, 앞으로도 그 열정이 이어져서 (열정이) 특사경의 전통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또한 백 팀장은 “특사경은 인권교육에도 힘쓰고 있다”면서 “같은 업무를 맡더라도 특사경에 가면 점잖다는 얘기를 듣고 싶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김 과장은 “(특사경) 10년 동안 수사관과 피의자 간 불미스러운 일이 한 번도 없었다”면서 청렴도에도 많은 신경을 기울이고 있음을 피력했다.

오랜 기간 동안 몸담아 온 ‘특사경’이 스스로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묻자 백 팀장은 단번에 “나의 전부”라 답했다. 애정이 잔뜩 묻어 나오는 대답이었다. 오늘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민을 지켜주는 이들이 있어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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