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김성연 사무국장 인터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김성연 사무국장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국민이라면 누구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갖는다.”
이는 대한민국 헌법에도 적확히 명시돼 있다. 하지만 이 권리를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잘 누릴수 있을까. 답은 ‘아니오’다. 그동안 장애인들은 권리의 사각지대에 놓였던 것이 사실이다. 이들에게 배제됐던 ‘권리’ 안에는 참정권도 포함된다.
 
이들 역시 자신의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다. 하지만 편의를 배려하지 않은 투표소 위치 선정, 친절하지 않은 선거 공보물 등으로 인해 실질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러 장애인 관련 시민단체들이 이러한 불편을 해소하고 장애인 참정권 보장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오는 6.13 지방선거를 맞아 일요서울이 장애인 참정권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자 서울 종로구 동숭동을 찾았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이하 장추련) 김성연 사무국장을 만나기 위해서다.
 
참정권, 사회 안에서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반드시 보장돼야
김 사무국장 “장애인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것 정치적 내용 아냐”


노들 장애인야학 건물 5층에 위치한 장추련은 활기로 가득 찬 공간이다. 많은 이들이 모여 활동도 하고, 수업도 하고 있다. 생동감 넘치는 분위기 속에서 김 사무국장에게 현재 장애인들이 투표할 때 어떤 어려움들을 겪고 있는지 물었다.
 
김 사무국장은 “전체 투표소 중 대략 700여 곳이 엘리베이터가 없으면 올라갈 수 없는 2·3층에 위치했다”고 입을 열었다.
 
비장애인의 경우 계단 등을 이용해 투표소에 도착할 수 있지만, 장애인 유권자의 경우 엘리베이터가 없을 경우 아예 이동이 불가해 투표권을 행사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이 법에 위반된 것은 아니다.
 
김 사무국장에 의하면 선거를 진행하는 절차·방법은 공직선거법 안에 담겼다. 하지만 이 안에 명시된 장애인 편의 지원은 ‘시각장애인용 점자 공보물 제공’만이 의무사항이다. 수어 통역, 투표소 공간 배치 문제 등은 의무사항에서 제외됐다. 이는 곧 선거 절차 자체가 장애인의 편의 제공을 의무화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아울러 김 사무국장은 “공직선거법 안에 ‘발달장애’라는 장애 유형은 아예 언급이 없다”며 “(발달장애가) 법 안에 언급조차 되지 않은 상황은 발달장애인은 인지적인 판단이 어렵다고 생각해 ‘투표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사회적 편견이 그대로 법 안에 담긴 것”이라 지적했다.
 
투표권 행사에 있어 비장애인과 장애인은 출발선상 자체가 다르다. 지방선거의 경우 뽑아야 할 사람도 많고, 투표용지 배부 방법 등 투표 절차가 복잡해 반드시 설명이 필요하다. 비장애인의 경우 배치된 안내요원의 말을 따르면 되지만 청각 장애인은 관내에 수어 통역사가 없으면 이러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한다.
 
김 사무국장은 “실제로 선관위가 (수어 통역사를) 배치하겠다고 했으나 막상 확인해보니 (수어 통역사가) 아예 없는 지역도 있었고, 수어로 소통할 수 없는 사람이 (수어 통역사로) 배치된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시각장애인들은 점자보조용구에 투표용지를 끼워 투표를 진행한다. 하지만 이 도구 역시 숫자만을 점자로 표시한다. 때문에 내가 원하는 후보에게 올바르게 투표하기 위해서는 모든 후보자의 번호와 이름을 외워야만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정보 격차는 선거 유세 과정 중에도 발견된다. 일례로 유권자들은 선거 기간 중 진행되는 정책 토론회를 통해 후보자들을 검토하기도 한다. 하지만 청각 장애인의 경우 이 과정 중에서도 난항을 겪는다.
 
토론회에 참여하는 후보는 다수이나 수어 통역사는 한 명이다. 때문에 청각 장애인들은 어느 후보가 어떤 말을 했는지 분간하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후보별로 수어 통역사가 배치되거나 수어와 자막 안내가 병행돼야 한다. 하지만 이 구조를 갖춘 정책 토론회는 찾아보기 어렵다. 현행법상 의무조항이 아닌 ‘할 수 있다’ 정도로 고지돼 있어서다.
 
발달 장애인의 경우 선거 공보물을 본 후 그 내용을 이해하는데 고충이 있다. 이들이 보고 이해하기 쉬운 자료 또는 쉬운 말로 쓰인 공보물도 함께 제공돼야 한다. 그래야만 비장애인 유권자와 동일한 정보 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사무국장에 따르면 현재 지방선거 당일 투표의 경우 90% 이상의 투표소가 장애인이 접근할 수 있는 투표소로 지정이 돼 투표 가능한 공간이 확보됐다. 또한 몇 년 전부터 수어 통역이 시행돼 이전보다는 나은 상황이 조성됐다.
 
하지만 이것은 여전히 같은 수준을 맴도는 정도일 뿐이지 ‘모두가 접근할 수 있는 투표소’ ‘모든 투표소 수어 통역사 배치’ 등 굵직한 문제들은 해결되고 있지 않은 실정이라 한다.
 
그 이유로 김 사무국장은 “법의 규정이 너무 약하다”는 것을 꼽았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는 장애인의 참정권 보장을 위해 이들이 차별받지 않고 참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모든 편의를 제공하고, 비장애인과 동일한 수준의 정보를 제공받아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반면 실제 선거를 규정하는 공직선거법 안에 장애와 관련한 부분들은 강제 조항이 거의 없는 임의 조항이다. 실제로 법의 저촉을 받지 않는 선에 그치다 보니 강제력이 없다는 것이다. 공직선거법을 바꾸면 좋지만, 선거에 직접 영향을 미치다 보니 정당 간 합의를 보기가 까다롭다.
 
김 사무국장은 “장애인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 정치적인 내용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당들이 공직선거법을 바꿨을 때) ‘혹시 우리에게 무슨 영향을 미칠까’ 이런 고민들을 해 법이 실제로 바뀌긴 어렵다”며 “그러다 보니 편의 제공 수준이 계속 제자리에 머물게 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 사무국장은 현재 가장 큰 편견으로 “장애인이 투표를 하는 사람, 똑같이 투표권을 가진 사람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을 꼽았다. 모두에게 똑같이 투표권이 있는데 누구는 투표 할 수 있고, 누구는 투표할 수 없는 것 자체가 차별이라는 것이다.
 
참정권은 사회 안에서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반드시 보장돼야 하는 권리다. 투표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밝힐 수 있고, 이것이 발전해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처럼 물리적인 여건 등으로 장애인 참정권이 보장받지 못한다면, 이들의 권리가 계속 배제되는 상황이 빚어진다.
 
김 사무국장은 “장애인들에게 반드시 투표해야 한다, 꼭 (투표) 해야 한다고 계속 말한다”며 “주권자로서의 힘이 있다는 걸 반드시 보여줄 필요가 있단 얘기를 많이 한다”고 전했다.
 
더불어 “참정권이 보장이 돼야 투표를 할 수 있고, 투표를 해야 힘이 생겨 정책을 바꿔갈 수 있다”며 “이게 전부 연결고리에 있어 투표소 문제나 투표와 관련된 모든 과정에 대한 문제제기를 계속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한편 지난 8일 제7회 전국지방선거 사전투표를 위해 종로구 삼청동 주민센터를 찾은 문 대통령과 발달장애인 김대범 씨를 비롯 여러 장애인 시민단체들이 마주했다.
 
이후 청와대 측에서 연락이 와 함께 면담을 통해 장애인 참정권을 주제로 구체적인 대응이나 변화에 관한 고민을 나눌 예정이라고 한다. 또한 장추련은 장애 유형 별로 그것에 맞는 편의가 제공될 수 있도록 관련 개정 법안을 낼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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