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안철수 등 정계 ‘거물’들 대거 추락… 누가 살아남았나?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박원순, 김경수, 이완구, 남경필, 안철수, 홍준표. <뉴시스>
박원순‧김경수‧이완구 등 ‘상승’ 남경필‧안희정‧박수현 ‘추락’
 
[일요서울 | 박아름 기자] 6.13지방선거를 기점으로 명암이 엇갈린 것은 비단 각 정당뿐만 아니다. 그동안 정치권의 ‘잠룡’으로 분류되던 정치인들의 운명도 크게 엇갈린 모습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철옹성 같은 지지율로 3선에 성공, 탄탄한 대권 가도를 마련했다. 이 밖에 여권의 김경수‧양승조, 야권의 원희룡‧김문수 등이 개인적 경쟁력을 드러내며 정치적 입지를 다졌다. 반면 ‘상처뿐인 영광’을 안은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비롯, 야권의 ‘거물’ 홍준표‧안철수가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받아 가시밭길이 예고되는 상황이다. 앞서 여권에서도 ‘미투 사건’으로 안희정‧박수현 등을 잃은 것은 뼈아픈 대목이다. 이번 선거로 희비가 엇갈린 정치인 12인의 면면을 들여다봤다.
 

# 박원순, 최초 3선 서울시장 대권 가도 ‘파란불’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인은 ‘3선 성공’으로 명실상부 차기 대권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최초 3선 서울시장’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만큼 전국구 정치인으로서 역량을 충분히 검증받았다는 평가다. 박 당선인 본인도 여러 차례 대권 의지를 시사한 바 있어 20대 대권 도전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이뤄 낸 ‘압도적 표차’는 그동안 박 당선인을 집요하게 따라붙던 ‘양보 덕분’이라는 꼬리표를 불식시키는 데 긴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 당선인은 2011년 서울시장 선거 첫 출마 당시만 해도 5%대의 지지율에 미쳤다. 그런데 당시 50% 이상의 지지율을 나타내며 당선이 유력하던 안철수 후보의 양보로 우여곡절 끝에 서울시청에 입성했다. 초선 때만 해도 ‘운이 좋았다’ ‘양보 덕분’이라는 꼬리표가 붙던 박 당선인이었다. 그런데 지난 7년간 안정된 시정을 이끌어 민심을 박 당선인 편으로 만들었다는 게 정가의 해석이다. 일각에서는 지난 서울시장 선거 당시 불거진 박 당선인 아들의 병역특혜 논란이나 아내의 재산 은닉 의혹 등도 ‘네거티브’ 요소로서 효력이 없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 ‘뿔뿔이’ 남원정… 무소속行 원희룡만 ‘웃었다’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합당 당시 각자 길을 택했던 보수 소장파 트리오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이 이번 선거를 기점으로 확실하게 명암이 갈렸다. 갈림길에서 무소속 출마 카드를 뽑아든 원희룡 제주지사는 재선에 성공했지만, 다시 친정으로 돌아간 남경필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원 당선인은 51.7%의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 TK(대구‧경북) 지역을 제외한 곳에서 범 보수 세력의 유일한 생존자가 됐다. 더욱이 도의원 선거 31곳 중 25개를 싹쓸이한 민주당 표밭에서 거둔 의미 있는 승리다. 몰락한 보수 진영에서 몸값을 높인 원희룡 당선인은 이번 선거를 통해 단숨에 ‘보수 희망’으로 떠올랐다.
 
‘인물론’을 부각시키며 ‘무소속’이라는 도박을 감행한 것이 ‘신의 한 수’였다는 평가다. 특히 이번 선거로 야권 발 정계개편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원 당선인이 그 중심에 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홍준표‧안철수‧유승민 등 현 보수 진영의 거물들이 2선 후퇴 의사를 밝힘에 따라 원 당선인의 존재감이 부각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반면 ‘한국당 복당’을 택했던 남경필 후보는 35.51% 득표율에 그치며 이재명 당선인(56.4%)에게 크게 패했다. 특히 남 후보가 선거 과정 중 펼친 ‘네거티브’ 공세가 훗날 정치 인생에 악영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남 후보가 홍준표 대표 사퇴 후 당권 도전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그의 경쟁력에 의구심을 던지는 시각이 많다.
 
# ‘드루킹’ 막아 낸 김경수, 단숨에 대권 주자 반열
 
김경수 경남도지사 당선인의 승부수가 결국 경남 민심을 흔들었다. 김 당선인은 출마 선언 전 불거진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연루 의혹으로 불출마 가능성까지 거론된 바 있다. 그런데 김 당선인은 출마키로 결심하더니 결국 선거에서 한 번도 진 적 없는 ‘선거의 달인’ 한국당 김태호 후보를 접전 끝에 물리쳤다.
 
경남은 그동안 한국당의 텃밭으로 분류됐을 만큼 민주당에게는 압도적 험지다. 지난 대선 당시 전국적으로 높은 지지율을 얻은 문재인 대통령도 이곳에서만큼은 홍준표 한국당 후보에게 밀렸을 정도다. 이곳에서 한국당의 ‘거물’ 김태호 후보를 물리친 것은 ‘승리’ 이상의 값어치가 있다는 분석이 크다. 김 당선인은 민주당 계열에서 최초의 경남지사가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김 당선인은 초선 의원에서 단숨에 대권 주자 반열에 올랐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라는 점과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프리미엄이 강하게 작용하는 모양새다.
 
다만 ‘드루킹 특검’이 변수로 남은 상태다. 본격 수사에 착수하면 김 당선인도 수사 대상에 포함될 공산이 높다. 야권에서도 드루킹 특검에 대한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는 만큼 김 당선인에 대한 경계심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 당선인은 당선 직후에도 “특검은 걱정 말라”며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 ‘빛바랜 승리’ 이재명… 당선 직후에도 ‘구설수’
 
이재명 경기도지사 당선인은 이번 선거에서 ‘승리’는 얻었지만 그에 못지않게 출혈이 컸다. 선거 과정에서 이 당선인의 ‘패륜 막말 논란’이 불거진 데 이어, 막판에는 배우 김부선 씨와 불륜 의혹까지 터졌다.
 
결국 당선되기는 했지만 정치인으로서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여기에 당선 직후 ‘인터뷰 태도 논란’으로 또다시 구설수에 오른 점은 더욱 뼈아픈 대목이다. 이 당선인은 언론사와 당선 소감 인터뷰에서 각종 의혹과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대답을 거부, 다소 신경질적인 태도를 보여 네티즌들의 공분을 샀다. 결국 이 당선인은 이튿날인 14일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인터뷰 보고 실망하신 분 많으시죠? 시간 지나고 보니 내가 지나쳤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고 해명했지만, 공직자로서 자질 논란은 지속되는 실정이다.
 
특히 이 당선인은 이번 선거 과정 중 당내 지지층까지 잃었다. 문재인 대통령 열성 지지자들은 경선 때부터 불거진 각종 의혹 등을 이유로 이 당선인의 사퇴를 촉구했다. 당내 세력이 비교적 적은 이 당선인에게 당 지지자들까지 등을 돌린 것은 차후 정치 행보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결국 차기 대권 후보로 거론되던 이 당선인이 이번 선거의 승리에도 불구, 개인의 정치적 입지는 좁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 ‘2위 싸움’서 이긴 김문수 ‘웃고’, 진 안철수 ‘울고’
 
김문수 경기도지사 한국당 후보의 경우 선거에 졌지만 ‘그래도’ 얻은 게 있다는 분석이 많다. 철옹성 같았던 박 후보의 지지율을 따라잡는 것은 실패했지만,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를 따돌리며 자유한국당의 체면을 일부 유지시켰다는 것. 홍준표 한국당 대표의 사퇴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조기 전당대회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김 후보가 차기 당권 주자로 점쳐지는 이유다.
 
반면 안 후보는 벼랑 끝에 몰렸다. ‘정계 은퇴’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실정이다. 안 후보는 당의 명운을 걸고 서울시장 선거에 뛰어들었지만 박 당선인과 경쟁 구도는 차치하더라도, 당초 지지율 3위였던 한국당 김문수 후보에게도 따라잡혔다. 이 과정에서 보수 진영의 단일화 불발 책임까지 지게 되면서 정치인으로서 향후 입지를 보장할 수 없다는 게 정가의 지배적 관측이다. 여기에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까지 지방선거 참패 책임을 안고 사퇴한 상황. 안 후보의 거취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다만 안 후보는 “당분간 성찰의 시간을 가지겠다”고만 밝힌 상태다.
 
# ‘지는 해’ 홍준표 vs ‘뜨는 해’ 이완구
 
홍 대표는 6.13지방선거 참패 책임을 안고 결국 이튿날인 14일 사퇴를 선언했다. 홍 대표와 함께 한국당 지도부가 총사퇴를 결행했다. 홍 대표는 지난해 7월 전당대회에서 65.7%라는 압도적 지지로 제1 보수 야당의 최대 권력자 자리에 않았던 영광은 뒤로하고, 현재는 정치 인생을 보장받을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결국 홍 대표가 정치인생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는 시각이 많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빠진 자리에 이완구 전 총리가 치고 들어올 기세다. 선거 초반부터 ‘홍준표보다 잘 팔리는 이완구’라는 말이 정치권에서는 공공연했다. 지역 후보자들도 홍 대표의 지원 유세는 거부하며 ‘홍준표 패싱’이라는 말까지 나온 반면, 이 전 총리에 대한 지원 유세 요청은 기반인 충청 지역 외에도 전국에서 쇄도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전 총리는 한국당 조기전당대회에 뛰어들 공산이 크다. 이 전 총리도 지난 10일 “이제 당을 떠나 (내가)충청대망론의 주인공이 될 수 있으며 후학 중에서도 좋은 분이 있다면 도와주고 힘을 합칠 수 있다”고 발언하는 등, ‘충청대망론’에 대한 불씨를 지핀 바 있다. 이 전 총리의 이 같은 광폭 행보가 당권 도전을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잇따르고 있다.

# ‘미투’로 무주공산된 충남… 결국 양승조 손에
 

양승조 충남도지사 당선인이 ‘미투’로 빼앗길 공산이 높았던 충남도청을 결국 사수했다.
 
당초 충남도지사 선거는 안희정 전 도지사의 성폭행 파문으로 더불어민주당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당시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던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도 내연녀 공천 개입 의혹을 잠재우지 못하고 결국 중도 자진사퇴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잇따라 터진 민주당 미투 사건으로 충남 도민의 민심이 돌아섰을 것이라며 보수 야당의 승리를 점치기도 했다. 그런데 양 당선인이 ‘안희정 쇼크’를 이겨낸 것. 양 당선인은 충남 천안시에서 민주당 계열로서는 최초로 4선에 성공한 중진 국회의원으로 지역 정가에서 높은 신임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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