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뉴시스>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과거 양승태 대법원 시절 법원행정처가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를 뒷조사한 정황이 나온 것과 관련, 대한변협은 강력 규탄하며 검찰의 강제 수사를 촉구했다.
 
2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최근 검찰은 과거 법원행정처가 양 전 대법원장의 숙원 사업이었던 상고법원 설치를 반대한 대한변협 하창우 전 회장 등을 뒷조사하고 불이익을 주려고 한 정황을 포착, 수사에 나섰다. 당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은 변협을 압박하기 위해 ‘대한변협 대응방안 검토’, ‘대한변협 회장 관련 대응 방안’ 등의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협은 이날 성명을 내고 “사법부가 불순한 의도로 문건을 만들었다는 자체가 부적절함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면서 “그런데 우리를 더 경악하게 하는 것은 문건 속에 적시된 대응 방안의 내용”이라고 밝혔다.
 
변협에 따르면 해당 문건에는 ▲국선 전담 변호사의 비중을 늘려 사선 변호사의 수임을 줄이는 방안 ▲변호사에 대한 인사평가 도입 방안 ▲국선변호인 공탁금을 줄이는 방안 ▲변협신문에 게재하는 대법원의 정책광고를 끊는 방안 등이 적시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하 전 회장에 대해선 ▲그의 수임내역을 조사해 특정 언론사에 제공 ▲하 전 회장의 탈세 정황 포착을 위해 수임자료 국세청 제공 ▲하 전 회장에 대한 ‘정치꾼’ 여론을 변호사업계에 퍼뜨리는 방안 등도 검토됐다.
 
변협은 “(이러한 정황) 모두 변호사들의 명예와 위상을 추락시킬 뿐 아니라 그 자체로 별도 범죄가 성립될 수 있는 용서 받기 어려운 행태”라며 “특히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하 전 회장에 대한 세무조사 및 비방성 보도, 변협신문의 광고 중단 등 위 문건에 적시된 내용이 실제 시행됐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변협은 그러면서 “당시 대법원과 동조하는 세력들의 개입이나 조직적 방해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을 거둘 수 없다”며 “검찰은 더 이상 대법원의 임의 제출만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즉시 관련자들을 피의자로 입건하고 부적절한 사찰 문건 등에 대해 즉시 압수수색 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어 대법원을 향해서도 “대법원 자체 조사단은 지금이라도 해당 문건을 상세하게 공개하여야 할 것”이라며 “(아울러) 문건 작성자와 실제 실행에 옮긴 담당자들을 즉시 업무에서 배제하고 검찰에 수사 의뢰할 것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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