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일찍이 우리나라 정당정치체제를 분류하면서 박정희의 군사쿠데타로 시작되어 전두환의 5공화국 시기까지 약 26년 동안 계속되었던 정당정치체제를 제1세대 정당정치체제로 불렀다.
 
이 시기는 남북분단과 이념대결의 냉전체제 하에서 군부독재와 이에 대항하는 저항적 정당의 반민주 대 민주의 대립구도, 그리고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이 작동한 반쪽짜리 정당정치의 ‘반(半)정당정치체제’라고 할 수 있다.
 
제1세대 정당정치체제는 1987년 6월 항쟁에 의해 새로운 정당정치체제로 이행하게 된다. 소위 87년 체제로 불리는 제2세대 정당정치체제의 개막이다. 제2세대 정당정치체제는 제9차 개정헌법과 함께 시작되어 촛불혁명에 의한 문재인 정부 탄생의 시기까지 약 30년 동안 지속되었다.
 
이 시기는 냉전체제의 종식과 세계화, 절차적 민주주의의 실현과 지역주의 정치체제의 확장에 기반을 둔 주기적 정권교체를 특징으로 하는 반쪽자리 민주주의의 ‘반(半)민주적 정당정치체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제2세대 정당정치체제를 연 주역은 정치권에서는 김영삼과 김대중, 그리고 노태우였으며, 87년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되었던 학생운동의 지도자 이인영과 민통련으로 대표되는 재야의 시민사회였다.
 
이들 중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이 차례로 대통령을 역임하였으며, 이명박과 박근혜는 제1세대 정당정치체제의 특징인 산업화와 군부독재의 부산물로 대통령이 되었다.

그런 점에서 제2세대 정당정치체제의 대통령은 제1세대 정당정치체제가 만들어 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88년 총선을 통해 정계에 입문한 노무현 대통령만이 오롯이 제2세대 정당정치체제 내에서 자수성가한 대통령인 것이다.
 
지난해 제19대 대한민국 대통령에 문재인이 취임함으로써 제2세대 정당정치체제가 막을 내렸으나 그의 대통령 취임이 제3세대 정당정치체제의 시작을 알리지는 못하고 있다.

체제의 전환에 동반되는 헌법 개정을 이루지 못한 것이 하드웨어적인 이유라면, 문재인 대통령에게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는 청사진이 없었다는 것이 소프트웨어적인 이유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까지 문재인 대통령의 시기는 노무현 대통령의 아류로 과도기가 될 공산이 크다.
 
더불어민주당의 향후 2년을 책임지는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가 다음 달에 열린다. 하마평이 무성하지만 신선하지는 않다. 그 중에서도 당대표에 가장 유력시 되는 인사는 7선 국회의원 이해찬 전 대표다.

친노, 친문의 좌장으로 불리며, 문재인 대통령 탄생의 산파 역이었던 그도 노무현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88년 총선을 통해 정계에 입문하여 국무총리에까지 오른 제2세대 정당정치체제의 황태자이다.
 
그가 더불어민주당의 당대표가 된다면, 더불어민주당이 제3세대 정당정치체제의 중심적 역할을 하게 되는 경우는 없을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 시기가 정당정치체제에 있어 확실한 과도기로 자리매김 될 것이다.

2015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자신의 정치적 꿈을 접고 후배를 위해 용퇴한 정세균 전국회의장의 선택이 그에게 주는 시사점이 분명 있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향후 30년 정도 제3세대 정당정치체제에서 중심적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리더십이 절실하다. 필자는 그런 관점에서 제2세대 정당정치체제를 만드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우고, 지난 30년 동안 햄릿처럼 고뇌하며 새로운 정치의 설계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경주해 온 이인영 의원에게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가 향후 30년의 정당정치설계도를 이번 전당대회에서 보여줄 수 있다면, 제3세대 정당정치체제는 그와 함께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제2세대 정당정치체제를 만든 주역이 제3세대 정당정치체제의 주인공으로 거듭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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