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가 끝났음에도 여론조사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여전히 높은 추세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여론조사 신뢰성에 대한 부분은 여전히 거론되고 있다. 조사 신뢰성과 관련된 대표적인 오해로는 조사응답, 응답률, 오차범위 등이 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ARS, 전화면접조사부터 FIG조사, 우편조사, 인터넷조사, 스마트폰조사, 공론조사 등 다양한 방법으로 여론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유권자가 여론조사에 응답할 수 있는 확률은 극히 낮은 편이다. 언론에 공표되는 선거여론조사는 RDD(Random Digit Dialing), 즉, 무작위로 생성된 번호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당 경선과 같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위와 같은 방식을 따르는데, 일부 유권자들은 ‘나’에게 여론조사가 오지 않았기 때문에 신뢰하기 어렵다는 1차원적인 오해를 하곤 한다.
 
유·무선 RDD 생성 규모는 응답완료 사례수, 조사 방식, 조사업체 등에 따라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ARS 조사의 경우, 유선, 무선 각각 10만개 이상의 RDD가 생성되어야만 원활한 조사가 가능하다. 이때 생성된 RDD에는 수만 개의 결번 또한 동시에 생성된다.
 
따라서 실제로 전화 연결 가능한 번호는 전체 번호 중 2/3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결국 5천만 국민 중 여론조사에 응답할 수 있는 사람의 수는 매우 제한적이며 컴퓨터에 의해 무작위로 선발된 사람들인 것이다.
 
조사 신뢰성에 대한 또 다른 오해는 낮은 응답률에 관한 것이다. 응답률이 낮을수록 조사가 부정확 하다는 것인데 이는 실제로 그렇지 않다. 우선 응답률이란 조사가 완전응답 1000명에 도달하기까지 몇 명에게 전화를 했는가를 말하는 것으로, 공식은 다음과 같다.
 
먼저 완전응답 사례수와 ‘전화 연결 후 거절 및 중도 이탈 사례수’를 합하고, 이를 완전응답 사례수로 나눈 다음, 다시 100을 곱한 하면 응답률이 산출된다. 좀 더 쉽게 설명하자면, 완전응답이 1000명, ‘접촉 후 거절 및 중도 이탈 사례수’가 39000명이라 가정 할 때, 총 통화 연결수는 40000명이고, 응답률은 4%가 나온다. 위 계산식과 같이 거절 또는 중도이탈이 많을수록 응답률은 낮아지는 것은 사실이나,
 
이는 단순히 통화수와 관련된 것이지 조사 정확성과의 연계성은 밝혀진 바가 없다. 실제로 지난 선거에서는 응답률이 높았던 전화면접조사보다 응답률이 낮은 ARS조사가 더 높은 예측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마지막은 언론사가 여론조사를 공표할 때, 오차범위를 생략하는 것에 따른 오해다. 언론사에서 여론조사를 의뢰해 결과를 발표할 때, 오차범위 내 결과까지도 단순 비교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가령 응답완료가 1000명인 조사에서 A후보는 12.0%, B후보는 10.0%의 지지율을 얻은 것으로 집계되었을 때, 언론사는 A후보가 B후보보다 2.0%p 더 높은 지지율을 얻었다고 공표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에 대해 실제로 데이터를 다루는 조사업계에서는 A후보의 지지율과 B후보의 지지율이 같은 것이라 말한다.
 
우선, 오차범위란 오차가 발생하는 값의 범위를 말한다. 95% 신뢰수준의 ±3.1%, 또는±4.4%가 바로 그것인데, 앞서 말한 A후보의 지지율은 12.0%이기 때문에 실제로 A후보는 최소 8.9%에서 최대 15.1%, B후보는 최소 6.9%에서 최대 13.1%의 지지율을 보인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는 A후보보다 B후보의 지지율이 더 높을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언론사는 “A후보가 B후보보다 오차범위 내에서 2%p 높다.” 또는 “오차범위 내에서 차이가 없다.”라고 공표하는 것이 옳다.
 
지난 선거에서 여론조사는 여름철 장맛비처럼 쏟아져 내렸고, 신뢰성에 대한 오해 역시도 유권자들 사이에 퍼져 나갔다. 유권자는 지금보다 더 영리해질 필요가 있다. 여론조사 결과에 휩쓸려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여론조사의 흐름을 읽고, 확인하고 검증해야 한다.
 
유권자들은 여론조사라는 태풍의 가운데, 즉 태풍의 눈에 위치해 있다. 그리고 곧 태풍의 날개로 회귀할 것이다. 유권자들은 서둘러 배를 정비하고 태풍을 맞이해야 한다. 그래야 태풍에 표류(漂流)하지 않고, 표류(票流)를 장악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