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주년 최대 위기 宋…논란 많지만 ‘文 신임’ 여전

송영무 국방 장관 <뉴시스>
시대착오적 성 인식 구설에 ‘기무사 계엄령’ 묵살 논란까지 ‘곤혹’
“文 신뢰…그만한 인물 없어” 靑도 두둔…국방 개혁 속도 내나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취임 1주년을 맞은 송영무 국방 장관이 최대 위기에 빠진 모습이다. 왜곡된 성 인식으로 다시 구설에 오르더니 ‘기무사 계엄령 계획’과 관련해 보고를 받고도 한동안 뭉갰다는 의혹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기무사에 대한 독립수사단 구성을 지시한 것을 두고 송 장관에 대한 질책성 요소가 내포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향후 예상되는 2기 개각 정리 대상에 송 장관을 1순위로 올리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송 장관에 대한 신임 정도와 오랜 인연, 군내 인물 부재 등을 고려하면 유임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에 따라 송 장관은 기무사 문건을 계기로 국방 개혁에 한층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다시 ‘입’으로
도마 오른 宋

 
송 장관이 다시 이슈의 중심에 선 건 그의 ‘입’에서 비롯됐다. 지난 9일 송 장관은 여군을 대상으로 한 군내 성폭력 근절 간담회에서 “여성들도 행동거지를 조심해야 한다”고 언급, 성범죄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하는 발언을 해 거센 비판을 받았다.
 
지난해 11월 “식사 전의 얘기와 미니스커트는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는 발언으로 홍역을 치른 송 장관이 다시 유사 논란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여론의 시선이 따갑다. 군 출신 한 야당 의원은 “과거 군 생활에 쓰던 어법이나 습관이 남아 있는 것 같다”며 “좀 더 세련되고 순화된 단어 썼어야 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송 장관의 거듭된 시대착오적 성 인식에 현 정부 ‘우군’이자 ‘낙마 족집게’로도 불리는 정의당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렀다”며 송 장관의 해임을 촉구하고 나섰다.
 
여기에 송 장관이 ‘기무사 계엄령 계획’과 관련, 지난 3월 보고를 받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묵살했다는 의혹도 사퇴 요구의 배경이 되고 있다. 해외 순방 중이었던 문 대통령이 기무사에 대한 독립수사단 구성 ‘특별지시’를 한 것은 개혁 속도가 더뎠던 송 장관에 대한 질책성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송 장관이 기무사 문건을 보고받고도 독단적으로 묵살했다는 것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송 장관은 지난 3월16일 이석구 기무사령관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고, 한 달 뒤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무사 문건을 처음으로 공개한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MBC 라디오에서 “(송 장관이) 청와대에 어떤 형태로 보고했다고 알고 있다”며 “뭉개려고 한 게 아니라 본인이 어느 정도 판단할 시간을 (갖고 보니) 지방선거가 다가왔기 때문에, 잘못 공표했다가 정치공방의 소재가 될 수 있다는 그런 정무적 판단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점을 보면 송 장관이 큰 틀에서 청와대와의 ‘교감’을 통해 후속조치 시점을 늦춘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청와대가 기무사 문건을 전달받은 시점에 대해 “딱 잘라서 말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며 “현재로서는 사실 관계에서 회색지대 같은 부분이 있다고밖에 말씀드릴 수 없다”고 했다.
 
유임 가능성 ↑
文과 인연도 각별

 
기무사 문건 묵살 논란과 연이은 설화로 송 장관에 대한 해임 요구가 거세지만 그가 개각 대상에 오를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나온다.
 
과거 문 대통령의 ‘군사 브레인’ 역할을 한 송 장관은 지금도 문 대통령의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반기 국회 국방위 소속 한 여당 의원의 보좌관은 “여러 논란이 있지만 송 장관에 대한 문 대통령의 신뢰가 상당한 것으로 안다”며 “국방 개혁에 있어서도 군(軍) 내 그만한 인물을 찾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청와대도 송 장관을 두둔하는 모습이다. 김의겸 대변인은 송 장관이 문건을 받은 이후 수사 지시 등 후속조처를 하지 않은 배경과 관련 “송 장관은 이 문제에 대해서 지난 봄부터 기무사의 개혁이라는 큰 틀을 추진해 왔다”며 “문제가 됐던 문건의 내용도 그런(기무사 개혁) 틀을 추진하면서 함께 해결하려는 뜻으로 보인다”고 했다.
 
송 장관은 문 대통령과의 인연도 깊은 인물이다. 2012년 대선 당시 군 출신으론 드물게 문 대통령 지지단체인 ‘담쟁이포럼’ 창립 멤버로 참여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이 당시 대선에서 패배한 이후에도 곁에 머물렀고 2016년엔 두 사람이 백령도를 함께 찾아 깊은 대화를 나눈 것으로도 알려진다.
 
2004년 해군 기획관리참모부장이던 송 장관이 예산 문제 등으로 이지스 구축함 전력화 사업에 반대하던 당시 노무현 대통령에게 사업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당시 배석했던 문재인 민정수석에게 나름의 인상을 남겼다는 후문도 있다.
 
노무현 정부 마지막 해군참모총장에 임명됐던 송 장관은 ‘국방개혁 2020’ 수립과 전시작전통제권 환수계획을 수립하는 데 관여하기도 했다. 지난해 국방 장관 지명 당시 청와대는 송 장관을 육군 중심의 국방 분야를 개혁할 적임자로 꼽았다.
 
이와 관련 이철희 의원은 “국방개혁 2.0도 거의 마무리 단계에 와 있고, 군내 여러 가지 개혁 조치들을 책임 있게 장관이 해 나가고 있기 때문에 지금 장관을 바꿀 때는 분명히 아니다”라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2기 개각이 조만간 단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법무·국방·환경·여성가족부가 그 물망에 오른다. 다만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들 부처 장관이 장관 평가에서 꼴찌를 받았다는 일각의 지적과 관련 “꼭 정확한 것 같지는 않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두고 국방장관의 경우 외교안보의 연속성과 국방개혁 차원에서 교체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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