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9일 정세균 국회의장의 임기만료로 국가의전서열 2위인 국회의장 공백사태가 발생한 이후 45일 만에 문희상 신임 국회의장이 취임함으로써 국회가 정상화되었다.
 
이러한 국회의장 공백사태는 국회법을 끔찍이도 지키기 싫어하는 국회의원들 때문에 예견된 사태였지만, 지난 13일 새로운 국회지도부를 선출하는 본회의에서 이러한 점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는 국회의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역시 국회의 주인은 국회의원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상기하게 된다.
 
실제로 우리나라 헌법 제41조 1항에서는 “국회는 국민의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에 의하여 선출된 국회의원으로 구성한다.”고 하여, 국회의 주인이 국회의원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니 그들이 국민에게 사과할리 만무한 것이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지난 13일 국회의장에 당선된 직후의 당선인사에서 “대화와 타협, 협치를 통한 국정운영은 다당제로 출범한 20대 국회의 태생적 숙명”이라며 “후반기 국회 2년은 첫째도 협치, 둘째도 협치, 셋째도 협치가 최우선이 될 것임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73세 6선의원의 관록이 물씬 풍겨나는 발언이다.
 
이어 제70주년 제헌절 경축사를 통해서는 국회의원 선거구제 개편을 동반한 개헌안을 연말까지 여야가 합의하여 도출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것은 촛불혁명의 요구이자 국민의 명령이라며 개헌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다음 날 이어진 국회의장 취임 기자간담회에서는 국회 특수활동비의 폐지 내지는 획기적 제도 개선, 여야 간 협치, 상임위원회 소위원회 활성화, 개헌과 국회의원 선거구제 개편, 4.27 판문점 선언의 국회비준 등 20대 국회 후반기 2년의 역할과 자신의 국회운영 방침 등에 대한 대강을 제시했다.
 
전임 정세균 국회의장은 여소야대 상황의 야당 출신 국회의장으로 취임하여, 헌법정신을 구현하는 국회, 국민에게 힘이 되는 국회, 미래를 준비하는 국회를 모토로 국회의 역할과 국회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었다.
 
그 결과 국회는 삼권분립이라고 하는 헌법정신을 제대로 구현하면서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을 밝혀내고, 결국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하여 파면하기에 이르렀다. 국회가 조금씩 국민에게 힘이 되어가고 있었고,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은 정세균 국회의장이 20대 국회의 나아갈 방향을 명확히 설정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런 점에 있어서 신임 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 일주일 동안 제시한 20대 국회의 나아갈 방향은 여소야대 상황의 여당 출신 국회의장으로서 삼권분립의 헌정질서를 제대로 만들어 가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며, 국회가 정치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정치 원로의 당위론이라고 할 수 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취임 일성으로 “새 정부 출범 1년차는 청와대의 계절이었지만 2년차 부터는 국회의 계절이 돼야 국정이 선순환할 수 있다.”고 설파한 것에 대해 청와대는 물론 여당도 깊이 있는 이해가 필요하다. 또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들도 이 발언의 맥락을 제대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이제 국회의장 자리는 단순히 정치 원로가 은퇴의 수순을 밟는 자리가 아닌 정치의 중심적 역할을 하는 자리로 바뀌었다. 여소야대와 다당제, 그리고 그에 따르는 협치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문희상 국회의장은 협치를 수도 없이 강조했다. 그가 개작두를 호출하는 일이 없도록 청와대와 여당, 그리고 야당들은 협치정치의 진면목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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