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구광모 회장 필두 ‘젊은 회장’ 모시는 재벌가 그룹사들

왼쪽부터 구광모, 이재용, 조현준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고(故) 구본무 회장 타계 이후 4세 경영을 알린 LG그룹을 필두로 오리온그룹, 웅진그룹, CJ그룹 등 많은 그룹사들이 경영 승계의 속도를 올리고 있다. 삼성그룹, 현대자동차그룹, 한화그룹, 효성그룹 등 역시 예전부터 착실한 세대 교체를 진행하고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재계의 시계가 어느 때보다 빠르게 돌아가는 모습이다.

오리온·웅진·CJ그룹 등 승계 정지 작업 관측
삼성 이재용·효성 조현준 등 3세 시대 공식화


LG그룹의 경우 고(故) 구본무 회장의 장남 구광모 상무가 지난달 29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된 직후 LG그룹 제 4대 회장으로 공식 취임했다. 고 구본무 회장 타계 한 달여 만에 상무에서 자주회사 회장 자리에 올라 자산 123조 원의 LG그룹을 이끌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연말까지 조용한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취임 초부터 광폭 행보에 나선 모습이다. 특히 구광모 회장은 LG그룹의 미래 3대 축으로 분류되는 전자·화학·통신의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첫 고위경영진 인사에서도 구광모 회장 자신만의 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권영수 부회장을 LG 최고운영책임자(COO)에 임명했다. 권영수 부회장은 전자·화학·통신을 모두 거치며 능력을 인정받은 LG그룹 대표 최고경영자다.

구광모 회장은 앞으로도 당분간 권 부회장의 보좌를 받으면 전자-화학-통신을 중심으로 한 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또 여타 계열사 인사, 투자, 인수합병(M&A) 등의 주요 경영 결정이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오리온그룹도 3세 경영의 포석을 다지는 모습이다. 담철곤 오리온 회장이 지난달 27일 자녀들에게 약 62만 주의 주식을 증여한 것을 두고 3세 경영 체제를 위한 자녀들의 승계 재원 마련에 나섰다는 견해다.

오리온은 지난달 27일 공시를 통해 “담철곤 회장이 시간 외 매매로 60만3300주를, 증여로 61만9780주를 각각 처분했다”고 밝혔다. 담철곤 회장이 증여한 주식 가운데 18만5934주는 딸 경선(33)씨가, 43만3846주는 아들 서원(29)씨가 받았다.

주식 처분으로 담철곤 회장의 주식은 142만750주에서 19만7670주로 대폭 줄었고 지분율도 0.5%로 떨어졌다. 반대로 서원 씨는 소유 주식 총 48만6909주(지분율 1.23%)로 오리온홀딩스(37.37%)와 어머니인 이화경 부회장(4.08)에 이은 3대 주주로 떠올랐다.

담철곤 회장의 자녀들이 20대, 30대 초반인 만큼  경영 전면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증여받은 오리온 지분을 활용해 승계 정지 작업을 계속해서 진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웅진그룹도 윤석금 회장의 차남인 윤새봄 전무가 정기인사를 통해 그룹 사업 전체를 담당하며 전면에 등장했다. 웅진그룹 지주사 총괄직에 올라선 윤새봄 전무는 교육, 생활가전, 레저 등 주요 사업을 모두 지휘하게 됐다.

자녀들이 주요 보직으로 자리를 옮긴 것은 CJ그룹도 마찬가지. 지난 1일 이재현 CJ 회장의 장녀 이경후 상무는 CJ 미국지역본부 마케팅팀장에서 CJ ENM 브랜드전략 담당 상무로 자리를 옮겼다.

이경후 상무의 국내 발령을 두고 재계는 CJ의 경영 승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은 지주사와 식품 계열 사업을 지휘하고, 이경후 상무는 미디어 사업 등을 주도하는 형태가 될 것이란 예측이다.

CJ그룹은 재현 회장이 아직 젊고 직접 경영 현안을 챙기고 있는 만큼 자녀들의 보직 이동은 경영 수업의 일환이라는 설명이지만, 이재현 회장과 이미경 부회장의 협력 구도가 대를 이어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해당 그룹사들의 경영 승계 작업이 ‘정지 작업’에 해당된다면 삼성그룹, 현대자동차그룹, 한화그룹, 효성그룹 등은 예전부터 경영 승계 과정이 진행됐고 현재는 안정적으로 대물림된 모습을 보인다.

삼성그룹은 3세 경영인 승계가 사실상 마무리된 상황이다. 지난 2014년 이건희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병상에 누운 이후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실상 그룹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다음 재계 2위 현대자동차그룹은 정몽구 회장이 공식적으로 경영을 총괄하고 있어 다른 기업보다 경영권 승계가 더뎌 보인다. 하지만 그의 외아들인 정의선 부회장이 CES, 뉴욕모터쇼 등 외부 행사에 활발히 참여하며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한화그룹의 경영권 승계 방향에도 세간의 시선이 쏠려 있다. 한화는 지난해 말 단행한 인사에서 1명이었던 부회장직을 3명으로 늘렸다. 이에 따라 따라 경영승계 작업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금춘수 한화그룹 부회장과 승진한 2명의 부회장을 통해 후계 구도의 안정화를 도모할 것이란 예상이다. 현재 장남인 김동관 전무는 한화큐셀 영업담당 실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차남인 김동원 상무, 김동선 전 팀장도 후계자 후보들이다.

효성그룹을 살펴보면 조석래 명예회장이 1982년 부친인 조홍제 창업주의 뒤를 이어 그룹 회장에 오른 지 34년 만인 2016년 장남 조현준 사장에게 회장 자리를 물려줬다. 지난해 7월 그룹 지주사 격인 효성의 대표이사직까지 사임하면서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났다.

포스코는 오너 체제는 아니지만 최정우 포스코 차기 회장 후보의 경영 승계를 위해 태스크포스(TF)팀을 가동하고 있다. 한편 젊은 총수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는 재계는 경영 승계 과정의 분위기도 달라졌다는 평가다.

한 재계의 관계자는 “예전에는 경영 승계 과정에서 편법 논란 등이 많았지만 3세 경영 4세 경영으로 넘어오면서 상당히 많은 부분이 변하고 있다”면서 “지배구조 개편과 정공법을 통한 경영 승계로 ‘반재벌 정서’를 없애고 ‘책임 경영’을 강조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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