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재난 수준의 기록적인 폭염이 맹위를 떨치며 축산 농가가 시름하고 있다.
 
특히 조류인플루엔자(AI)로 해마다 고통을 겪었던 가금류 농가들은 손써볼 겨를도 없이 사방에서 힘없이 쓰러지는 가축들에 절망하고 있다.
 
기록적인 폭염에 환풍기를 모두 가동하고 물을 분무해도 축사 내 온도계는 좀처럼 35도에서 내려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축산 농가들은 그야말로 폭염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셈이다.
 
닭이 자유롭게 뛰놀며 스스로 면역력을 키우는 '동물복지농장'도 자연재난은 비껴가지 못했다.
 
24일 찾은 충북 증평군 증평읍의 증평영농조합 양계장은 사육동 6곳에서 자라는 1만1000여 마리 닭들이 폭염 속에 숨을 헐떡이며 사투를 벌였다.
 
사육장과 주변에는 폭염에 폐사한 닭들이 곳곳에 널브러져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이 농장의 이재동 대표는 수시로 물을 분무해 온도를 낮추려 애를 썼지만, 속절없이 오르는 기온에 할 말을 잃었다.
 
1969년부터 동물복지농장을 운영해 온 증평영농조합의 이재동 대표는 "농장을 운영하면서 닭들이 집단으로 폐사한 경우가 한 번도 없었는데 이날 하루 만에 폭염으로 70~80마리가 폐사했다"며 "AI나 살충제 달걀 파문도 넘겼는데 이런 폭염은 농장을 운영한 이래 처음"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청주기상지청에 따르면 지난 23일 최고기온은 영동 가곡 37도, 단양 영춘 35.8도, 음성 금왕 35.8도, 보은 35.5도, 청주 35.4도, 충주 35도, 증평 34.9도, 제천 34.8도 등을 기록했다.
 
기상청이 지난 11일부터 영동에 발효했던 폭염 경보는 15일 청주·충주·제천·단양·옥천·괴산·보은으로, 17일 증평·진천·음성으로 확대 발령된 상태다.
 
폐사도 큰 타격이지만 활동량이 줄어든 닭들의 산란율도 크게 낮아졌다. 그나마 수확한 달걀의 품질도 크게 떨어져 출하하지 못하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
 
육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폐사는 둘째 치고 더위에 사료를 먹지 않다 보니 발육도 좋지 않아 출하 일정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12만 마리의 육계를 사육 중인 음성군 소이면의 민들레농장도 온종일 냉방장치를 가동하며 더위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농장 관리자는 폐사를 막기 위해 수시로 온도계와 닭들의 이상 여부를 살피느라 분주했다.
 
이 농장을 운영하는 이상정 충북도의원은 "육계의 경우 산란계보다 크기가 작고 면역력이 약해 외부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며 "우리 농장은 그나마 시설이 잘되어 있어 버티고 있지만, 소규모 농가들의 피해는 상상 이상이다"라고 설명했다.
 
폭염 특보가 내려진 기간 충북에서만 모두 3만117마리의 가축이 폐사했다. 이중 돼지 120마리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닭이다.
 
지역별로는 진천 4만830마리, 음성 3만2802마리, 충주 1만6000마리, 청주 3010마리, 단양 3000마리, 보은 3000마리, 괴산 2444마리 순으로 큰 피해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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