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실적 발표했지만…금융 개혁·노조 파업 예고에 ‘전전긍긍’

지난 23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 뱅커스클럽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 초청 은행장 간담회에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김태영 전국은행연합회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현재 금융권은 매분기 최대 실적을 발표하고 있지만 마음 편히 웃지 못하는 모습이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금융권 적폐 청산 작업을 위한 강력한 개혁 의지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또 금융권은 주 52시간 근무제와 정년 연장 등을 놓고 총파업을 예고하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과의 갈등 역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권은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역대 최대 실적도 무색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가득하다.

종합 검사·지배구조 개혁 등 한숨 나오는 규제안들
대외 변수 대응 어떻게…노사 갈등 봉합도 골머리


올해 상반기 금융권은 대체로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실적을 자랑했다. 주요 금융지주 및 은행의 당기순이익 규모는 KB금융(1조9150억 원), 신한금융(1조7956억 원), 우리(1조3059억 원), KEB하나금융(1조3038억 원) 등이다.

이들 네 곳이 상반기에만 거둔 당기순이익은 총 6조 원을 넘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을 정도다. 특히 KB금융그룹은 지주 창립 이래 최대 실적을 발표했다. 우리은행도 상반기 기준 2007년 이후 11년 만에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그런데 금융권은 여전히 긴장감이 역력한 분위기다. 실적은 차치하고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과감한 금융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무엇보다 윤석헌 원장의 개혁 방침은 금융사 입장에서 봤을 때 부담스러운 사안들이 대부분이다. 

윤석헌 표 금융 개혁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것은 종합검사의 부활이다. 윤석헌 원장이 2016 년 이후 사실상 폐지된 종합검사제를 다시 꺼내 든 것은 금융 검찰로서의 위상을 확고하게 구축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금융 당국 압박 ‘긴장’

그동안 금융 당국은 금융사의 잘못에 대해 적당히 눈감고 오히려 그들의 이익을 대변해 준다는 지적을 받은 터다. 이제 철저한 검사로 잘못된 부분은 엄중 문책하고 제재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한 것이다.

윤석헌 원장은 “감독과 검사 기능은 동전의 앞뒷면 같다”면서 “종합 검사가 금융회사들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건 잘 알지만 종합 검사를 시행하는 것은 확인 절차 또는 감독의 마무리라는 차원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윤석헌 원장이 지난 23일 오후 6시 50분 은행연합회 은행회관에서 22개 은행장과 취임 후 첫 간담회를 열어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 모습이다. 간담회에는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을 비롯해 주요 시중은행장과 지방은행장이 참석했다.

윤석헌 원장은 이날 은행장들과 만나 자신은 호랑이가 아니라며 친근한 분위기를 조성하려 했다. 그러나 간담회는 국내 금융권을 대상으로 한 금감원의 선전포고 성격이 짙어 앞으로 금감원과 금융권의 긴장관계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높았다.

아울러 윤석헌 원장은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업무보고를 통해 금융사 지배구조와 내부통제 시스템 개선,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조사 등 개혁 의지를 다졌다.

같은 날 윤석헌 원장은 지난 9일 발표한 ‘금융감독혁신과제’를 소개하며 “금융시장 안정을 수호하고 국민의 소중한 재산을 보호하는 책무를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사의 건전경영을 위한 지배구조 및 내부통제 시스템 개선도 약속했다. 최고경영인을 선임하는 절차를 개선하는 것 등에 초점을 두고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준수 실태를 점검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또한 내부 통제가 부실해 금융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금융회사 내부통제 혁신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종합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사안에 대해서는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조사를 신속히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 외에도 윤석헌 원장은 ▲기업회계 투명성 제고 ▲ 소비자 보호 실태 평가 강화 ▲민원과 분쟁 인프라 확충 추진 ▲금융그룹 통합감독 시스템의 원활한 정착과 개선 등을 강조하고 있다.

윤석헌 원장이 강조하고 있는 사안들을 살펴보면 금융사 입장에선 한숨 나올 법하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금융 개혁이나 해당 규제와 관련한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먼저 나서기도 애매해 눈치를 보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호소했다.

대외적 문제 해결도 시급한데 금융노조가 예고하는 총파업도 부담이다. 구성원 모두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국에 노사 간 내부 갈등으로 자칫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금융노조는 올해 임금·단체협상 결렬에 따른 후속조치로 9월 중 총파업을 전개할 예정이다. 같은 달 초 전체 조합원이 참여하는 결의대회를 진행한다. 앞서 노조는 18일 2018년 임단투 총력투쟁기획단 1차 회의'를 열고 투쟁계획을 공유했다.

갈 길 먼 경영 안정화

총파업을 위한 조합원 쟁의행위 찬반투표는 오는 7일 하루 동안 실시한다. 투표 이후 총파업 때까지 쟁의행위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총파업을 통해 과당경쟁 해소·노동시간단축·임금피크제 개선·노동이사제 도입·국책금융기관 노동권 보장을 요구한다.

결국 금융권의 경영 안정화는 “금융사 지배구조와 내부통제 개선 등으로 금융시장의 법과 질서를 바로 세우겠다”는 윤석헌 원장과 “노동조합의 핵심요구안을 쟁취하고 산별 교섭 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금융노조를 설득하고 인정을 받는 것이 선결 사안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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