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임대료‧카드 수수료‧가맹비 죽을 맛”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광화문의 한 호프집을 찾아갔다. 일반 시민들과 어려운 경제 현실에 대한 고민을 나누겠다는 취지다. 퇴근 길 시민과 함께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던 대선 공약을 취임 1년을 넘겨 지키게 됐다. 당시 한 편의점 업주 A씨는 문 대통령에게 “심야영업만 안하게 해 주면 점주들의 (불만은) 많은 부분 해소된다”면서 “제 점포가 심야에 30만~40만 원 정도로 별로 버는 게 없다. 그런데 심야 알바비가 70만~80만 원”이라고 호소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을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실상 최저임금 인상만이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본사‧건물주의 ‘갑질’이 횡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점주들 쓰러지는데 본사는 산다?···평균 매출 안 느는데 최저임금 인상 ‘충격’

편의점 가맹점주들은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을 지지한다면서도 가맹 수수료, 상가 임대료, 카드 수수료 등을 먼저 체질을 개선하지 않고 최저임금만 빠르게 인상하는 정부의 처방이 잘못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이재광 공동의장은 지난 26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열린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소득이 늘어야 소비도 늘고 자영업자 매출도 늘어나기 때문에 가맹점주들은 소득주도성장을 지지한다”며 “하지만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최저시급 인상만으로 추진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 의장은 “소득주도성장의 구체적인 실천 방법에 있어 처방이 잘못 내려져 있지 않나 우려된다”면서 “가맹점주들은 높은 가맹비와 물품비용, 해마다 치솟은 임대료, 카드수수료 등으로 수익률은 좋지 않은데 경기마저 좋지 않아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차 “최근 편의점 점주들의 목소리를 들어 보면 최저시급 인상이라는 정부 처방이 잘못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상가임대료와 가맹 수수료, 카드 수수료 같은 체질 개선을 먼저 해주고 최저임금이 같이 올라간다면 견디기 쉬울 텐데 이런 문제는 뒷전이고 최저시급만 계속 올라가니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장은 그러면서 “내년에는 병이 낫겠다는 희망이 있다면 기꺼이 참겠는데 내년이면 죽겠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하루 하루가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계약종료’ 100여 개에 불과
 
여러 브랜드 편의점을 운영한 경험이 있는 점주 A씨는 “정말 장사가 안 되는 곳은 보통 계약해지를 한다. 장사를 할수록 손해가 나면 막대한 페널티를 감수하고도 장사를 접는 것”이라며 “어중간한 수익이 나는 곳은 보통 명의변경으로 편의점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선택을 한다”고 말했다. A씨는 “가맹본사 입장에서는 명의변경을 해도 나쁠 게 없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A씨가 이러한 얘기를 한 이유는 편의점들이 근접 출점과 최저임금 인상, 임대료 등의 문제로 장사를 접는 중에도 본사의 수익은 계속 유지되는 구조라는 것이다. 편의점주는 망해도 본사는 계속 돈을 버는 셈이라는 얘기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 통계와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가맹본사와 계약기간을 다 채우고 장사를 접는 ‘계약종료’ 편의점 개수는 한해 100여 개에 불과했다. 그러나 ‘계약해지’는 두 배에 가까운 수준이었으며 ‘명의변경’은 4배에 육박했다.

계약종료는 본사와 가맹계약 기간을 모두 채우고 장사를 접는 편의점을 말한다. 계약해지는 계약기간이 남아있음에도 장사를 접는 경우다. 명의변경은 편의점이 그대로 운영되지만 운영 주체가 바뀌는 경우다. 본사가 상가 임차비용을 부담하는 편의점에서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자세히 보면 CU의 경우 2016년 159개 점포가 계약을 종료했다. 그러나 계약해지는 226개였고, 명의를 변경한 편의점은 677개였다. 2016년 CU의 점포 숫자는 신규개점 1713개를 포함해 9312개였다.

2017년에는 144개 점포가 CU에서 계약을 종료했다. 그러나 계약해지는 두 배에 약간 못 미치는 226개였고, 명의를 변경한 편의점은 921개였다. 2017년 CU는 1804개의 신규점포를 열어 1만746개로 점포를 확대했다.

GS25도 비슷한 추세다. 2016년 GS25는 1309개 점포를 신규로 열었는데, 그 사이 계약종료는 198개, 계약해지는 116개였다. 명의를 변경한 편의점은 1035개에 달했다.

2017년에도 계약종료는 233개, 계약해지 95개, 명의변경은 1063개였다. 2017년 GS25는 1740개의 점포를 신규로 열어 총 1만604개 점포를 확보했다.

세븐일레븐 역시 2016년 계약종료 101개, 계약해지 205개, 명의변경은 303개로 집계됐다. 2017년에는 각각 243개, 370개, 286개였다.

게다가 이 기간 편의점의 평균 매출은 거의 늘지 않았다. 2016년 6억194만 원이었던 편의점 연평균 매출은 2017년 6억1682만 원으로 1488만 원이 늘어나는 데 그쳤다. 2.4%에 불과한 수치다.

반면 편의점 업종의 성장률은 2016년 18.4%, 2017년 13.4%에 달했다. 또 편의점 본사의 영업이익 신장률은 점포를 크게 웃돌았다. GS리테일의 2017년 영업이익은 2.90%, 자기 자본순이익률 14.24%에 달했다. CU의 경우 BGF리테일에서 분할되기 직전 연도인 2016년 영업이익이 4.0%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이 계약을 해지하거나, 명의가 변경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며 “반드시 장사가 잘 안 돼 장사를 접었다거나 다른 사람에게 넘긴 경우가 아닐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편의점주들은 업장을 접는 근본적인 원인이 최저임금 인상보다는 본사의 ‘갑질 횡포’와 ‘상가 임대료’ 부담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산업부, 본사들 만났다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는 최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 지원 대책 논의를 위해 편의점 6사와 대화의 자리를 가졌다.

산업부에 따르면 문승욱 산업혁신성장실장은 최근 서울 전략물자관리원에서 편의점 6사 임원들과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에는 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미니스톱·씨스페이스 6개사가 참석했다.

산업부는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0.9% 오른 8350원으로 책정되면서 점주들의 부담이 커짐에 따라 업계의 애로사항을 듣기 위해 간담회를 마련한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을 두고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반발이 커짐에 따라 관계 부처도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본사와 가맹점 사이의 계약에서 불공정거래가 있었는지 살펴보기 위해 세븐일레븐, 이마트24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지난 1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가맹점주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갑질 규제’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이미 외식업·편의점 분야의 6개 가맹본부를 대상으로 조사에 착수했다”며 “200개 대형 가맹본부와 이들과 거래하는 1만2000개의 가맹점을 대상으로 서면조사를 진행해 가맹시장의 법 위반 실태를 파악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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