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박수현 ‘신속 퇴출’ 이재명‧L 의원 문제는 ‘나 몰라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시스>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올 초 여성들의 ‘미투 운동’(Me too, 나도 당했다)은 한국 사회를 강타하며 곳곳의 치부를 드러냈다. 정치권도 예외일 수 없었다. 특히 안희정 전 충남지사, 정봉주 전 의원, 민병두 의원,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 이재명 경기지사 등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을 둘러싼 성추문 의혹이 잇따라 터지면서 파문을 일으켰다. 

지난 5월엔 초선 의원인 L 의원의 ‘엽색’ 논란도 본지 보도를 통해 밝혀졌다. 그런데 이 같은 성추문에 휩싸인 인사들을 대하는 집권 여당 대표의 잣대가 다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추 대표가 안희정‧박수현 등 안희정계 인사들은 ‘신속 처리’한 반면, 민주계로 분류되는 L의원 등의 성추문은 ‘외면’했다는 지적이다. 추 대표는 구민주계 핵심 인사로 꼽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안희정계 죽이기 아니냐는 성토가 나온다.

 
秋, 성추문 휩싸인 인사들 대응 방식 ‘딴 판’…이중 잣대?
安 ‘즉시 제명’ 朴 ‘사퇴 종용’…불륜설+조폭 연루설 李엔 침묵만
민주계 L 의원 ‘불륜녀’ 피해자 메일 투서에도 ‘쉬쉬’ 無 조치
秋측 “사안 다르다. 그 외 드릴 말씀 없어”…‘퇴출’ 朴은 이미 ‘복귀’


미투 운동은 지난 1월 29일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사회 각계각층으로 퍼져 나갔다. 이후 한 달여 뒤인 지난 3월5일 미투 대형 사건이 터졌다. 차기 유력 대선 후보로 꼽히던 안희정 지사가 여비서를 ‘성폭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것.
 
더불어민주당은 사건이 터진 지 몇 시간 만에 안 지사를 전격 제명‧출당 방침을 밝혔다. 추 대표는 정무비서 김지은 씨의 언론 인터뷰 직후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한 뒤 이같이 결정했다.
 
安 이어 朴도
신속 강퇴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현 문희상 국회의장 비서실장) 사건 경우도 신속 처리가 이뤄졌다. 당시 불륜설과 내연녀 공천 의혹에 휩싸인 박 전 대변인은 논란이 불거지자 사흘 만에 기자회견을 열고 “완벽한 거짓말”이라며 “선거전을 진흙탕으로 만들려는 더러운 프레임에 결코 굴복하지 않겠다”고 강하게 반박하고 나섰다.
 
이틀 뒤에도 재차 기자회견을 열어 “기획 날조된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며 적극 대응했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박 전 대변인의 충남지사 예비후보 자격심사를 보류한 끝에 자진 사퇴해 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박 전 대변인은 이 같은 지도부의 자진 사퇴 제안을 거절하며 선거운동을 재개했다. 이에 당시 후보자검증위는 박 전 대변인 문제 해결을 위해 국민배심원단 구성을 통한 검증 방식을 제안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박 전 대변인의 자진 사퇴를 거듭 종용했다. 결국 박 전 대변인은 예비후보직을 내려놨다.
 
그는 소집된 비공개 최고위에 참석해서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적극 해명했지만, 지도부에서 자진 사퇴 요구의 뜻을 굽히지 않자 결국 이러한 뜻을 받아들였다. 지도부가 박 전 대변인에게 자진 사퇴를 권유한 사실이 알려진 뒤 온라인 상에서 공개지지 선언이 잇따르고 충남 지역 시민단체들도 성명서 발표 등 박수현 지키기에 나섰지만 지도부의 완강한 뜻에 물거품이 됐다.

 
<뉴시스>
   ‘뜨거운 감자’ 이재명,
엽색 논란 L의원 문제는?

 
반면 이재명 현 경기지사의 불륜설에 대해 추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이재명 지키기에 적극 나선 모습이다. 추 대표는 지방선거 전 이 지사의 불륜설로 파장이 지속되자 “쓸데없는 것 갖고 말이 많다”, “요새 우리 젊은 친구들이 자꾸 이상한 데 관심을 쏟고 있다”고 두둔했다가 보수 진영으로부터 뭇매를 맞기도 했다.
 
최근엔 이 지사의 조폭연루설까지 불거져 파문이 일고 있음에도 민주당은 ‘개인 의혹’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백혜련 대변인은 당의 공식 입장을 묻는 질문에 “없다”면서 “개인적 의혹이 제기된 것이고, 당 차원에서 답변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당내에선 “의혹 제기 수준이고 확실한 한 방이 없는 데다 당사자가 극구 부인하고 있다”는 옹호의 목소리도 나오지만, 박수현 전 대변인의 경우도 유사한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다른 잣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당내 L 의원의 ‘엽색 논란’이 지난 5월 알려졌지만 당은 적극 대응은커녕 ‘쉬쉬’한 것으로 나타났다. L 의원과 4년간 내연녀로 살았던 H씨는 그와의 문자 내용을 공개하면서 “(L 의원은) 유부녀와 불륜관계를 이어왔고 이혼녀인 자신과도 양다리를 걸쳐왔다”고 폭로, L 의원의 도덕성 문제를 지적했다.
 
H씨는 2017년 9월 16일 민주당 10여 명의 의원들에게 이 같은 주장을 담은 이메일과 문자 메시지를 캡처해 보냈지만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쉬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여성 인 추 대표가 이같은 문제에 관심 가져주길 바랐는데 외면했다는 성토도 나온다.
 
해당 문제와 관련해 당내 한 여성 중진 의원은 L 의원을 만나 얘기라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구민주계 핵심 인사인 추 대표가 민주계로 분류되는 L 의원을 감싼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L 의원은 동교동계 대표적 인사의 보좌진 출신이다. 대부분의 동교동계는 구민주계에 속한다.
 
H씨는 L 의원의 불륜 문제를 폭로한 이메일 글에서 “(이번 문제를) 개인적인 일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국민의 대표라고 자처하는 자의 여성관과 도덕성에 대한 문제제기”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신속 처리됐던 안희정‧박수현 두 인사가 현재 처한 상황이 그때와는 사뭇 다르다는 점에서 당시 추 대표의 결정에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정치권 권계자는 “안희정을 굳이 제명 처분하지 않고 도지사 사퇴와 제명 수준에 버금가는 다른 징계를 내리는 것으로 처리할 수 있었을 텐데, 지방선거를 앞두고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너무 서두른 것 같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박 전 대변인과 관련해 “선거 전 만회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던 시점이라 꼭 박수현이 아니더라도 이길 수 있다는 정치적 판단이 작용해 내친 듯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번 사안과 관련 추 대표의 최측근인 김현 대변인은 “두 사안이 다르다”며 “그 외 드릴 말씀은 없다”고 짧은 입장을 밝혔다. 추 대표 측 보좌진도 이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드러내지 않았다.
 
安 정계복귀설
‘부적격’ 朴 공직자로

 
당초 성폭행범으로 사회적 낙인이 찍혔던 안 전 지사에 대한 여론이 조금씩 변화하는 형국이다. 김지은 씨가 직접 호텔을 예약했다는 안 지사 측근의 법정 진술이 나오면서 진실공방이 새 국면을 맞은 것이다.
 
전 운전비서 정모(44)씨는 지난 11일 재판에 나와 “그날 마지막 일정이 호프집에서 있었는데 김 씨에게서 ‘오늘은 서울에서 자고 간다’는 메시지를 받았다”며 “김 씨가 직접 호텔 약도까지 보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안 전 지사의 부인도 법정에서 “부부가 묵고 있는 방에 김씨가 새벽 4시쯤 들어와 3~4분가량 침대 발치에서 바라봤다”고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서 “남편을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겠다 싶어 불안했다”고 진술했다. 이는 이른바 ‘상화원 사건’으로 명명될 정도로 뜨거운 쟁점이 됐다.
 
여전히 김 씨의 2차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으나, 일방적으로 성폭행범으로 몰렸던 안 전 지사의 방어권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 정치생명이 끝난 것으로 보였던 안 전 지사지만, 이후 양측의 진술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만약 안 전 지사에게 무죄가 선고될 경우 ‘정계 복귀’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두 사람의 1심 결심 공판은 지난 27일 열렸으며, 선고공판은 8월14일 진행된다.
 
당시 사퇴를 종용받았던 박수현 전 대변인은 이미 정계에 복귀했다. 지난 13일 20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에 선출된 문희상 의원은 신임 의장 비서실장에 박 전 대변인을 임명한 바 있다. 당시 민주당에 의해 사실상 공직자 부적격 판정을 받은 박 전 대변인이 민주당 출신 국회의장에 의해 공직자로 발탁된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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