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동진 정책’ 꿈틀대나… ‘사분오열→궤멸’ 잘 짜인 시나리오?

<뉴시스>
신공항은 ‘공수표’ 취수원은 ‘뒷짐’… “TK ‘패싱’도 아닌 ‘무시’” 반발 확산
 
[일요서울 | 박아름 기자]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TK 지역 정치권의 아우성이 커지고 있다. 내년 예산 심의서 TK 홀대 논란을 비롯, 정부 요직 인사에서도 TK 인물들이 배제되는 등 ‘TK 패싱’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 이를 두고 6.13지방선거 직후에는 ‘선거보복’이라는 말이 돌았다. 그런데 최근에는 사실상 차기 총선을 겨냥한 움직임이라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고립화’는 밑그림일 뿐 이를 시작으로 TK 보수의 ‘사분오열→궤멸’이란 큰 그림이 따로 있다는 것. 일각에서는 최근 지역 정치권에서 재점화된 ‘가덕도 신공항’ ‘대구 취수원 이전’ 논란들이 적진 분열을 위한 집권 여당의 묘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권영진 대구시장,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 등 TK 지역 보수 인사들이 최근 잇따라 구설수에 휘말린 것도 지지층 분열을 조장하는 일부 세력의 전략이라는 시각이다. TK는 ‘전국 정당화’를 위한 여당의 ‘마지막 관문’이자 보수 정당 ‘최후의 보루’다. 벼랑 끝에 몰린 보수 정당이 1950년 ‘낙동강 혈투’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된다.
 
내년 TK 지역 주요 사업 국비 지원액이 소관 부처에서 대폭 삭감돼 ‘TK 홀대론’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7월 26일 대구시‧경북도에 따르면 TK 주요 현안 사업의 내년 국비 예산이 소관 부처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거나 대폭 삭감됐다. 현재 소관 부처에 넘어간 주요 현안 사업 예산안은 기획재정부에서 심의 중이다. 기재부는 8월 말까지 최종 심사한 후 국회에 예산안을 넘기게 된다.
 
국비 지원 예산에 대한 심사는 현재 진행 중이지만 이미 첫 관문부터 TK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는 게 지역 정가의 중론이다. 자유한국당 TK 현역 국회의원들로 구성된 대구경북발전협의회에서는 이미 ‘TK 패싱’이 현실화되고 있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석기 한국당 도당위원장은 지난 7월 28일 “SOC 사업 등에 TK가 소외돼서는 안 되고 이 자리에 모인 대구경북 의원들이 합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요직 인사에서 TK 인물들이 철저히 배제된 것에 대해서도 반발감이 크다. 경북의 한 의원은 “새 정부 들어 ‘인사’에서 소외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요직에서 TK는 거의 전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 6.13지방선거 직후에는 단순한 선거보복이라는 말이 나왔다. 민주당은 전국 17곳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14곳을 석권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이 TK를 사수하며 헌정 사상 첫 ‘싹쓸이’의 꿈이 좌절됐다. 이에 TK 지역에 대한 보복 카드로 ‘고립화 작전’을 꺼내들었다는 시각이 컸다.
 
그런데 최근에는 사실상 차기 총선을 겨냥한 밑그림이라는 관측이 일고 있다. TK 정치권을 소외‧압박함으로써 사분오열을 조장하고, 지역 민심을 교란시키는 작전이라는 것. 종국에는 보수 자멸을 조장해 보수 정당의 마지막 보루를 차지하겠다는 수순으로 비춰진다.
 
‘백지화’된 신공항이 왜 또…?
 
일각에서는 최근 TK 내 해묵은 논쟁의 불씨가 살아난 것을 두고, 집권 여당이 부채질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우선 영남권 신공항 갈등이 최근 재점화된 것이 그 방증이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6.13지방선거에서 ‘가덕도 신공항 추진’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당선 직후부터 광폭 행보를 보였다. 여기에 ‘부울경’을 장악한 민주당 PK 라인도 가세했다. 오거돈(부산)·김경수(경남)·송철호(울산) 광역단체장은 지난 6월 26일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위한 공동 TF’를 구성한 바 있다.
 
영남권 신공항 건설 문제는 TK-PK 사이 ‘정치적 화약고’로 분류된다. 2006년 노무현 정부 때 처음 거론됐고 2011년 이명박 정부 때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한 차례 무산됐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신공항 건설을 재차 내세워 지역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힌 바 있다. 박근혜 정부는 결국 영남권 5개 광역단체장 합의를 통해 ‘김해공항 확장’이라는 제3의 대안을 선택, 가까스로 갈등을 봉합했다.
 
그런데 오 시장이 ‘시한폭탄’을 건든 것이다. 영남권 신공항 건설 문제는 정치권에서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크다. 이에 오 시장이 ‘가덕도 신공항 추진’을 다시 들고 나온 것은 사실상 ‘공수표’ 아니냐는 지적이다. TK-PK 간 ‘갈라치기’를 통해 부울경 광역단체장을 중심으로 PK를 확실한 민주당 영토로 다지고, ‘한국당 텃밭’인 TK를 고립시키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그동안 여당이 추진한 ‘동진정책’의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정치적 도구’로써 ‘가덕도 신공항’을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권영진 적극 ‘구애’에도 정부 ‘묵묵부답’
 
대구 취수원 이전 문제에도 정부 여당이 뒷짐 진 모양새라는 점이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사실 대구 취수원 이전을 둘러싼 대구-구미 간 지역 갈등은 약 27년간 이어져 왔다. 199년 구미공단에서 발생한 페놀 유출 사고가 촉발 원인이었다.
 
그런데 최근 권영진 대구시장이 이낙연 국무총리 및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 등에게 공식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며 정부 역할에 대한 귀추가 주목됐다. 또한 이번 지선에서 장세용 구미시장이 역대 첫 민주당 출신으로 당선되며 집권 여당과 유기적 역할에 기대가 컸다.
 
하지만 실상 정부 여당은 대구 취수원 이전 문제를 ‘지역 현안’으로 국한, 중재에 나설 기미가 없어 보인다. 도리어 지역 갈등을 부추기는 모양새여서 빈축을 사고 있다.
 
실제로 김은경 환경부장관은 지난 7월 2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환경부 업무보고에서 “대구 취수원 이전은 합리성에 문제가 있다. 물산업 클러스터를 핵심 산업으로 추진하는 대구시가 물을 정수해서 쓰는 법은 외면하고 있다”며 취수원 이전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김 장관은 “낙동강 전체를 살리기 위해 폐수 방류량을 없애거나 무방류시스템을 찾아야 한다”며 “대구 취수원을 이전한다면 대구 하류의 부산·경남의 물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느냐”고 언급했다. 이는 대구와 PK 간 지역 갈등을 유발할 공산이 크다는 해석이다.
지역 정치권은 김 장관의 이 같은 발언에 즉각 반발했다.
 
대구시의회는 지난 8월 1일 성명을 통해 “물관리 주무부처의 수장인 환경부 장관이 먹는 물 문제로 고통받고 있는 대구시민의 절박한 심정을 헤아리지 못하고, 지역 간 갈등 중재는커녕 영남권 지자체 간 갈등을 오히려 조장하고 있다”며 김 장관의 사과를 요구했다. 시의원들은 또 “물은 환경권을 뛰어넘는 생존권의 문제이자 반드시 국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물관리 중앙부처의 수장으로서 대구시 취수원 문제의 책임 있는 해결에 즉각 나서라”고 촉구했다.
 
향후에도 정부가 대구 취수원 이전 문제에 개입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대구-경북 간 지역 갈등이 가시화되고 있지만 어떤 입장도 내놓고 있지 않다. 이를 두고 지역 정가에서는 TK 고립화의 일환이라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분열 작전이라기보다는 ‘TK 무시’다. 국토부 장관 및 화수원 관계자들이 TK 문제이니 지역에서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하는 것은 ‘패싱’을 넘어선 ‘무관심’과 ‘무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해당 관계자는 TK 정치권이 집권 여당의 의도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와 TK 시민들을 갈라치기 하고 있는데 결국 권 시장과 9명의 의원들이 싸워서 이뤄 내야 하는 것들을 얻어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20년 총선도 싹쓸이? 김부겸 ‘화룡점정’
 
최근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의 인사 청탁 문제가 다시 불거진 것도 ‘TK 궤멸 작전’의 일환이라는 시각이 제기된다. TK 출신 인물에 대한 ‘흠집 내기’를 통해 지역 지지층 분열을 조장, 보수의 최후의 보루인 TK 지역마저 무너뜨리겠다는 심산이라는 것. 앞서 19대 대선 당시 이미 불거진 의혹이 재점화됐다는 점에서 이 같은 주장에 전혀 개연성이 없어 보이진 않는다.
 
권성주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지난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 이름대로 새까만 의도를 드러낸다”면서 “이 정권과 관련 인사들의 ‘보수 궤멸’ 위한 독기가 사고 한 번 칠 것 같다”고 반발했다.
 
이어 권 대변인은 “이미 해명했고 문제가 있으면 수사하라고 했던 일을 다시 꺼내든다”며 “능력 있고 괜찮은 주변 인물을 추천하고 살펴봐 달라 한 것을 적폐몰이한다면, 진행자 친구의 성추행을 덮기 위해 공중파를 대놓고 활용하고 왜곡시키려 했던 것은 적폐 지망생 파렴치범 수준”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편파 진행’으로 8초(8월 초) 폐지되는 방송이 반성은커녕 양심 없는 못된 독기만 남았다”고 주장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역 정치권은 ‘민주당의 동진 정책’에 더욱 신경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민주당의 ‘마지막 관문’이자 보수 정당의 ‘최후의 보루’인 TK에서 이 같은 ‘해묵은’ 논란들이 지속해서 불거지고 있는 점은 이들의 의구심을 확산시키고 있다.
 
결국 민주당의 ‘TK 궤멸’ 시나리오의 방점은 ‘김부겸 대망론’이 찍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대구 수성구 의원 출신으로, 민주당 내 TK 출신 중에서도 지역 기반이 탄탄한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지선과 이번 8.25전당대회에서 김 장관이 나서지 않는 것도 차기 총선 또는 대선을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이 많다. 만약 이대로 무리 없이 김 장관이 차기 총선 또는 대선에 나설 경우 TK 점령은 따 논 당상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하지만 순조롭게 진행될 것 같던 여권의 ‘TK 궤멸 작전’에 예상치 못한 블랙홀이 등장한 모양새다. 6.13 지선에서 ‘북미정상회담’이 여권의 잇따른 악재를 모두 빨아들이는 ‘블랙홀’이었다면 2020년 총선에선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경제’가 ‘블랙홀’이 될 수 있다는 것.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차기 총선에서 대구에서만큼은 민주당이 힘들 것이다. 그 결정적인 원인은 ‘경제’다. 물론 지금은 대구시 국장급 인사들이 민주당에 줄을 서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총선 때는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다. 경제 몰락으로 민주당이 다음 총선 때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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