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6일 현재 총 586개 상장사 중 현금배당을 결의한 157개(신규상장 및 재상장 제외)사의 배당금총액은 총 4조 3,665억원으로 전년도의 3조 3,276억원보다 31.22%가 증가했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이같은 현상은 지난해 전반적인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의 시장비중이 높아진 가운데 주주들의 배당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것이 주요인으로 분석됐다. 1주당 평균 배당금은 734원으로, 액면배당률(배당금/액면가)은 26.94%로 집계됐다.2002년에 배당을 하지 않았던 기업 중 현대중공업 등 6개사는 올해 현금 배당을 실시할 계획이다.업종별로 살펴보면, 통신업이 전년도보다 180% 증가한 1주당 3,750원의 고액배당을 실시했고, 전기·전자 등 주요 종목들도 높은 배당률을 보였다.

■KCC 일가 배당수익 200억 상회KCC는 주당 5,000원 현금 배당을 공시, 액면배당률이 100%에 달한다. 시가배당률(배당금/시가)은 4.74%. 중소기업과는 달리 대기업의 경우 시가배당률 5%안팎이면, 비교적 고율 배당으로 분류된다. 참고로, 이번에 한 주당 5,500원씩 배당하는 삼성전자의 경우 배당금 총액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시가배당률은 1.13%선에 불과했다.KCC 주식 182만여주(17.35%)를 보유한 정상영 명예회장의 배당소득은 약 9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14.85%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장남 정몽진 KCC대표이사와 7.06%의 지분을 보유한 차남 정몽익 KCC부사장도 합계 100억원 가량의 소득이 예상된다.

이 밖에도 정몽열(3남) 금강종합건설 사장 등 주요 친인척 대주주들도 20억원에 이르는 부수입을 챙길 전망. 따라서, 정상영 회장 일가가 이번 배당으로 인해 벌어들이는 수입은 총 200억원을 훨씬 웃돌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정상영 회장은 이번 배당소득의 대부분을 현대엘리베이터와의 지분경쟁에 쓸 밑천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증선위가 지난달 초 KCC가 보유한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중 20.78%를 처분하라는 명령을 내린바 있다. KCC는 처분 명령으로 손실된 현대 엘리베이터 지분을 추가로 취득키 위해, 오는 4월 13일까지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57만 1,500주(8.01%)를 주당 7만원에 공개 매수한다.

현대-KCC간 경영권 분쟁이 갈수록 첨예한 대립양상을 띠고 있는 상황에서, 정상영 회장이 공개매수를 철회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어 보인다. 정상영 회장을 비롯한 일가가 배당소득의 상당액을 지분경쟁에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이 나오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증권가 주변에서는 현대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되면서, 정상영 명예회장 일가가 은행에서 돈을 차입하는 등 자금이 넉넉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던 터에 이번 현금배당을 통해 자금 사정도 개선하고, 현대와의 지분 경쟁에 필요한 실탄도 준비하는 효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KCC의 경우, 상장사 중에서도 유난히 친인척 대주주의 지분 비율이 높은 케이스.

지난 19일 공시한 주요 대주주의 주식소유현황을 보면, 정상영 명예회장 친인척이 보유한 지분은 42.74%. 따라서 이번에 실시하는 현금배당의 수익은 고스란히 정 명예회장 일가에 돌아가는 셈이다.한편, 27일 개최된 정기주총에서 소액주주들이 KCC의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매집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따라서 증선위의 지분처분명령과 검찰고발 등 연속적인 악재 속에 도덕적 상처를 입은 정상영 명예회장 측이 향후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공개매수에 성공하느냐는 현대 경영권 분쟁의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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