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주)회장의 그룹 지배권이 더욱 강화될 것인가’.외국 투자회사의 경영권 도전에 시달렸던 SK(주)가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지난해 4월부터 시작된 소버린과의 경영권 다툼에서 SK가 승리함으로써, 그룹은 최태원 회장 중심으로 급격히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소버린측은 “최태원 회장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주총에서 보자”고 벼르고 있다. 이번 정기주총 이후 SK그룹의 지배구조가 어떻게 변화할지 귀추가 주목된다.지난 12일 열린 SK(주)의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사선임과 정관개정안 등을 놓고 SK와 소버린간 표대결을 벌였으나, 거의 모든 안건에서 SK가 압승을 거뒀다. 당초 박빙의 승부가 예상됐지만, 외국인 지분과 소액주주들 상당수가 SK측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SK의 일방적인 우세로 끝난 것이다.이날 주총에서 SK(주)와 소버린은 정관변경과 이사선임에 대해 각각 다른 안을 내놓고 표대결을 벌였다.

이사선임건은 SK측이 추천한 인사 6명이 모두 승인을 받은 반면, 소버린측이 추천한 이사 후보들은 모두 부결됐다. 하지만 SK와 소버린측이 제안한 정관변경안은 어느 쪽도 총 투표주식의 3분의 2 이상을 얻지 못해 부결됐다. 소버린측이 기업지배구조 개선방안으로 제시했던 ‘집중투표제 배제조항 삭제’,‘내부거래위원회’신설, 이사 임기 1년 단축 등은 물론 SK측이 제시했던 ‘투명경영위원회 및 각종 전문위원회 설치’,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 등도 정관에 명시되지 못하게 됐다.이는‘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아직도 남아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이번 주총에 대해 소버린측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반응을 보이며 최태원 퇴진 등 기존의 입장을 철회할 의사가 없음을 강력히 시사했다. 최 회장이 내년에 임기가 끝나는 만큼, 내년 주총에서 다시 한번 경영권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반면, SK는 경영권 방어에 성공함으로써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SK는 “이번 주총의 결과는 주주들이 SK(주)의 지배구조개선안 내용과 실천의지를 높이 평가한 결과”라면서도 “다만 SK가 내놓은 정관변경안이 결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부결된 것에 대해서 매우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그러면서 SK는 “정관개정안 부결과 상관없이 사외이사 70%로 구성되는 새로운 이사회를 중심으로 앞으로 독립적이고 투명한 이사회 운영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특히 최 회장은 “독립적인 이사회 중심의 투명경영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즉 이번 주총에서 경영권 방어에 성공한 최 회장이 전면에 나서 그룹의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재계 일각에서도 이번 SK의 주총을 통해 ‘최태원 체제’가 더욱 공고히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최 회장이 불리한 여건을 역이용,‘획기적인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카드로 정면돌파를 시도해 성공했다“며 “앞으로도 최 회장은 이런 우호적인 여론을 등에 업고 그룹 지배권을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지배구조개선의 일환으로 SK(주) 손길승·황두열·김창근 이사, SK텔레콤 표문수 사장 등이 퇴진했다. 최 회장을 제외한 측근 및 친인척들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남으로써, 최 회장의 입김이 그만큼 강해진 셈이다.이와 함께 최 회장으로서는 내년에 임기가 만료되는 만큼 올해 안에 강도 높은 구조조정 및 획기적인 그룹체질 개선 등의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부담감이 남아 있다.내년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외국인 주주가 이미 55%대에 이르고 있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이 올해안에 구조조정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소버린 등 외국인 주주들에 의한 ‘퇴진론’이 또다시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은 조만간 SK그룹 임원 인사 등을 통해 자신의 체제를 확고히 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한편, SK측은 주총에서 정관변경에 실패했던 투명경영위 신설과 사외이사 비중 70% 확대 등을 이사회 결의를 통해 도입할 계획이며, 빠른 시일내 그룹 임원인사를 단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특히 임원인사는 실추된 그룹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사상 최대 규모로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와 함께 대대적인 계열사 정리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계열사별 독립경영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