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바른미래당이 그동안 미뤄두었던 두 집 살림을 합칠 예정이다. 당은 9월 2일 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를 구성하고 사무처도 통합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한 첫걸음으로 중앙당은 지난 7일 ‘당직자 구조조정’ 안을 발표했다. 당은 현재 215명 수준인 전체 당직자를 100여 명 수준으로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당 혁신과 통합을 위한 첫 단추부터 끼우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물론 ‘당직자 구조조정’은 당으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완벽히 합쳐지지 못하며 의석수에 비해 조직의 크기가 필요 이상으로 비대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당의 구조조정으로 당장 직장을 잃을 위기에 놓인 당직자들의 ‘배신감’은 상당해 보인다. “이 당이 의원들만의 당인가”, “당에 헌신하다 헌신짝 됐다”는 볼멘소리가 쏟아진다. 설상가상으로 일각에서는 구조조정안이 사실상 통합 전 바른정당 출신 당직자들에게만 불리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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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이 합당 6개월여 만에 비로소 통합 작업에 고삐를 죄는 모양새다. 당은 6월 창당 후 처음으로 의원 전체가 참석하는 워크숍을 열고, 매주 수요 오찬을 갖는 등 의원들 간 화합을 도모하고 있다.

최근엔 자체적으로 ‘안철수·유승민 없는 바른미래당 가능한가’라는 토론회를 열고 그동안 국민의당·바른정당 세력이 찢어져 있었는데, 이젠 진정으로 하나의 당이 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됐다. 당은 9월2일 전당대회까지 바른정당·국민의당 세력 간 진정한 ‘화학적 결합’을 이루겠다는 각오다.

구조조정, ‘명분’은 있지만
‘절차’와 ‘설득’은 없었다...


그 첫 단추로 당은 따로 운영되던 당사와 사무처를 통합하기 위해 ‘당직자 구조조정’에 나섰다. 바른미래당 이태규 사무총장은 지난 7일 인사위원장 명의로 당 사무처에 중앙당 사무처 인사 조정계획(안)을 발송했다.

바른미래당은 현재 215명 수준인 당직자를 100여 명 수준으로 줄일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계약직 당직자 75명과 계약을 종료한 뒤, 추가로 정규직 당직자 구조조정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에 따르면 구조조정안은 이날을 포함해 4일 동안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희망퇴직을 신청하지 않을 경우에는 2일간 인사평가를 통해 이후 명예퇴직, 무급휴직을 강제 시행하고 이마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직권면직까지 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의석수 30석의 정당에서 당직자 수가 215명이라는 건 결코 일반적인 수치는 아니다. 이보다 4배 이상 의석이 많은 더불어민주당(130석)과 제1야당 자유한국당(113석)의 당직자 수도 바른미래당보다 적거나 비슷한 선이다.

올 2월 국민의당·바른정당이 통합해 바른미래당을 출범한 후, 두 당이 당사와 사무처를 계속 따로 운영해 오면서 조직이 비대하게 유지됐던 탓이다. ‘구조조정’이 당 입장에선 당연한 수순 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다만 구조조정의 명분은 있지만 절차가 성급했고 설득은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구조조정 대상 중에서도 계약 만료 시점이 이달 말인 옛 바른정당 중앙당 사무처 직원들은 이날 오후 성명을 내어 “오늘의 사태는 노사 간 협상을 앞두고 대화해야 할 상대인 사무처 당직자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나 예의는 찾아볼 수 없는 최악의 갑질 행위로 규정한다”며 “(해당 안은) 법적 절차와 원칙을 명백히 어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번 구조조정안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가 있어야 하고 해고 회피 노력을 다해야 하며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의 기준을 정해야한다’는 규정을 무시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구조조정안’에 대해 노사 간 협상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중앙당 측이 독단적으로 구조조정안을 공고했다는 주장도 더했다. 중앙당 사무처 직원들은 “함께 창당하고 통합과정을 거치면서 지방선거 등 어려운 시간을 지냈다. 그러한 사무처 동지들에게 법을 만들고 실행하는 공당과 입법기관인 국회의원이 법을 내팽개치면서 일방적 희생만을 강요하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인지 우리는 분노와 함께 깊은 비애감을 느낀다”며 “이렇게 쉽게, 소모품 대하듯 버릴 수 있는 것인가”라고 호소했다.

무엇보다 구조조정 대상자들에겐 당이 개혁을 위해 가장 먼저 단행하는 게 다름 아닌 ‘당직자 해고’라는 데 강한 배신감이 내포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옛 바른정당 노조 소속 최용상 차장은 “무턱대고 절반을 자르겠다고 하기 전에 당은 구체적인 재정 지출 내역을 공개해 얼마나 부족한지 공유하고, 또 어디서 지출을 줄여 최대한 많은 당직자를 데려갈 수 있는지 고민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통합’한다더니 ‘분열’ 조장”
친유계, ‘탈당’ 고삐 당기나


상황이 이쯤 되자 정치권에선 이번 당의 결정이 장기적으로 ‘소탐대실’일 수 있다는 우려 섞인 관측이 나온다. 당장 구조조정으로 계약직 당직자 위주의 각 시·도당이 무력해지면, 향후 총선에 더욱 큰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 바른미래당 한 당직자는 “이렇게 당이 좀 어렵다고 함께한 식구들을 날려 버린다면 누가 당에 애정을 가질 수 있겠는가”라며 “의원, 당직자 모두 이대로 당에 대한 의지를 잃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진정한 통합’을 위한 첫걸음이 되레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구조조정’에 반대하던 바른미래당 노동조합 내부에선 균열이 발생했다. 국민의당 노조는 “바른정당 노조가 우리와 협의 없이 노조 공동교섭대표단 명의로 공문을 발송했다”라며 공동교섭대표단 구성 협약을 파기했다. 또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노조는 각각 이태규 당 사무총장과의 면담을 진행하는 등 이미 독자노선 행보에 들어갔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번 구조조정안을 뜯어보면 구 바른정당 출신 당직자가 타깃이 된 모습”이라며 “지선 이후 친안계가 당을 장악한 상황이다. ‘구조조정’마저 계파의 영향력 하에서 이뤄지고 있다. 자연히 바른정당 출신들은 한국당으로 돌아가고 싶은 욕구가 커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물론 아직까진 바른미래당 내 자유한국당과의 통합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가 더 큰 상황이다. 사안에 따라 협치는 가능할지 몰라도 당대 당 통합은 어불성설이란 관측이 중론이다. 하지만 바른미래당 내 신뢰가 깨진 상황에서 한국당의 새 당대표로 누가 선출되느냐에 따라, 바른미래당 의원들의 탈당 혹은 당 간의 통합 논의는 지금보다 진전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여기에 유승민 전 대표가 최근 독자 행보가 늘면서, 그의 물밑 행보 하나하나에 당 안팎의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바른미래당의 복수의 관계자는 “최근 유 전 대표가 자유한국당 관계자들과 자주 자리를 갖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 그 때문에 그가 조금씩 탈당을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와 관련해 유승민계인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은 “유 전 대표가 자유한국당과 자주 접촉하고 있다는 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탈당설을 일축했다.

고정현 기자  jh0704@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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