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최 회장은 대기업 총수로는 이례적으로 해외 IR(기업설명회)를 직접 주재하고 해외 기관투자가와 잇따라 단독 면담을 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러시아 순방에 동행하는 주요그룹 총수들 명단에 최 회장이 빠져있다. 노 대통령의 러시아·카자흐스탄 방문은 유전·가스전 개발 및 도입에 주안점이 맞춰져 있는 상황. 이에 따라 에너지분야가 주력업종중에 하나인 SK로서는 최 회장이 빠진 것은 의외다. 최 회장 입장에서는 러시아 방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는 셈이다.

노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기간 동안 최 회장은 미국 워싱턴과 뉴욕, 보스턴에서 열리는 해외기업설명회를 직접 주재하고 해외 현지 지사 등을 둘러볼 계획이다.이에 대해 최 회장이 소버린자산운용과 제 2의 경영권 분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내년 3월 주총을 앞두고 해외투자자들을 적극 설득해 나가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는 해석이다. 이와 관련, 최 회장은 최근 국내에 진출해 있는 외국 기관투자가들과도 잇따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 회장은 이번 해외 IR에 앞서 14일 개최되는 미국 캐피털그룹의 투자전략회의에 참석해 이사회 중심의 투명경영, 주주가치 제고 등 ‘달라진 SK’에 대해 설명한다. 캐피털그룹은 국내에 진출한 최대 규모의 외국계 투자그룹으로 삼성전자, 국민은행 등 국내 우량주의 주요 주주며 투자평가액만도 4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SK(주)에 대해서는 지분 6.7%를 보유해 소버린(14.94%)과 웰링턴(9.04%)에 이어 외국인으로는 세번째로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같은 최 회장의 행보에 대해 SK 관계자는 “최 회장이 그룹 전면에 나서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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