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가 좋으면 대기업 ‘LG텔레콤’에 입사할 수 있거든요.”종로에 위치한 A은행에서 열성적으로 ‘뱅크온’ 신규가입을 권유하는 한 학생이 털어놓은 말이다. LG텔레콤은 지난 9월부터 모바일뱅킹서비스인 ‘뱅크온’ 가입자 유치를 위해 대규모의 아르바이트생을 계약직원으로 고용, 그들에게 “실적에 따라 높은 인센티브를 주고, 능력 있는 직원은 LG텔레콤 정직원으로 채용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계약직 직원 중 LG텔레콤에 입사한 직원은 없는 것으로 확인돼 ‘취업사기가 아니냐’는 비난이 거세다.

A은행의 LG텔레콤 계약직 직원 김모(27)씨는 은행 영업 시작 전에 미리 출근해 은행 청소를 한다. 고객이 은행을 찾으면 은행직원보다 앞서 큰소리로 ‘어서오십시오’라고 인사하고, 공과금 납부 등의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들의 은행업무도 대신 봐드린다. 은행을 찾은 노모(72)씨는 “뱅크온 직원이 직접 은행업무와 출금까지 다 해주더라고, 무척 친절하고 성실하게 일하는 게 마음에 들고, 우리 손자뻘 같은데 고생하는 거 보니 안쓰러워 휴대폰을 구입해 줬지”라고 말했다. 김씨는 은행업무가 끝난 이후에도 가판대를 밖으로 옮겨 영업을 계속할 만큼 열심이다. 김씨를 비롯해 LG텔레콤 계약직 직원들은 은행업무로 내방한 고객을 상대로 적극적인 일대일마케팅을 하기로 유명하다. 각 은행마다 2~3명의 담당 직원이 상주해 뱅크온 가입 유치와 함께 고객 업무 처리와 사후관리까지 해 일종의 대리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들의 노력으로 LG텔레콤은 매일 6,000여명의 뱅크온 가입자를 은행 부스를 통해 유치하고 있다. 이들이 이렇게 열성을 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LG텔레콤은 철저하게 직원들에게 동기부여를 하고 있었다. LG텔레콤은 아르바이트생이라는 표현 대신 ‘계약직 직원’이란 표현을 쓰며 이들에게 체계적인 교육을 시키고, 은행 영업현장에서는 ‘영업과장’이란 직책을 부여하기도하며 이후 ‘정규직 직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심어준다. 김씨 역시 “취업이 어려운 시기에 LG텔레콤에 입사할 수 있다는 꿈을 갖고 열심히 일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현실은 다르다. 뱅크온 가입 유치가 시작된지 벌써 1년이 훌쩍 넘었지만 아직 계약직 직원이 정규직원으로 채용된 사례는 없다. LG텔레콤 측은 “일부 대리점이 능력 있는 직원을 대리점 직원으로 채용하는 것으로 알지만 본사에 보고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대신 LG텔레콤 측은 “성과 좋은 직원은 타사보다 월등한 조건의 인센티브를 적용 받는다. 은행 가판대 판매로 보조금이나 대리점 관리비용이 절감돼 직원에게 돌아가는 성과금이 높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인센티브 조건을 말해달라는 요구에는 “타사와 차별되는 전략으로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앞으로 정규직원 채용계획에 대해서는 “정규직원으로 채용할 계획은 있다. 그러나 몇 명을 뽑을지, 시기가 언제가 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뱅크온은 9월말 현재 124만명의 가입자를 유치, 모바일뱅킹서비스 분야에서 압도적인 1위를 자랑하고 있다. LG텔레콤은 제휴를 맺은 13개 은행의 전국지점에 ‘뱅크온 가입 간이 판매대’를 설치, 약 4,000여명의 계약직 직원을 고용했다.

간이 판매대는 ‘가상대리점’이라고 불리며 고객유치와 함께, 사후관리 서비스까지 하고 있어 대리점으로 손색이 없다. 은행은 LG텔레콤에 은행 매장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뱅크온 가입자를 은행 회원으로 확보, ‘윈윈’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그러나 성공적인 뱅크온 가입 유치의 일등공신인 계약직 직원들에게 돌아간 보상은 아르바이트비 이상을 넘지 못한 것으로 밝혀진다. 과도한 회원 확보로 계약직 직원은 하루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12시간이 넘도록 근무하고, 대리점들은 무분별한 아르바이트생 고용으로 부작용을 낳고 있다. 가입자수에 따라 성과 점수가 매겨지다 보니, 단말기 할부금 30만원을 카드로 일시불 결제하면 현금 3만원을 돌려주는 등의 불법 판매도 높다. 불량 휴대폰이 공급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잠실에 거주하는 직장인 홍모(35)씨는 “집근처 은행에서 뱅크온 서비스에 가입했다. 가입 후 일주일만에 휴대폰이 고장 나 대리점에 들르니, 불량제품인 것 같다”는 설명을 들었다며 불쾌해 했다.대리점의 한 관계자는 “사실 휴대폰 공급물량이 부족하다보니, 여기저기서 조달된 제품 중 불량제품이 섞여 있다”고 털어놨다. 대리점들이 본사에 아르바이트생 고용을 알리지 않고, 무분별하게 직원을 고용하다보니, 판매 직원의 교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뱅크온 가입 후 사용방법이 익숙지않아 문의 차 다시 은행을 찾은 주부 전모(44)씨는 “요금제와 부가서비스 신청에 대해 질문하니 직원이 ‘잘 모르겠다’며 ‘본사 114 안내로 문의하라’는 대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LG텔레콤 측은 “본사가 직접 상권에 따라 관련 대리점에 영업권을 주고, 체계적으로 직원 교육도 시키고 있다”며 “일부 대리점의 불찰인 것 같다”고 답했다. LG텔레콤의 과열 경쟁의 논란은 지난해에도 지적된 바 있다. 지난해 9월 LG텔레콤은 국민은행과 제휴를 맺어 뱅크온 서비스를 시작했으나 기존 019가입자들은 뱅크온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도록 해 ‘가입자 차별’이란 비난을 받았다. 당시 LG텔레콤은 기존 019 가입자들에게는 뱅크온 서비스가 가능한 단말기로의 기기 변경을 막았고, 신규 가입자 확대에만 주력했다.

뱅크온 서비스란
전용단말기로 은행업무 실시간 처리


모바일뱅킹서비스인 뱅크온은 20만~60만원대의 비싼 전용단말기를 따로 구입해야하는 부담이 있지만 은행 업무를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뱅크온은 칩기반 모바일 뱅킹 서비스로 휴대폰 안에 은행정보가 담긴 스마트카드칩을 장착, 월800원만 내면 휴대폰으로 계좌이체·송금·출금 등을 할 수 있고 무제한 데이터 사용이 가능하다. 금융서비스 칩은 은행이 무료로 제공한다. 간혹 LG텔레콤 판매 직원들이 “뱅크온 가입시 단말기가 공짜”라며 가입자를 유치하지만 설명을 끝까지 들어보면 요금이 저렴해 단말기 할부금이 요금으로 빠진다는 설명이다.

몇가지 무료 통화 요금제 중 하나를 선택하고, 단말기 할부는 12개월 정도 하면 월 4~5만원 정도를 지불하는 형태다. 현재 LG텔레콤은 국내 17개 은행 중 한미·제주은행과 우체국만 제외하고 모든 은행과 모바일 뱅킹 서비스 제휴를 맺었다. 우리·하나·농협 등 국내 주요 은행과의 뱅크온 서비스 제휴를 맺고, 휴대폰 판매도 겸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서비스 제휴만 마친 상태로 올해안에 은행 내 휴대폰 판매 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한미·제주은행 및 우체국과의 계약도 올해 안에 마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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