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노사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사측은 희망퇴직 신청이 저조하자 미 신청자들을 두 차례에 걸쳐 특수영업팀으로 발령내며 강제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이에 노조와 특수영업팀 발령 직원들이 반발하자 사측은 ‘2차 희망퇴직자 신청접수’ 로 한발짝 물러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노조는 2차 희망퇴직 신청때 신청자가 늘어난 것으로 보아 특수영업팀 발령조치가 희망퇴직 유도 작업이 아니냐고 반문하고 있다.외환은행은 지난 10월 25일, 모두 350여명으로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희망퇴직 신청자가 회사 인력 구조조정 목표치인 985명에 이르지 못하자 다음날인 26일 직원 50명을 특수영업팀으로 발령한 것에 이어, 28일 오전에도 3급 직원 5명, 4급 직원 120명 등 모두 206명을 추가적으로 특수영업팀에 발령냈다. 특수영업팀은 연체독촉, 카드모집업무 등을 전담하는 조직으로 영업직과 관련없는 직원들이 대거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외환은행 노조와 직원들은 “특별영업팀 발령은 희망퇴직에 실패한 사측의 보복” 이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노조는 지난 10월 28일 성명을 통해 “특수영업팀 발령자들은 사측의 퇴직압박에 응하지 않았다는 것 말고는 발령에 관한 어떤 기준이나 근거도 제시된 바 없다” 며 “업무상 필요가 아니라 보복 차원에서 단행된 이번 인사는 전면 무효” 라고 주장했다.한편 특수영업팀 발령을 받은 점포장급 직원 50여명은 자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며, 부당전보 구제신청 등 현안에 대해 노조와 함께 법적 대응을 결의해 나가기로 했다. 특수 영업팀 발령 당사자들은 “정리 대상자로 분류된 직원들에게 연체 독촉, 카드 및 대출 모집 등 힘든 업무를 부여해 회사적응을 어렵게 하고, 임금을 크게 삭감해 퇴출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로 사실상의 강제퇴직” 이라고 주장했다.

또 “인력 구조조정은 경영자가 취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다. 사측은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가 없는데도 구조조정을 할 수 없게 되자 편법적인 방법을 쓰고 있다” 며 “경영상의 목적이 아니라 최대한 주가를 올려 최대주주인 론스타의 지분 매각 차익을 올리려는 속셈” 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외환은행 지분 51%를 보유하고 있는 론스타는 주식 의무 보유기간이 끝나는 내년 9월부터 지분을 팔 수 있다.노조측과 특수영업팀 발령 당사자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사측은 희망퇴직 신청접수를 연장하자며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1차 희망퇴직 미신청자들이 ‘시범 케이스’ 로 한직에 발령된 전례로 인해 이번 2차 희망퇴직 접수 후 접수자가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고 노조측 관계자는 밝혔다. 사측이 노조의 요구를 들어준 것 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측의 의도대로 되어가고 있다는 것.

특히, 노사 양측의 합의안에는 사측이 추가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는 문구가 명확히 삽입되지 않은 상태여서 여전히 강제 구조조정으로 인한 노사간 마찰의 불씨는 남아있다. 추가 희망퇴직 신청자 수가 미미할 경우 사측이 노조와의 충돌을 무릅쓰고 다시한번 ‘특수영업직 발령’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외환은행 인사팀 관계자는 “노사간 합의 때 ‘은행이 희망퇴직 결과에 따른다’ 고 한 의미는 연장 접수 결과에 따라 사측이 취할 수 있는 조치들을 취하겠다는 것” 이라며 “희망퇴직 연장에만 합의했을 뿐 인력구조 개선에 대한 사측의 의지는 달라진 것이 전혀 없다” 고 말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일어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노조 관계자는 “노사 합의는 합의문 그대로” 라며 “이번 합의는 직원 선택권 보장을 위한 조처였다” 고 물러나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부실 금융기관 퇴출에 따라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타 은행의 상황과 달리 외환은행은 ‘선제공격성’ 구조조정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추후 있을 희망퇴직 연장접수결과에 따라 또 한차례 충돌이 예상된다.

외환은행 구조조정 “계속될 전망”

대대적인 인사발령으로 구조조정을 실시한 외환은행측이 어떤 후속조치를 취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로버트 팰런 행장은 희망퇴직 후에도 여전히 인력 구조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있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한 인력 구조 개선 프로그램을 계속 가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팰런 행장은 이와 관련, “저수익 점포 등에 대한 인력개편이 진행되고 상위직급 인사 적체를 해소하고 아웃소싱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 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직원들은 인력구조 개선을 위한 경영진의 의지를 잘 이해하고 처한 현실을 냉철하게 인식해 달라” 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노조측은 “경영진측이 의도한 인력감축을 달성하지 못하자 사측이 잉여인력을 일부러 창출해 내기 위해 점포폐쇄, 인사발령, 아웃소싱 등 일련의 조치를 취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며 “이는 은행측이 강제적인 인원감축을 정당화하기 위해 은행의 팔, 다리라도 자를 계획임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것” 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은행의 경영진은 단기적 시세차익을 추구하는 대주주의 이익과 은행의 이익이 충돌할 경우 은행의 이익을 우선시킬 의무가 있다” 며 “사측이 강행할 경우 노조는 소액주주들과 연대해 주주대표 소송, 이사 위법행위 유지가처분 등 대주주 론스타 및 임원들의 배임행위를 중단하고 견제하기 위한 각종 법적 조치를 취할 계획” 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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