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가격 하향세 등 실적 하락 보고서 잇따라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7월 30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공장을 방문해 관계자들과 반도체 산업의 위협요인과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반도체주(株) 슈퍼사이클(commodities super-cycle·초장기 호황기)의 끝이 보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우리나라 대표 수출 품목 중 하나인 D램의 가격 하향세가 뚜렷하고 세계 증권가 등지에서 실적 하락 전망 보고서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주의 고점론이 불거지면서 반도체 수출 의존율이 심화되고 있는 우리나라 경제도 전반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역대 최대 매출 기록한 반도체주, 내려올 시기 됐나…
반도체 수출 의존율 높은데…우리 경제 악영향 우려도 


반도체 고점론은 D램 가격 하향세가 배경이다. 앞서 지난 9일 골드만삭스가 서버용 D램 가격마저 노란불이 켜졌다는 보고서를 내놓는 등 메모리반도체 고점론에 대한 우려를 보인 바 있다.

D램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계 1~2위를 기록하고 있을 정도로 대표 수출 품목이다. 점유율은 삼성전자(44.9%), SK하이닉스(27.9%)를 합쳐 70%가 넘는다. 주력 메모리반도체 제품인 만큼 D램 가격 하락은 실적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D램 가격 변화 추이가 심상치 않다. 반도체 전문 시장조사업체인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7월 23일 기준 DDR4 8Gb(기가비트) D램 현물 가격은 개당 7.9달러, 올해 1월 9.65달러와 비교해 18%나 떨어졌다.

고점론 걱정

지난 4월 9달러에 이어 8달러선까지 무너진 것이다. 낸드플래시(64Gb 제품 기준) 가격 역시 올해 초 4달러에서 3.3달러로 17.5%나 하락했다. 현물 가격은 도소매 업체가 수요 업체와 반도체를 거래할 때 책정한다.

다가오는 2019년도에는 D램 가격이 올해보다 15∼25%가량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D램익스체인지는 보고서를 통해 “D램 산업에서 생산량 증가율이 수요보다 커질 것”이라면서 “2019년 D램 가격은 올해 대비 15∼25%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울러 D램익스체인지는 “올해 3·4분기 이런 조짐이 감지됐고 4·4분기에는 가격 약세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물가격은 소규모 유통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이다. 매월 한 번씩 발표되는 고정거래 가격보다 시황을 먼저 반영하는 경향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업계는 현물가격을 시황 지표로 삼고 장기적인 계약가격 흐름을 전망한다. D램익스체인지는 “4·4분기 D램 평균 판매가격(ASP)은 3·4분기보다 1∼3% 떨어질 것”이라며 “하락폭은 제품군마다 편차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D램익스체인지는 “PC D램과 서버 D램의 시세는 그나마 전 분기 대비 미미한 폭으로 하락하거나 시세에 크게 변동이 없을 전망”이며 “서버용 D램은 공급업체들이 자사 생산 제품군에서 서버 D램의 비중을 늘림에 따라 공급부족 현상이 완화됐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업황에 대해 부정인 시선은 여타 증권사에서도 감지된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9일 반도체주 투자전망을 중립(in-line)에서 주의(cautious)로 하향했다. 반도체주들이 D램 재고조정 문제에 직면하면서 가격 하락이 예상된다는 이유다.

모건스탠리에서 제시한 ‘주의’ 의견은 해당 업종의 주가가 향후 12∼18개월간 시장 평균을 밑돌 것으로 보인다는 뜻을 담고 있다. 주의 의견은 모건스탠리의 투자전망 중 가장 낮은 단계로 매도와 동일하다.

골드만삭스 역시 낸드 가격 하락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마지막 보루로 생각했던 서버용 D램 역시 불안하다는 의견이다. 골드만삭스도 반도체 업종에 대한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웰스파고 역시 지난 16일 미국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의 목표주가를 70달러에서 63달러로 낮췄다. 마이크론은 메모리 반도체를 주력상품으로 삼는 업체다. 결국 지난 몇 년 간 상승세가 계속되자 고점에서 떨어질 일만 남았다는 것이 중론이 되어가는 모습이다.

더불어 이러한 상황은 반도체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는 우리나라 경제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 상반기 수출액이 역대 최대 기록을 또 한 번 갈아치웠지만 유망 신산업 수출군에서도 차세대 반도체 비중이 64%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의 반도체 수출 의존율은 계속 심화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반도체가 흔들리면 당연히 악영향이 있지 않겠냐는 견해다. 앞으로 반도체 의존율을 낮추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개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만 반도체 고점론은 아직 걱정할 시기가 아니라는 의견도 없지는 않다. NH투자증권의 도현우 연구원은 “8월 반도체 업종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면서도 “시장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반도체 업체들의 밸류에이션은 역사적 최저점”이라면서 비중 확대를 추천했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 역시 보고서를 발표하고 2019년 메모리 시장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7%에서 4.6%로 상향 조정했다.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츠도 올해 D램 시장 매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1000억 달러(약 111조4500억 원)를 돌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대 의견도

지난 7월 26일 발표한 SK하이닉스 실적을 살펴봐도 고점론 비관론을 어느 정도 해소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분기에 이어 2분기 또다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사상 처음으로 10조 원과 5조 원을 넘어섰다.

영업이익률은 54%로 지난 1분기에 기록한 최대치(50%)를 넘었다. SK하이닉스 측은 “D램 장기 수요가 탄탄해 더 달라는 요구를 들어주지 못할 정도”라면서 “공정 미세화로 과거보다 생산량이 크게 늘어나지 않아 공급부족 현상은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반도체 고점론과 희망론, 최대 실적을 기록한 우리 반도체 시장의 전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봤을 때 반도체 시장 전망을 둘러싼 논란이 더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또 수출 품목의 다변화와 반도체 공급 속도 조절 등은 필수적인 요소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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