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경영 부활’ 예고… 위기 돌파 전략이냐 과거로의 회귀냐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현대중공업그룹이 증손회사 지분 문제 해결, 순환출자고리 해소 방안을 발표하며 2016년 말부터 진행해 온 지주사 체제 전환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와 함께 오너 3세인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이 지주회사 지분을 확대하는 등 재원 마련에 나서고 있어 사실상 경영승계 초읽기에 들어갔다. 아버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대주주 역할만 수행하던 것과 비교하면 현대중공업그룹이 다시 오너 경영 체제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오너 중심 회사로 복귀하는 것에 대한 부정 여론도 일부 존재
증손회사 지분 관련 불확실성 조기 해결…사업 경쟁력 제고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은 지난달 22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현대삼호중공업을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 투자회사를 현대중공업이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지주의 증손회사였던 현대미포조선이 손자회사로 편입돼, 현대중공업그룹은 지주사 행위제한 요건 중 하나인 증손회사 지분 문제를 해결하게 됐다.

이번 분할합병 이후 현대중공업은 주요 조선 자회사인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을 자회사로 직접 지배, 그룹 내 조선지주회사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향후 현대중공업은 조선지주회사로서 조선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 및 사업경쟁력 강화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그동안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해 왔으나, 주주 및 투자자들의 이익에 가장 부합하는 방안을 선택했다”며  “또한 현대삼호중공업도 향후 업황 회복이 가시화되는 시점에 상장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조만간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이후 임시주주총회 등 필요한 절차를 거쳐 올해 12월까지 분할합병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날 현대중공업지주와 현대미포조선도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각각 이사회를 열고 현대미포조선이 보유한 현대중공업지분 3.9%를 시간외대량매매방식으로 현대중공업지주에 매각할 것을 결의했다. 주당 매각 가격은 22일 종가인 11만7000원이며 매각규모는 3183억 원이다.

‘지주사 전환’으로 경영 승계 가속화

이번 지분매각으로 현대중공업그룹은 그룹 내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중공업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고리를 완전히 해소했다. 이로써 현대중공업그룹은 모든 지주사 요건을 충족하는 한편, 주요 자회사의 지분을 30% 이상 확보하며 안정적인 지주사 체제를 성공적으로 구축하게 됐다. 

지주사체제 완성으로 현대중공업그룹은 향후 각사의 고유사업에 집중하고, 적극적인 배당정책을 실시해 주주가치 향상에 최선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대중공업그룹은 배당성향을 지주사의 경우 70%이상, 자회사는 30%이상을 유지하는 배당정책을 실시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이번 분할합병으로 지주사체제의 전환 과정에서 남아있던 불확실성을 해결해 그룹의 재도약을 위한 여건을 조기에 마련했다”며 “앞으로 조선의 현대중공업, 정유화학의 현대오일뱅크 등 각 사업별 주력회사를 중심으로 사업경쟁력 강화에 역량을 더욱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주회사 체제 전환이 본격화하면서 오너 경영 부활도 주목된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인 정치활동에 집중하면서  2002년 현대중공업 고문을 끝으로 경영에서는 물러난 뒤 수년간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해오고 있다. 정 의원은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주주지만 경영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정 의원은 2011년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현대중공업 경영권 승계와 관련, “아이들이 그런 생각이 있는지, 그리고 그런 능력이 있는지, 기업에 도움이 되는지도 생각해봐야 된다”면서도 “아이들이 능력이 있고 회사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경영권 승계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2012년 6월 정 의원의 아들 기선 씨가 울산 본사 경영기획팀 부장으로 재복귀하면서 3세 경영체제 준비에 들어간 것이라는 분석이 나돌았다. 기선 씨는 2009년 1월 현대중공업에 대리로 입사했다가 같은 해 8월 미국으로 유학을 간 뒤 다시 2013년 6월 현대중공업에 부장으로 돌아왔다. 2015년 1월 상무, 2016년 1월 전무로 잇따라 승진한 뒤 재입사 4년여 만에 부사장 자리에 오르면서 경영의 막을 올린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초고속 승진을 한 그는 현재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와 현대중공업 선박해양영업부문장, 그룹 지주사인 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실장을 겸임하고 있다.

이미 정 부사장은 올해 현대중공업지주 지분 지분을 3500억 원가량 사들이며 정몽준 이사장(25.8%)과 국민연금에 이어 3대 주주에 올랐다. 그의 경영 보폭도 넓어지고 있다.

여기에 정 부사장이 부친인 정 이사장의 지분만 잘 물려받기만 하면 사실상 승계작업이 마무리되는 셈이다. 아울러 이들은 8000억 원에 달하는 현대중공업지주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으며, 정 부사장은 약 1400억 원 규모의 현대중공업지주 주식을 세금 연부연납을 위해 공탁 형태로 담보 제공했다. 세금 납부용이라는 분석이다.

무조건 비판보다 사회적 인식이 필요

한편 현대중공업그룹은  2016년 11월 사업분할 결정을 시작으로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발표했으며, 2017년 2월 주주총회 결의를 거쳐, 4월 현대로보틱스, 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렉트릭 등 신설법인을 설립했다. 이후 8월에 현물출자 유상증자, 11월에 하이투자증권 매각 등을 결정하며 지주사 전환 과정을 진행해 왔다.

또한 지난 2018년 3월에는 기존 현대로보틱스를 현대중공업지주로 사명을 변경, 본격적인 지주회사의 출범을 알렸다. 이번 분할합병과 순환출자고리 해소를 마지막으로 현대중공업그룹은 모든 지주사 행위제한요건을 충족하게 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특수관계인으로 구성 된 지배구조로 돼 있는 대기업들의 경영권 승계를 무조건 비판할 게 아니라 객관적인 경영능력 검증시스템을 통과한 후계자에게 경영권 승계가 이뤄져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기 전략에 입각한 경영, 신속한 의사결정, 과감한 투자 등 가족이 지배하는 ‘가족기업’의 장점을 충분히 살려야 한다는 지적도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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