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재판 기록 문건 등 자료를 무단으로 내보내고, 관련 수사가 진척되자 이를 파기한 것으로 파악된 전직 재판연구관이 "개인적인 자료에 불과하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유해용(52·사법연수원 19기)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현 변호사)은 11일 서울 서초동 자신의 사무실 앞에서 취재진에게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앞서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유 전 연구관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박채윤씨 특허 소송 관련 보고서를 청와대에 건네는 과정에 개입된 정황 등을 수사하면서 대법원 재판 자료 다수가 반출된 사실을 드러냈다.
 
이에 검찰은 유 전 연구관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이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후 보강 수사를 진행해 지난 7일 다시 영장을 청구했지만 "매우 부적절한 행위이나, 죄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부분 기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연구관은 첫 영장이 기각된 지난 6일 반출한 대법원 문건 및 USB(이동식 저장장치)를 없앤 것으로 알려졌다. 문건 회수를 시도하던 대법원은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한 뒤 전날 검찰에 알렸다.
 
이와 관련해 유 전 연구관은 먼저 검찰 수사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1차 압수수색 당시 검찰은 영장에서 허용한 범위 외에 다양한 검색어를 입력해서 무려 5시간 가까이 제 컴퓨터에서 최대한 많은 파일을 들여다보려 했다"며 "별건 압수수색 의도가 명백하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실질적인 압수수색이 끝난 후 형사소송법대로라면 압수물이 없다는 증명서만 교부하면 될 텐데도 장시간에 걸쳐 관련 자료 일체를 임의제출해줄 것과 현상을 보존하겠다는 확약서 제출을 요구했다"며 "절차적인 위법의 소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유 전 연구관은 자료를 폐기한 이유와 관련해 "관련 자료를 계속 갖고 있는 한 검찰이 끊임없이 저를 압박할 것을 예상하니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극심했다"며 "어차피 법원에서도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만큼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폐기된 자료에 대해서는 "대법원 재판연구관 업무를 수행하면서 개인적인 의견을 작성한 문건들"이라며 "검토보고서나 의견서 등은 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수정이나 보완이 필요한 부분을 연필로 표시하거나 파일로 기재해 다시 돌려보낸 것으로 미완성 상태"라고 피력했다.
 
정식 등록된 자료가 아니므로 공공기록물 및 공무상비밀에 속하지 않는다는 게 유 전 연구관의 주장이다.
 
그는 현재 진척 중인 검찰 수사에 대해 "저 자신에 대한 수사라기보다 (검찰이) 대법원에서 확보하지 못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한 별건 수색이 아닌가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검찰은 즉각 박론했다. 검찰 관계자는 "(해당 자료가) 명백히 압수수색 대상임을 알고도 이를 고의로 파기한 사람이 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고 강도 높은 비판을 가했다.
 
이 관계자는 '공공기록물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유 전 연구관의 주장에 "보고 받은 문건이 개인 자료라는 말인가"라고 반문하면서 "(해당 자료는) 유 전 연구관이 수석재판연구관으로서 사용한 것이다. 공공기록물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주장의 이유를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또 '개인적인 목적에서 연필 등으로 작성한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에는 "굉장히 많은 양의 파일이나 문건이 있는데 그것을 다 연필로 썼다는 말인가"라며 반문했다.
 
한편 유 전 대법관은 최근 현직 판사들에게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하는 이메일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연구관은 이메일에서 자신이 받고 있는 의혹을 모두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유 전 연구관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현직 판사들에게 구명 활동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목소리도 나왔다.
 
이와 관련해 유 전 연구관은 "구명이라는 것은 오해"라고 분명히 했다. 그는 "사법연수원 시절 제자들과 동창 선후배, 동기들이 걱정해하고 궁금해해서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 관련 자료를 참고로 보내준 것"이라며 "5~6명에게 보내준 것뿐이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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