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을 방문했다. 2000년 김대중 대통령, 2007년 노무현 대통령 방북 이래 대한민국 국가원수로서는 세 번째 방북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의 만남은 벌써 세 번째이다. 이제는 남북 정상 간 만남이 일상화되어서인지 그렇게 큰 감흥도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종석 비서실장을 통해 국회의장단과 여야 5당대표에게 자신의 방북에 동행하기를 요청했지만, 보기 좋게 거절당했다. 제안의 순수성과는 상관없이 우리의 헌정구조에서 입법부와 행정부의 관계, 여야당 간의 관계를 잘못 이해한 정치적 미숙의 결과다. 우리가 북한과 같은 일당 독재국가가 아니라는 점을 착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입법부와 야당이 대승적 결단으로 대통령의 평양행에 동행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북한 비핵화와 남북 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민족사적 과제에 대하여 우리 정치권의 통일된 의지를 북한에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러나 시기가 문제였던 것 같다. 지금은 여야당 공방이 최고조에 달하는 정기국회 기간 아닌가? 더군다나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질적 국정감사 1년차 이며, 인사청문회가 줄줄이 기다리고 있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부동산 값에 좀처럼 늘어나지 않는 일자리, 문재인 정부는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국면에 야당들이 대통령의 평양행에 동행을 한다는 것은 야당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을 지지하는 국민들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보여줄 수 있다고 판단했음이 틀림없다. 당리당략적 판단이 우선 했던 것이다.

이에 대통령도 지난 11일 “중차대한 민족사적 대의 앞에서 제발 당리당략을 거두어 주시기 바랍니다. 국회 차원에서도 이번 정상회담을 국회 회담의 단초를 여는 좋은 기회로 삼아 주시기 바랍니다.”라며 야당과 국회를 압박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야당과 국회의 당리당략적 판단에 편승하여 자신의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고자 야당과 국회를 정략적으로 몰아붙인 것이다.

이게 현재 우리나라 정치 수준이다. 당리당략과 정략적 목표를 우선시하여 상대방을 제압하고 자신들의 정치적 목표를 실현하려는 것이다. 이솝우화의 여우와 두루미가 따로 없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는 없으며, 자기중심적 사고만으로 정치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각기 상대 정치세력에게는 냉혹하게 당리당략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우리 정치의 현실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현실을 누가 어떻게 타파해야 할 것인가? 그 열쇠를 쥐고 있는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이다. 야당은 다음 총선에서 생존하고 싶어 한다. 그들은 그 길을 선거제도 개혁에서 찾고 있다. 문제는 여당이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정쟁이 끊이지 않는 이유이다. 다행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역대 여느 여당과 다르지 않게 청와대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않은 듯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열쇠를 쥐게 된 이유다.

남북정상회담 후에 문재인 대통령은 한가위 휴가에 돌입한다. 남북의 혈맥을 뚫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야 간 혈맥을 뚫는 것은 더 중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이라는 열쇠를 가지고 여야당 정쟁구도를 끝내야 한다.

끝낼 수 없다면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 카드로 야당을 압도해야 한다. 남북정상회담 이슈만으로는 야당을 압도할 수 없다. 국민들을 설득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국내정치는 국내 이슈를 가지고 풀어나가는 것이 정도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한가위 통 큰 결단이 기대되는 이유이다.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대통령의 명확한 입장 표명을 기대해 본다. 지금은 남북관계 개선만큼이나 국내정치에서의 문재인 대통령의 실력을 보여줘야 할 때다. <이경립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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