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김은경 기자]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연이은 실언이 논란을 빚고 있다. 장 실장은 지난 5일 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모든 국민이 강남서 살아야 할 이유는 없다”며 이른바 ‘강남 발언’을 해 사회적 비판을 받았다. 해당 발언 이후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장하성 실장이 사는 아파트에서 경비원을 현재 인원의 절반으로 감축하기 위한 투표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의 불씨는 더욱 커졌다. 장 실장은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해 왔는데, 정작 본인이 사는 아파트에서조차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경비원 구조조정을 위한 투표가 진행 중이었기 때문이다. 일요서울은 장 실장의 발언 이후 현장의 분위기를 살피기 위해 지난 11일 해당 아파트를 찾았다.

출근 일주일 만에 일자리 잃게 된 경비원도 있어
부동산 대책 실언에 주민 분노지수만 상승


서울 송파구 아시아선수촌 아파트 각 동 입구의 경비실 앞에는 ‘경비시스템 개선에 대한 안내문’과 함께 투표함이 하나씩 놓여 있었다. 투표함 위에는 투표용지를 넣은 세대주들이 자신의 이름을 써 놓은 종이도 있었다.

안내문의 내용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증가되는 경비비 절감을 위한 경비원 구조조정과 이의 보완책인 현관 자동문 설치에 관한 것이었다. 경비원을 현재 116명에서 64명으로 52명 감축해 기존 경비실을 격일제로 운용하고, 주민 편의를 위해 자동문을 설치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경비원 수가 줄어들면 세대당 평형에 따라 원 6만5000원에서 11만3000원의 관리비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최저임금 오르며 갈등 시작돼

안내문은 “그동안 입주자대표회의에서는 경비원의 휴게시간 확대로 경비비 인상을 최소화해 왔으나 한계에 도달, 이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할 시점에 왔다”며 “또한 이에 대한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경비시스템을 아래와 같이 개선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주민투표는 지난 1일부터 15일까지 아파트 소유자를 대상으로 했다. 이날 이곳에서 근무하는 경비원 3명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한 경비원은 “잘 모르겠다. 언론에서 관심이 많은 것 같다”며 의견 내기를 조심스러워 했다. 어제 처음으로 근무를 시작했다는 경비원도 있었다.

또 다른 경비원은 경비원 감축 투표가 이번이 처음이 아님을 밝혔다. 그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수차례 있어왔다 지난해 최저임금 상승 때는 정부에서 보조금을 지원해 줬기 때문에 무사히 지나갈 수 있었다. 올해는 들은 이야기가 없어 불투명한 상황으로 이렇게 투표까지 하기에 이른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앞서 진행된 투표가 무산됐던 건 정부가 월 보수액 190만 원 미만 노동자를 고용한 사업자에게 지원하는 ‘일자리 안정자금’ 덕분이었다. 이번 투표는 내년에는 올해처럼 정부의 지원이 확실치 않아 주민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의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시작됐다.

경비원은 “최저임금 인상한다고 월급이 많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이런 일로 동료 중 일부만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것은 마음이 좋지 않다. 주민들과 상생하는 것이 우리가 바라는 일”이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주민들의 반응은 엇갈렸지만 부결에 조금 더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였다. 한 주민은 “장하성 실장의 최저임금 발언은 경솔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아파트에서조차 당장 최저임금 때문에 경비원 구조조정 문제가 발생한 것 아니냐”며 “평소 경비원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안전을 위해서라도 경비원은 꼭 동마다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매일 얼굴을 보며 인사하던 사이에 이렇게 야박하게 갑자기 해고 통보를 하는 것도 마음이 쓰인다”고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한 주민은 “주 52시간 근무 때문에 경비원들을 찾으면 자리에 없고 가면 주무시고 계시는 경우도 많다. 매번 반대하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찬성표를 던졌다. 남편과도 의견이 갈렸다”고 말했다.

앞서 장 실장은 3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최저임금 인상률이 너무 높았다고 판단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지난해 16.4% 오른 것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높았다. 솔직히 저도 깜짝 놀랐다”고 답변했다. 해당 발언을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이 같은 발언은 최저임금 인상이 자신과는 무관한 일이란 뜻으로 비춰질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경솔한 발언에 거센 비판

후폭풍은 거셌다. 시민들은 “최저임금 인상이 높다고 깜짝 놀라기 전에 자신이 사는 아파트 경비원들이 처한 상황부터 살펴보라”고 지적했다.

지난 5일 라디오 인터뷰서 부동산 가격 대책을 설명하던 중 던진 발언도 문제가 됐다. “강남에서 모든 국민이 살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살아야 할 이유도 없고 거기에 삶의 터전이 있지도 않다. 저도 거기서 살고 있기 때문에 말씀 드리는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한편 자유한국당은 지난 7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을 겨냥 “자신과 같은 고관대작은 강남에 살아야 하고, 서민은 강남을 쳐다보지도 말라는 것인가”라며 “말과 행동이 다른 분이 국가 경제 정책의 최고 수장을 하고 있는 것에 국민은 불안함을 감출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양수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장 실장은 지난번 한 언론의 인터뷰에서 ‘최저임금 인상폭에 대해 깜짝 놀랐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서 전 국민을 아연실색하게 한 적이 있다”면서 “이번에는 자신은 강남에 살면서 ‘모든 국민들이 강남 가서 살아야 될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 소득을 높이겠다고 하더니, 국민의 분노지수만 상승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은경 기자  ek@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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