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차기 대권 주자로 가장 유력한 후보는 두 말 할 것 없이 박근혜 대표이다. 박 대표는 박정희 전대통령의 딸이라는 후광까지 업고 있어 대권고지에 성큼 다가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박 대표는 탄핵안 가결 후 한 때 바닥까지 추락했던 한나라당을 일으켜 세워 100석이 넘는 정당으로 기사회생시켰다. 따라서 현재 한나라당에서 박 대표의 권위는 하늘을 찌를 듯하다. 이런 힘을 바탕으로 박 대표는 이재오, 홍준표, 김문수 의원등 수도권 3선 그룹의 집단지도체제 주장을 가볍게 물리치고, 점점 그 세를 불려가고 있다. 박 대표의 한 측근은 “아직도 박 대표의 당내 입지는 불안하다.

그러나 박 대표 개인의 카리스마와 이번 총선에서의 능력 검증으로 아마 별 일이 없는 한 차기 대권후보까지 무난할 것 같다”며 희망성 관측까지 내놓는다. 실제 남경필, 원희룡 등 소장파 의원들 대부분이 박 대표를 지지하고 있고, 새로 영입된 전문가 그룹도 박 대표 주위에 포진하고 있다. 영남 중진들을 중심으로 하는 이명박 서울시장 측보다는 당내 입지가 훨씬 강하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이명박 서울시장은 아무래도 거대 서울시를 총 책임져야 할 처지이기에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정치환경에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박 대표는 과거의 한나라당에 비해 매우 유려한 정책 노선을 견지하고 있다. 즉 ‘합리적 보수’를 자처하면서 대북 인식에 대해서도 놀랄만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당내 입지 구축이라는 자신감이 있기에 나올 수 있는 행동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리고 이런 당의 이념적 연성화 노력이 박 대표의 트레이드 마크로 굳어지면서 점점 당내외에서 ‘박근혜 대세론’을 구축해 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때문에 이명박 서울시장 입장에선 초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나라당 주변에서는 “이 시장의 이런 초조감이 곳곳에서 배어나오고 있다”고 진단한다. 즉. 이 시장 입장에서는 박 대표에 대항해서 유력 대선 후보라는 이미지를 국민에게 심어야 하고, 이런 차원에서 청계천 복원 공사, 4대문 안 도심 재개발 허용, 하이 서울의 복마전, 버스 중앙차로 급조 등의 사업을 앞당겨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는 ‘우리말 살리는 겨레 모임’에서 우리말 으뜸 훼방꾼이라는 경고까지 받았다. “영문 간판이 거리에 넘치는 데도 서울시는 오히려 영어쓰기를 부추기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하이 서울 페스티벌’이나 버스 안내표에 영어 표기까지 병행한다는 이 시장의 태도를 비판한 것이다. ‘한국건축역사학회’에서는 이 시장의 4대문 안 재건축 대책에 대해서도 문제 삼았다. 이 시장은 지난 3월 ‘도심 재개발 기본계획 변경안’이라는 것을 내 놓았다. “4대문 안에 용적률을 1000%로 늘리고, 90m로 되어있는 기존 규정을 1.5배 완화해 최고 135m, 30~40층의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던 것이다. 공동화되어 있는 도심부를 발전시키겠다는 것이 이 시장의 복안이었다.

그러나 반대측에서는 “4대문 안에까지 주상복합의 막개발을 하면 투기 열풍이 일어난다”고 격렬하게 반대했다. 아울러 “4대문 안의 역사 경관이 크게 훼손되는 것을 좌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청계천 복원 과정에서 제기된 수표교 복원 문제도 이 시장을 궁지로 몰고 있다. 옛 수표교 터에 통수관로가 놓여 수표교 복원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시장은 “내가 광통교, 수표교는 복원해 놓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지금 서울시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버스 중앙차로 건설도 시민의 합의를 토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단시일내에 끝내려는 발상 때문에 수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모든 무리수가 “박 대표에게 밀리고 있다는 초조감 때문에 벌어졌다”는 것이 한나라당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이들은 이 시장이 거듭날 수 있는 비결로 “순리로 돌아가야 한다. 초조하다고 하여 조급한 수만 남발하면 더욱 더 수렁에 빠지게 된다”고 충고한다.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고 강행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 차근차근 서울시 행정을 끌어가는 것이 이 시장의 가장 좋은 승부수라는 지적이다. 손학규 경기도지사는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에 비하면 여러 가지로 뒤처져 있다. 그러나 그는 오래 전부터 큰 꿈을 공개적으로 표명했던 정치인이라 아직도 이런 저런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손 지사는 지난 21일 공석이던 경기도 정무부지사로 김성식(46)씨를 내정했다. 그는 한나라당 관악갑 지구당 위원장 출신이고, 한나라당 제2 정책조정위원장, 기획위상근부위원장, 국가 혁신위원장을 지낸 사람이다. 한나라당 내에서 대표적인 전략통으로 꼽힌다. 김 부시장 내정에 대해 한나라당 고위 당직자는 “아무래도 차기 대권구도와 연관짓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금 당내 입지 조건에서 손 지사는 너무 열악하다. 당장 이번 총선에서 손 지사 지지군이 대거 낙선했다. 한현규(수원 영통), 정성운(광명갑), 이철규(시흥을), 정승우(의정부을) 후보 등 이른바 ‘손학규 사단’이 모두 낙선했다. <사진3>한현규 후보는 정무부지사, 정승우 후보는 경기 제2청 부지사, 이철규 후보는 경기개발연구원장, 정성운 후보는 경기도 서울사무소장으로 손 지사를 보좌해 온 최측근이었다. 이들은 모두 손 지사의 싱크탱크 역할을 해왔고, 이들의 국회 입성 여부가 손지사의 정치적 야망과 관련되었는데 그 모든 꿈이 물거품이 되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손 지사는 이명박 서울시장과 달리 경기도 행정을 수행하면서 크게 물의를 일으키지 않고 경기도 살림을 꾸준하고 조용하게 끌어간다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 앞으로 한나라당 대권 후보 경쟁에서 어떤 변수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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