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가 이복동생 “건설 잡으러 간다”


범 대림가가 건설업계에 진출의사를 밝히면서 재계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대림디엔아이가 최근 워크아웃에 들어간 신성건설을 인수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대림디엔아이는 이준용 대림그룹 명예회장의 이복동생인 이부용 전 대림산업 부회장 일가가 지배하는 기업이다. 이부용 전 부회장 일가가 세 확장에 나선 것은 지난 2007년 삼촌 이재우 대림통상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끝낸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대림가 맏형 기업인 대림그룹이 건설사를 운영하는데, 동생이 또다시 건설사에 진출하는 것을 두고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자칫 형제간 불화의 소지가 되지는 않겠느냐는 추측 때문이다.

대림그룹의 동생기업인 대림디엔아이가 건설업계 진출한다. 지난해 12월 워크아웃에 들어간 신성건설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지난 15일 업계에 따르면 신성건설 채권단은 대림디엔아이를 우선협대상자로 선정하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대림디엔아이는 이부용 전 대림산업 부회장의 차남인 이해성 대림디엔아이 사장이 7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부용 전 부회장이 이준용 대림그룹 명예회장의 이복동생임을 감안하면 형제기업이 나란히 건설업계에 몸을 담게 된 격이다. 대림그룹은 현재 대형건설사 대림산업을 보유하고 있다.


건설 수직계열사 만드나

신성건설은 지난해 시공능력평가에서 41위에 오른 중견건설사다. 자금 압박에 의해 워크아웃에 들어가게 됐지만 국내 건설사에서는 제법 인지도를 가지고 있다. ‘미소지움’ 아파트 브랜드로 잘 알려진 이 회사는 동남아, 중국 등지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해 왔다.

대림디엔아이의 인수 금액은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600억원선으로, 신성건설이 보유한 채권 700억원도 함께 인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 인수금액은 앞으로 3주간의 기업실사과정과 7일 동안의 가격협상과정을 거쳐 다음 달 중순께 결정될 예정이다.

업계는 대림디엔아이의 건설업 진출이 상당한 효과를 볼 것으로 보고 있다. 대림디엔아이는 건설 시행 및 부동산 개발을 담당하고 있고, 이부용 부회장 일가의 계열사 대림B&Co는 양변기 등 위생도기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신성건설 인수를 통해 부동산개발에서 건축자재, 건설회사까지 수직계열화를 이루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대림그룹 측에서는 이같은 내용에 대해 사전에 전혀 전달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부용 전 부회장이 회사를 떠난 뒤 소통이 전무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대림산업이 이미 건설사로 우뚝 서 있는 상황에서 대림디엔아이 마저 건설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분란의 소지가 있다는 관측도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부분 친인척 계열사 간에는 같은 분야에 진출하지 않기로 한 ‘신사협정’이 있다”면서 “대림디엔아이가 건설업에 진출하는 것을 두고 대림산업이 좋게 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우려는 이부용 전 부회장이 사실상 대림가에서 적절한 배분을 받지 못했다는 데서 비롯됐다. 그는 2003년까지 대림산업에서 부회장으로 근무했지만 대림산업을 떠난 이후에는 자기 소유의 기업을 받지 못했다. 그의 일가족이 보유한 대림디엔아이 및 대림B&Co 등도 그룹으로부터 분할받기보단 경영권 분쟁을 통해 쟁취해야 했을 정도다.

지난 2003년 말 이부용 전 부회장은 대림통상의 지분을 사들이면서 삼촌 기업에서 경영권 분쟁의 불씨를 피워 올렸다. 이에 맞서 이재우 대림통상 회장 일가도 일가족을 동원해 지분율을 끌어올렸고, 이 과정에서 각종 소송, 주주총회 따로 열기 등 극심한 대립을 겪었다. 오죽하면 대림통상 경영권 분쟁에 ‘제2의 두산사태’라는 별명까지 붙여졌을 정도다.

이 분쟁의 정리되기 시작한 것은 4년이 지난 2007년에 이르러서다. 당시 이재우 회장이 대림요업(현 대림B&Co)의 지분을 이부용 전 부회장에게 내놓고 대림통상 지분을 사들이면서 삼촌-조카간 분쟁을 마무리 됐다. 당시까지 대림그룹은 이부용 전 부회장에 대해 철저한 관망입장을 보여, 결국 이복형제간의 관계가 악화된 것 아니냐는 추측을 불러왔다. 이부용 전 부회장의 건설업 진출에 대한 우려도 이런 맥락이다.

이에 대림산업 관계자는 “현재 워낙 두 회사의 규모 차가 크기 때문에 경쟁사라고 인식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면서 “두 형제의 갈등으로 비화된다는 것은 지나친 확대해석”이라고 일축했다.


건설 급성장 이룰까

현재까지 업계에서는 대림디엔아이의 건설사 진출은 신성건설의 새 국면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 수직계열화를 통해 향후 공사수주 등에 있어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무엇보다 대림디엔아이가 보유한 290억 상당의 부동산도 적극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림디엔아이 같은 경우 보유 부동산과 현금이 꽤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향후 사업에 있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과연 이부용 전 부회장 일가의 건설사 데뷔가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시선이 집중된다.

[강필성 기자] feel@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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