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분열은 분파별 모임이 활성화되면서 당분열 조짐이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아직까지는 모임 자체의 순수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지만, 일부 모임에서 당 정체성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발언들이 나오고 있어 정치적 해석이 분분하다. 특히 특정 그룹에서 ‘당내 주도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요지의 발언들이 가감 없이 흘러나오면서 ‘우리당 분열’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현재 관심을 모으는 그룹은 친김근태계로 분류되는 ‘국민정치연구회’와 친정동영계로 알려진 ‘바른정치실천연구회’, 유시민 의원 중심의 친노그룹인 ‘참여정치연구회’, 그리고 이광재 의원 등 청와대 출신 의원 중심의 ‘의정활동연구센터’ 등을 꼽을 수 있다.

국민정치연구회는 지난 99년 재야출신 인사들의 정계 진출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모임이다. 지난 17대 총선에서 재야출신 인사들의 정계 진출이 늘어나면서, 몸집이 커지고 있다.바른정치실천연구회는 신기남 당의장과 천정배 원내대표가 참여하고 있어, 당권파 모임으로 관심을 끈다. 특히 16대 때에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회원으로 활동한 바 있어, 친정동영계 모임으로 분류된다. 의정활동연구센터에는 노무현 대통령 직계라고 볼 수 있는 이광재·서갑원·백원우·윤호중·이화영 의원 등 10명의 의원들이 활발한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모임은 장관 출신인 한명숙·김명자·김진표 의원이 자문위원으로 참여해 주길 기대하고 있고, 그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17대 국회 들어 무서운 속도로 세를 얻고 있는 참여정치연구회는 개혁당 출신 유시민 의원이 주축이 돼 만들어진 모임이다.

이 모임은 당 정체성에 대한 강한 불만을 표출하며, 이들이 중심이 돼 당을 재편하고자 하는 속내를 숨기지 않는다. 지난 7월 19일과 20일 강화도 국회연수원에서 진행된 단합대회모임에서도 이와 유사한 발언이 이어졌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유기홍 의원은 “아직까지 우리가 비주류에 속해 있는데 참여정치 정신이 당내 주류가 돼야 한다”며 “우리 사회의 중심이 되도록 노력하자”고 말했다. 참여정치연구회 회원들의 이러한 발언들에 대해, 차기 당권과 대권에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하는 의도라는 시각이 많다. 따라서 다른 모임들도 멀지않아 헤게모니싸움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지난 2년간 활동이 뜸했다가 최근 들어 활발한 모습을 보이면서 대권주자인 김근태 의원 지지활동의 일환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는 국민정치연구회측은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이다.

모임은 “재야출신으로서 김근태 의원과 코드가 같은 것이지, 그것이 김 장관의 지지라고 볼 수는 없다”며 “대권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강조한다.‘천신정’으로 불리는 당권파들이 모여 있는 바른정치실천연구회의 경우, 이 문제에 더욱 민감하다. 한 인사는 “이러한 정치적 해석 때문에, 17대 국회에서는 이 모임을 만들지 않는 것까지 논의했다”며 정치적 해석을 강력히 경계했다. 참여정치연구회의 세력화가 확실한 성과를 거둘 경우, 내년 전당대회에서의 당권은 물론, 차기 대권주자 선출에서 이들의 영향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다른 그룹들이 모임의 순수성만 내세우며 정치적 활동을 계속해서 외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생길 수밖에 없는 갈등과 분열이다.

문성근씨는 열린우리당을 탈당하기 전인 지난 4월 1일 “(열린우리당은) 현재로는 정체성이 다른 사람들이 섞여있는데, 정치 개혁이라는 대의로 뭉친 다음에는 이념 성향에 따라 보수와 진보로 분리돼야 한다고 본다”며 ‘분당’을 주장하기도 했다. 문성근씨 파문은 총선 승리의 기쁨으로 잠시 잠복했다. 그러나 박창달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 이후, 당 정체성과 이념성향 논란이 심화되고 있다. 참여정치연구회의 강성 발언 외에도 당 사무처 노조가 정체성을 이유로 ‘민주당과 한나라당 출신 보좌진 경질’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보좌진의 분열은 물론 의원간의 분열로 이어질 조짐이다. 당내 각 그룹간 분열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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