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하청업체 노예 만들기’ 도 넘었다


MB와 대기업 사이에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 MB가 올 6월 이후 대기업을 향해 독한 발언을 거듭 내놓았기 때문. 집권 초반 ‘비지니스 프렌들리’를 외치며 ‘친기업 성향’을 마음껏 뽐냈던 MB가 “대기업도 진정으로 바닥 민심을 알고 사회적 민심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행태를 꼬집기 시작하자 재계가 당황하는 모습이다. 실제 대기업의 ‘하청기업 노예 만들기’는 관행처럼 행해져 왔음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에 [일요서울]은 삼성, 포스코 등 대기업의 상생경영 실태를 알아봤다.

민주당 박선숙 의원이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입수한 자료에 의하면 삼성전자는 내부적으로 삼성전자의 하도급 8개 업체 경영난에 대해 상세한 파악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에는 A업체에 대한 상세한 내용도 담겨 있었다.

“(A업체가) 구조조정, 급여 삭감, 복리후생 축소 등의 노력으로 더 이상 원가 인하 여력이 없음.”(2007년 9월17일 삼성전자 내부 보고서 ‘08년 구매추진 계획’)

“100% 삼성전자 납품 회사의 대다수(4개 업체 중 3개)가 1월 시행한 납품가 인하로 적자가 될 것으로 예상.”(2008년 1월31일 삼성전자 내부 보고서 ‘원가시스템 추진 현황’)

박 의원은 “삼성은 내부보고서에서 A업체를 비롯한 하청업체가 수년간 납품단가를 맞추려고 직원을 자르고, 월급을 줄이고, 휴가비 등을 아끼는 노력 등을 펼쳐 이후 더 이상 납품단가를 낮출 수 없는 현실임을 인정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8년에 납품 단가를 또 다시 낮췄다”고 말했다. A업체 사장이 전자우편으로 “살려달라”고 삼성전자 측에 읍소했지만, 이마저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 후 해당업체는 파산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상황은 이와는 정반대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0일 올해 2분기 영업실적이 전년동기 대비 83% 급증했다고 밝혔다. 이는 삼성전자 탄생 이래 ‘분기별’ 영업실적 최고치로, 그 금액이 4조2800억 원에 이른다. 삼성전자 측은 연간 사상 순이익 10조8000억 원을 냈던 2004년보다 더 큰 수익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코스피 지수가 2년내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업계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에 연신 ‘하반기 핑크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납품단가 후려치기’ 근절이 최우선 과제

한국의 선두그룹 중 하나인 포스코의 상황은 어떨까. 포스코의 경우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이 3730억 원에서 올해 1분기 1조4471억 원으로 대폭 상승했다. 영업이익률도 동기간 5.76%에서 20.82%로 4배 가량 올랐다.

하지만 포스코에서 선철을 사오는 B주물업체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월 평균 15억여 원하던 매출액이 지난해 5월부터는 급격하게 하락해 반토막이 났다. 영업이익도 월 평균 1억 원에서 지난달부터는 적자를 내고 있다. 이 B기업 대표인 김모씨는 “힘든 일과 궂은 일은 협력업체들이 다하고, 이익은 왜 포스코라는 회사만 갖는 건지 분통이 터진다”며 “물가와 재료비, 인건비는 해마다 오르는데 왜 자꾸 단가는 깎는 것인지, 단가를 내리면 협력업체들은 어떻게 살아가라는 것인지 정말 막막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익을 얻으면 협력업체도 같이 나눠 가져야 하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소기업중앙회(회장 김기문)에 따르면 올해 들어 중소기업의 사업조정 건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소기업 사업조정 신청이 현재 200여 건을 초과한 것.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지난해 7월 16일 삼성테스코(주)의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천 옥련점에 대한 사업조정 신청을 시작으로 중소기업들의 사업영역 보호를 위한 사업조정 건수가 늘었다”며 “10여 개월 동안(6월 3일 기준) 200건을 초과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2006년에는 4건, 2007년 4건, 2008년 4건 등 2009년 이전에 신청된 사업조정 건수는 미미했었다”고 덧붙였다.


정부, ‘제3자 조정위원회 역할 강화’ 카드 내놔

이렇게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부익부 빈익빈’이 갈수록 심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 전문가는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IBK경제연구소는 ‘위기 이후 대·중소기업 양극화 실태와 정책과제’ 보고서에서 ‘중소기업 수익성 저하의 주된 원인은 납품단가 인하’라고 지적했다. 연구소 관계자는 “납품단가 문제를 우선으로 불공정거래 개선을 위한 제도적 마련이 시급하다”며 “불공정거래 신고 활성화를 위해 대기업의 보복 방지를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기업별 상생협력평가지수를 산출·공개하는 방법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그 동안 침묵하던 각 정부 부처도 ‘MB의 상생경영’ 구호에 맞춰 납품단가 등 하도급 거래질서 정비를 위한 대책 마련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다. 기회재정부와 지식경제부, 중소기업청 등 관련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 해소가 시급하다고 판단, 납품단가 후려치기를 최우선으로 풀어갈 계획이다.

이 일환으로 정부는 지난 3일 “‘납품단가 조정위원회’의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객관적인 제3자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납품단가 부당책정 문제를 조정협의회에 제기하면 협의회가 나서서 단가를 협의·책정하는 방식을 채택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3월 하도급법 개정에 따라 사실상 유명무실한 납품단가 조정협의회 역할이 유명무실해졌던 터였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객관적인 제3자가 문제를 제기하면 조정협의회가 대기업이 부당한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하지 못하도록 중재역할을 하는 ‘제3자 조정카드’제도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기업들이 욕심을 버리고 중소기업과 상생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우선미 기자] wihtsm@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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