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무산…상장폐지 위기 몰렸다


옛 수도약품을 인수한 중견 제약회사 ‘우리들제약’(004720)이 위기다. 우리들제약은 회생을 위해 ‘매각’을 택했다. 하지만 불발로 끝났다. 매각실패로 우리들제약은 진퇴양난에 빠졌다. 매각하면 상장폐지 위험성이 제기된다. 하지만 매각하지 않으면 빚더미에 오르기 때문에 경영진의 고심이 크다. 한마디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더욱이 돌파구가 없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나오면서 우리들제약의 앞날도 밝지 못하다. 때문에 동종업계도 우리들제약 기사회생 절차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자칫 불똥이 튈지 모른다는 생각에 입조심하는 분위기도 관측된다. 우리들제약이 어떤 선택을 할지 그 현장 속으로 들어가 본다.

6년 전 옛 수도약품을 인수하면서 제약업계에 진출해 파란을 일으켰던 그 때와는 사뭇 다르다. 너무나 짧은 시간에 악재를 만났다. 악재가 겹겹이 발생하면서 그 피해도 크다

시발점은 지난 2008년 말이다. 우리들제약이 우리들생명과학이던 시절 세무조사로 인해 75억 원을 추징당했다.

이 연장선상에서 당국은 우리들의료재단에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사세는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비슷한 시기에 정부가 ‘쌍벌제 시행’을 천명하며 제약업계 대해부에 들어갔다.

이 여파로 우리들제약은 당기 순이익 2006년 27억5600만 원, 2007년 -2억2200만 원, 2008년 -113억1500만 원, 2009년 -19억4700만 원을 기록하며 빚더미에 올랐다.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우리들제약이 택한 것은 바로 ‘매각’.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매각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불발로 끝났다. 우리들제약은 지난달 28일 최대주주 김수경 외 6인이 A씨와 체결한 보유주식 양도 및 경영권 이전 계약이 해제됐다고 공시했다.

A씨가 인수 총액 200억 원 중 10억 원을 계약금으로 지난 14일 납부하고, 8월 중순에는 중도금 150억 원을 납부하기로 했었는데 계약금조차 납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A씨의 이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A씨는 먼저 제약업과 관련된 사업에 종사한 적이 없어 우리들제약 경영난 타파가 가능할지 미지수였다. 더불어 과거 그가 경영했던 회사가 상장 폐지된 사실이 부각되기도 했다. 그는 2008년 2월 U기업의 대표로 선임돼 당해 3월 U기업 3자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총 유상증자 대금은 96억 원. 하지만 U기업은 3일 만에 상장폐지 됐다.

이 뿐만이 아니다. A씨가 지난 2008년 8월에 횡령사건, 자본잠식 등으로 코스닥에서 퇴출된 D사의 대표이사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A씨가 대표 이사로 취임한 2008년 5월 전후로 전직 대표이사와 최대주주인 J사 등의 횡령이 잇따라 터졌다. A씨는 당시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조달받아 우리들제약 주가인 480원 보다 137% 올린 주당 1140원에 당사를 매입하겠다”고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때문에 A씨가 우리들제약을 인수한다고 밝히자, 우리들제약 내부에서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한 관계자는 “회사 내에서는 ‘A씨가 회사 인수 후 배를 채우고 상장폐지 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나왔었다”고 전했다.

이는 A씨의 대표이사 선임과 해당사의 상장폐지가 너무 단시간 내에 이루어졌다는 점 때문에 배경에 대한 의혹이 무성했던 것이다.


매각 불발, 다행인가 불행인가

때문에 매각 진행 당시 순탄치 않음이 예견되기도 했다.

동종업계의 한 관계자는 “매각이 불발된 것이 우리들제약으로는 잘 된 일일 수도 있다. A씨의 자질론이 거론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라고 귀뜸했다.

또한 그는 “우리들병원이 제약 사업에서 철수하고 메디컬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조치였을 것”이라며 “그만큼 국내 제약사들이 힘들어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하기도 했다.

국내 모 제약사 관계자 역시 “전체적인 제약 산업의 방침이나 정부요구가 M&A 등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쪽으로 가고 있으므로 이런 현상이 나오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우리들제약은 인수 불발 후, 여전히 위기 타파책이 없어 고심 중이다. 이번 매각 무산으로 다시 공중에 떠버린 우리들제약을 어떤 제약사가 인수할 지, 아니면 우리들제약 스스로 위기를 딛고 이겨낼 수 있을지가 업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우선미 기자] wihtsm@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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