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원 짜리 깡통 코스닥기업 허위 정보로 ‘주가조작’

주식시장에 깡통 코스닥 투자 주의보가 발령됐다. 최근 상장이 폐지된 모 코스탁사는 ‘기업 사냥꾼’에 의해 100만 원도 안 되는 자본에 매각된 뒤, 회사 돈을 빼서 쓰는 방법으로 배임 및 횡령을 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여기에 따른 모든 손실은 결국 소액 투자자(이하 개미투자자)들에게 고스란히 넘어갔다. 피해 금액은 무려 3700억 원. 지난 8월 1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검사장 김홍길)는 코스닥 기업 30여 곳을 조사해 횡령, 배임, 주가조작 혐의가 드러난 12명을 구속 기소하고, 9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이 밝힌 기업사냥꾼들의 기업사냥 및 횡령 방법은 기가 막힌다. 이들의 ‘작전’은 영화와도 같다. ‘작전’세력에 패닉상태에 빠진 코스닥 시장의 진면목을 살펴본다.

‘1초 사이에 대한민국의 돈을 움직이는 작전이 시작된다’

영화 ‘작전’에서처럼 주머니 돈으로 주주돈 수천억 원을 ‘먹튀’한 ‘기업사냥꾼’이 현실 세계에 나타났다.

지난 8월 1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검사장 김홍길)는 상장이 폐지되거나 상장 위기에 처한 코스닥 상장 기업 중 횡령, 배임, 주가조작 등 범죄 혐의가 짙은 30여 개 업체를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해 12명을 구속 기소하고, 9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자기 돈도 없이 사채업체에서 빌린 돈으로 상장사를 인수한 뒤 주가를 조작하거나 투자를 가장해 회삿돈을 빼돌려 배를 채웠다.

이들은 이런 수법으로 부당이득을 챙겨 회사를 상장폐지 시키고, 이 연장선상에서 ‘개미’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힌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 업체들이 입힌 손해가 시가총액 4377억 원이고, 이 중 개미 투자자들(15만4000여 명)에게 입힌 손해는 전체 손해액 중 86.5%인 37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김홍길 검사장은 “이들 중 11명은 동종전과가 있는 ‘상습범’으로 드러났고, 나머지 59명에 대해서는 수사가 계속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범행을 수월하게 해준 ‘보조자’도 있었다. 이번에 기소된 회계사 모씨는 해당업체로부터 일정 금액을 대가로 받고 허위 감사보고서를 써주는 식으로 범죄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업 사냥꾼들이 쓴 수법은 각양각색인 것으로 드러났다.


유령 자회사 만들기, 돌려막기 등등 수법 다양

‘유령 자회사 만들기’가 대표적이었다.

국내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A사의 B대표는 지난해 7월 ‘매장량이 수 조 원에 달하는 몽골 구리광산에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같은 해 12월까지 본사사옥 매각 대금 290억 원을 몽골 법인 지분 51%를 취득하는데 사용했다고 공시했다. 외관상 해당 업체가 몽골 법인을 자회사로 인수한 것처럼 공시가 되자, 소액 투자자들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A사가 그 법인을 인수하는데 실제로 투자한 것은 100만 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해서 벌어들인 290억 원은 M사 사주인 이모(53)씨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이씨는 또 2년 동안 아무 실적이 없는 자회사를 만들어 200억 원을 대여한 후 그 자금을 고스란히 빼내기도 했다. 이렇게 이씨 개인이 착복한 돈은 지난해 4월 이후 총 490억 원인 것으로 알려진다.

‘돌려막기’ 방식으로 횡령한 회사도 있었다. 공연기획업체 C사의 전직 D대표는 2006년 5월부터 2007년 11월까지 인기연예인 콘서트 투자금 명목으로 100여억 원을 받았고, 콘서트 취소 후 80여억 원을 되돌려 받는 방법을 썼다. 물론 80여억 원은 D대표에게 돌아갔고, 그 직후 C사는 상장폐지 됐다.

C사 투자자였다고 밝힌 김모(45)씨는 “집을 팔아 돈을 넣었는데 그 자금을 다 잃게 됐다”고 털어놨다.

‘기업 사냥꾼’들은 이런 방식으로 단시간 내에 수 십 억 원에서 수 백 억 원대의 돈을 벌었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은 수사 대상 선정시 대표이사나 최대주주가 빈번하게 바뀌어 경영 불안이 지속됐다는 점, 재무구조가 지속적으로 악화되었다는 점 등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그는 “이들은 사채업자로부터 증자에 필요한 돈을 빌려 주금을 납입한 후 입금된 돈을 전액 인출해 사채업자에게 다시 변제하는 ‘찍기’와 일부만 증자하고 나머지는 사채업자에게 주식을 교부해 주주의 수와 자산을 부풀리는 ‘꺾기’수법이 동원됐다”고 말했다.


기업사냥꾼 블랙리스트로 관리한다

종래에는 상장기업이 퇴출되더라도 기업주의 비리 유무를 체계적으로 점검하는 시스템이 없어 제대로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검찰 관계자는 “이번에는 대건 중수부에서 올해 상장폐지업체 등 부실기업들을 신속히 분석한 후 수사에 착수함으로써 다수의 악덕 기업사냥꾼들을 적발할 수 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그는 “앞으로도 개미 투자자들을 울리는 기업사냥꾼과 악덕 기업주들, 이에 가담하는 사채업자 등에 대해서는 철저히 수사할 계획”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수사에 대해 “지난 6월부터 13개 전국 검찰청이 합동해 수사를 벌였다는 점에서 ‘대대적인 악덕 기업꾼 소탕’ 작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때문에 기업 사냥꾼 뿌리뽑기가 일단락되기 전에는 수사가 계속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연장선상에서 검찰은 ‘시장 정화’를 위해 후속 작업도 지속적으로 벌일 예정이다. 한국거래소 고위 관계자는 2일 “시장건전성 작업으로 이들에 대한 블랙리스트 작업을 현재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블랙리스트는 10월 중순에서야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는 이 블랙리스트가 완성되면 꾸준히 ‘기업사냥꾼’에 대한 정보를 축적하면서 업데이트 시켜 나갈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이들 때문에 코스닥 시장이 신뢰를 얻지 못하고, 주주들은 불안에 떨게 되는 것”이라며 “때문에 철저하게 블랙리스트를 관리할 것이고, 현재 이들이 아예 시장에 다시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하는 방법도 구상 중”이라고 털어놨다.

또 그는 “여러 요소를 적용한 시뮬레이션 작업을 통해 상장폐지 확률 등 데이터를 만들어 시장에 알리는 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제재 방법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미비한 수준이지만, 이들을 감시 대상에 올린다든지 IPO나 우회상장을 할 때 그들의 전적을 공시해 투자자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운다든지 하는 방안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미 기자] wihtsm@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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