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LG전자 … 비상구 없다


LG전자 남용 대표이사 부회장의 리더십 평가가 극명하게 좋지 못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TV 사업은 지지부진하고 휴대폰 마저 팔리지 않아 2분기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특히 세계 3위를 달리는 휴대폰 사업은 2분기에 적자가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이를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게다가 남 부회장이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질타가 이어지고 있어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사측도 계속되는 남 부회장에 대한 악의적인 평가 때문에 불편함을 호소한다. 일각에선 남 부회장의 퇴진론도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있다.

LG그룹 계열사들이 LG전자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LG전자의 실적 부진이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 등의 업체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우려 때문이다.

이는 전세계적인 IT의 호황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특히 세계화를 주장하며 성장가도를 달리던 과거 명성에 근접하지 못한 평가들이 이어지면서 사측은 물론 경영진들이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특히 모든 업무를 총괄하다 시피했던 남용 부회장에게 시선이 쏠리고 있다.

남 부회장의 경우 2007년부터 LG전자를 이끌어 왔다. 하지만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들이 나오고 있다. 사내에서도 그를 ‘수비형CEO’로 분류할 정도다.

남 부회장은 취임한 이후 불필요한 비용 절감에 가장 중점을 뒀다. 각종 방법으로 2조 원이 넘는 비용 절감을 통해 경영 1기 시절 연이어 사상 최고의 실적을 달성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 실적을 바탕으로 올해 주총에서 대표이사에 재선임되는 등 그룹 고위경영진의 신뢰를 받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전자업종의 특성상 당장의 성과보다는 적절한 시점에 연구개발 등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 장기적인 성과 창출을 이뤄야 하지만 남 부회장의 경영 1기에는 그러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도마 위에 오른 ‘남용 리더십’

R&D(연구개발)에 소홀했고, 그 결과가 현재의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2007년에서 지난해까지 LG전자의 R&D 투자는 1조 7000억 원으로 동결됐다.

삼성전자가 2007년 6조 700억 원, 2008년 7조 600억 원, 지난해 7조 6200억 원씩 R&D에 투자한 것에 비춰보면 액수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R&D에 얼마 만큼의 가치를 두고 있는가를 놓고도 양사는 차이를 나타낸다.

이는 곧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LG전자가 업계를 선도하지 못하고, 후발주자로 선두업체들을 따라잡는 데에도 버거운 모습을 보이는 결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의 휴대전화 제조 기술력을 바탕으로 꾸준한 R&D 투자가 이뤄졌다면, 현재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전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실을 다지지 못한 LG전자가 시장의 변화 속에 갈피를 못 잡고 있다는 지적인 셈이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LG가 R&D 투자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게 가장 큰 패착”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LG전자의 매출이 그룹 전체 매출의 약 50%에 육박하고 있고 LG전자의 성패가 그룹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LG전자는 지금껏 ‘첨단기술을 개발해 새로운 제품을 누가 먼저 내놓는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가 소비자 기호에 맞는 제품을 가지고 시장에서 평가를 받느냐가 중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고, 이는 기술개발의 소홀함을 마케팅으로 포장하려 했다는 비난을 초래하고 있다.

다시 말해 ‘냉장고나 TV 등을 누가 먼저 개발했는지는 아무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마케팅으로 포장을 한 뒤 시장을 점유하면 된다’는 식의 안이한 생각에 젖어 있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남 부회장의 책임론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남 부회장 또한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하지만 구본무 회장은 최근 “경영진을 중심으로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며 남 부회장에 대한 신임을 거두지는 않았다.

하지만 ‘절대 신임’이 아니라 ‘조건부 판단 유예’라는 관측이 높아지면서, 남용 부회장의 어깨는 여전히 무거운 상황이다.

LG계열사의 한 관계자도 “LG전자 실적 부진으로 인한 직접적인 영향이 크지 않을 수도 있지만 솔직히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또한 그는 “전자업종이 급변하는 것은 맞다. 업계의 불황일 뿐 사측의 잘못은 아니다. 언론이 확대하는 경향이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보였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


#LG화학 굴욕? 삼성 SDI에 진 사연

차세대 2차 전지 국책사업 과제 선정자가 발표됐다. 삼성SDI가 라이벌 LG화학을 꺾고 ‘승자’가 됐다. 이번 결과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고에너지 2차전기용 전극소재’ 사업이었다.

이 사업을 놓고, LG화학을 주축으로 한 LG 컨소시엄과 삼성SDI와 삼성전자, SK에너지 등이 참여한 삼성 컨소시엄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결과는, 삼성 측의 승리였다.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 등과 2차 전기 공급계약을 체결하며 최근 승승장구하고 있는 LG화학이 국내에서 물을 세게 먹은 셈이다.

더욱이 이번 대결의 관건은 컨소시엄에 참여한 중소기업의 비중 여부였다. 그동안 정부가 상생협력을 주장하던 것과 맥을 같이했다. 하지만 LG화학은 중소기업과의 컨소시엄 규모를 최소하한 채 정부에 신청서를 낸 것이 패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정부도 ‘중소기업’이 주요 결정변수로 작용했음을 인정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삼성SDI가 중소ㆍ중견기업 비중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반대로 LG화학은 컨소시엄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계열사인 LG실트론도 중소기업에 밀려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사업 참여기업의 80%를 자신과 같은 중소기업으로 채운 사파이어테크놀로지 컨소시엄이 ‘LED용 사파이어 단결정 소재’ 사업을 놓고 벌인 경쟁에서 승리했다.

때문에 또 다시 LG의 ‘말뿐인 상생협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여의도 본사 앞에서도 협력업체의 시위가 연일 이뤄지고 있다. LG의 부당함을 알리는 플래카드는 올 초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본사 앞 공원에 걸려있기도 하다. 때문에 중소기업의 반발이 이번 차세대 2차 전지 국책사업의 패단이라는 설명에 힘을 얻는다. 때문에 모 기업인 LG그룹에 대한 불신도 끊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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