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의 결정론적 카오스 이론의 개념을 일깨운 새로운 유형의 과학이론으로 ‘나비효과’라는 것이 있다. 나비효과란 원래 기상학에서 태동한 것으로 초기 조건의 미세한 차이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점 확대되어 결국 그 결과에 엄청나게 커다란 차이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는 이론이다.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개짓이 미국 텍사스에서 토네이도를 발생시킬 수도 있으며, 동유럽의 작은 은행의 부도가 전 세계적인 대공황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나비이론은 처음 과학 분야에서 제시되었지만 점차 경제학과 일반 사회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주식이나 경기처럼 온갖 변수가 복잡한 상호작용을 반복하는 경우에 장기적인 예측이 불가능한 것도 바로 이 나비효과 때문이다.

과거의 채집경제나 농업경제 하에서는 날씨 빼고는 작황이나 경기를 좌우할 변수가 적었기 때문에 그만큼 예측이 쉬었다. 고도로 발달한 현대 금융자본주의경제 하에서는 실로 다양한 변수들이 전혀 예측도 못할 정도로 얽히고설킨 상태에서 복잡하게 영향을 주고받는다. 그야말로 카오스이자 아노미 상태인 것이다. 이에 따라 기업환경이며 경제 환경이 예측 불가능할 정도의 혼돈상태로 전개되며 의도하지 않은 미세하고 작은 움직임이 전혀 의외의 결과를 만들어낸다.

세계 2위의 다국적 운동용품 기업인 나이키의 전통적인 경쟁상대는 당연히 동 업계 1위 기업인 아디다스이다. 나이키는 21세기 새로운 경영전략을 수립하면서 전통적 경쟁사인 아디다스와 더불어 게임업체를 새로운 경쟁상대로 상정한 바 있다. 전통적 관점에서 나이키와 게임사는 경쟁관계일 수가 없다. 하지만 정보사회로 급격히 나아감에 따라 나이키의 가장 큰 고객인 청소년들이 용돈을 모아 나이키 운동화를 사는 것이 아니라 게임 타이틀을 구입하고 구입한 게임에 몰두하느라 밖에서 운동할 시간이 없으므로 나이키 제품을 구매하지 않게 되는 악순환이 발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나이키로서는 전혀 예상 못한 새로운 환경이 도래한 것이다.

19세기 중반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벌어진 골드러시에 참여한 사람은 모두 8만여 명 정도로 추산되는데 과연 그들 중 가장 많은 돈을 번 사람은 누구였을까? 소수의 탄광업자도 돈을 벌었겠지만 가장 많은 돈을 번 사람은 다름 아닌 리바이 스트라우스였다. 그가 광부들에게 공급한 질긴 청바지의 브랜드가 바로 ‘리바이스’이고 그 청바지는 현재도 명품 대접을 받으며 전 세계에서 팔려나가고 있다.

2000년 초반 닷컴 붐이 전 세계를 강타할 때 가장 활개를 친 업종은 다름 아닌 택배운송업이었다. 닷컴의 선두주자인 아마존닷컴이 적자에 허덕일 때도 운송업체인 페덱스는 각종 온라인쇼핑몰의 상품들을 배달하느라 더욱 번성하게 되었다.

투자자들은 경제신문과 인터넷 경제기사를 들여다보며 하루를 연다. 넘쳐나는 그 정보들 속에서 주가에 영향을 미칠 인과관계를 어떻게 찾아낼 것인가. 바로 이 지점에서 나비이론이 필요한 것이다. 자신의 상상력과 과거의 경험을 나비이론에 대입하면 우리도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투자에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하는 정보를 어렵지 않게 선별해 낼 수 있다.

아무 생각 없이 경제지를 뒤적일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라도 그 인과관계와 예측 가능한 결과를 가늠해보면서 정보를 취사선택한다면 그 속에서 틀림없는 성공투자의 길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런 작은 습관 하나가 소소한 나비의 날갯짓이 되어 나중 거대한 성공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우리투자증권 원주지점 이강률 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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