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이후 대한민국 자본시장은 그 이전과 비교하여 외국자본의 출입이 무척 자유로워진 상태가 되었다.

특히 선진국 자본은 앞선 투자기법과 탁월한 정보를 이용하여 개방된 외환시장, 주식시장, 채권시장, 부동산 시장 등에서 막대한 부를 창출하고 있다. 그 결과 외국자본에 의한 시장지배력은 날이 갈수록 공고화되는 느낌인데 이는 미국 등의 저금리 정책이 지속되는 한 대한민국을 비롯한 이른바 이머징 마켓으로의 유동성 공급 증가는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다. 주가의 고공행진과 환율변동도 사실 외국인들로부터 촉발된 유동성 공급에 그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중국 역시 대한민국의 거대 무역파트너로 자리 잡으며 우리의 경제 전반에 걸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따라서 향후 대한민국의 경제는 미국과 중국을 떼어놓고는 상상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미국 경제지표의 움직임과 중국 경제정책의 발표에 따라 대한민국 증시가 요동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상황에서 기인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중요한 파트너인 미국과 중국은 향후 어떤 모습이 될 것이며 그것은 또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가? 이에 대한 해답은 21세기의 노스트라다무스라고도 일컬어지는 조지 프리드먼의 <100년 후>라는 책을 통하여 가늠해볼 수 있다.

<100년 후>는 뛰어난 국제안보 전문가이자 정세분석가인 프리드먼이 지정학적 분석을 통하여 향후 100년 동안 세계는 어떻게 변화할지를 통찰하고 있는 일종의 미래예측서이다. 그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이제 세계는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을 중심으로 운영되며 이는 향후 변하지 않을 것이고, 중국은 반드시 분열을 거쳐 몰락할 것이고 러시아는 멸망하고 한국은 30년 내에 통일될 것이라는 내용이 지정학적 분석틀 속에서 제시되고 있다.

하루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우리가 무려 100년 앞을 내다본다는 것에 대하여 의구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일찍이 프리드먼은 동아시아의 환란을 정확하게 예측한 바 있고 그가 운영하는 싱크탱크인 스트랫포는 정치, 경제, 외교 분야의 세계적인 명망을 자랑하는 곳이기에 그의 도발적인 예측을 얼토당토않은 것으로 일축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최근 중국의 눈부신 경제성장이 화제가 되곤 한다. 하지만 프리드먼은 중국의 고립적인 지정학적 요소는 중국을 사분오열하게 만들 것이고 끝내 몰락하거나 중소국가에 머물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중국은 동쪽으로 바다, 서쪽으로는 히말라야산맥 그리고 남쪽으로는 열대우림에 막혀있다. 그나마 북쪽으로의 진출입이 비교적 용이한데 이곳이 바로 과거의 실크로드이다. 하지만 불행스럽게도 이곳은 한족과는 전혀 다른 서방계통의 위구르족의 영토이고 위구르족은 중국 중앙정부로부터의 독립을 끊임없이 주창하고 있다. 결국 중국은 거대한 고립 속에 갇혀있는 셈이다. 중국은 그 고립 속에서 지역 간 격차, 계급 간 격차로 말미암아 끝내 분열되고 말 것이라는 진단이다.

반면 미국은 스스로 세계의 패권 국가이면서도 아직도 자기 자신의 힘과 역량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전 세계 대양을 남김없이 들여다보고 군사력으로 대양을 지배할 수 있는 나라는 인류 역사 상 미국이 유일하다고 본다. 그 결과 북미대륙은 이미 난공불락의 요새가 되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미국은 전 세계를 경영하고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고 지적한다. 이에 덧붙여 기축통화인 달러에 기반을 둔 경제적 지배는 미국의 지위를 더욱 확고부동하게 만들고 미국에 의한 세계경영은 이제 비로소 시작된 셈이라고 말한다.

프리드먼의 주장과 분석이 당장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세계정서와는 다소 동떨어져 있어서 어쩐지 현실감이 결여된 느낌이지만 “미래를 예측할 때, 상식은 거의 어김없이 우리를 배반한다”는 말로 저자는 다른 시각을 통하여 세상을 바라볼 것을 주문한다. 지나치게 미국 중심의 세계관 때문에 정작 미국시민이 아닌 제2세계 시민인 우리들로서는 다소 불편한 느낌이지만 어차피 우리 역시 세계의 시민이기 때문에 이는 한번쯤 숙고해보아야 할 주제가 아닐까 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대한민국의 지정학적 위치와 그에 기반을 둔 전략을 새롭게 가늠하고 조망해보는 것도 새해 무렵 나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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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점 박진열 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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