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위로함

이웃나라 일본에서 발생한 엄청난 규모의 지진과 지진해일 그리고 원전폭발 위험으로 지구촌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다. 남유럽의 재정문제는 여전히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MENA(중동과 북아프리카) 사태 또한 심각한 유가상승의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세계 경제가 낙관적이지 않은 상태에서 불거진 일본 지진과 원전폭발 위험 등은 세계 경제를 더욱 불확실하게 만들고 있으며 경제의 바로미터인 주가를 요동치게 하고 있다.

35년 간의 잔혹한 일제 식민지 압제로 인해 우리 국민 모두에게 깊게 드리워진 트라우마 때문에 엄청난 국난에 마주한 일본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지구촌 여타 국가들보다 복잡한 것이 사실이다.

여전히 진행 중인 일본의 역사 왜곡과 재일동포에 대한 차별행위 그리고 독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 등을 이유로 굳이 일본에 대한 범국민적 지원은 내키지 않는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정학적으로 가장 가까운 이웃 국가의 어려움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와 서로 엇갈리고 있다.

현재로서는 후자가 훨씬 더 폭넓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연일 이어지는 국민들의 성금모금 행렬과 트윗 등 SNS를 통한 격려메시지 그리고 만사를 제쳐두고 발 벗고 나선 한류스타들의 움직임 등은 우리 국민들의 마음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명확하게 보여준다고 하겠다.

독도 영유권 주장이나 정신대 문제 등 여전히 쟁점이 되고 있는 사항에 대해서는 별도로 슬기롭게 대처하는 한편 당장 눈앞의 최대 현안이 된 이웃나라의 곤란함에는 발 벗고 도와야 할 일이라고 판단하는 듯하다.

이는 대한민국 국민을 벗어나 어느덧 세계시민 곧 코스모폴리탄으로 진화한 우리 국민의 성숙한 모습을 보는 것 같아 흐뭇한 느낌이다.

주식시장 또한 이러한 국민의 심리상태를 반영한 것인지 일본의 지진 발생 이후 위아래로 크게 요동치며 도무지 예측이 어려운 롤러코스트 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비정한 돈의 논리에 충실한 주가지수의 움직임을 조금 비과학적으로 과장해서 거대한 군중심리의 반영이라고 볼 때 작금의 롤러코스터 장세는 지향을 잃어버려 어찌 해야 할 바 몰라 헤매는 우리 모두의 모습인 듯하여 다소 안타깝다는 느낌이 든다.

일본은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국가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200%에 이르는 세계 최고 수준의 국가채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모든 산업의 근간이 되는 제조업은 극강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근면하고 성실하게 묵묵히 정진하는 국민성은 상대적으로 후진적이고 리더십이 부족한 정치 상황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본 경제가 세계 경제의 심장으로 작동하는 데에 일조하고 있다.

일본은 사상 최악의 지진과 원전피폭 등의 후폭풍을 딛고 다시금 굳건하게 일어설 것이고 여전히 두려운 우리의 경쟁상대로 남아있게 될 것이다.

전 세계 외환시장의 하루 유동성은 약 1조9000억 달러(우리 돈 2000조 원)에 이른다.

이 자금이 주식 등의 위험자산으로부터 금 등 안전자산으로의 이탈 움직임이 있기는 하지만 그 규모와 움직임은 극히 미미하다는 분석이다.

이는 곧 전 세계가 일본이 작금의 어려움을 딛고 다시금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우뚝 설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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